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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충청도 청양 촌놈은 가방 하나 딸랑 들고 상경해 복학했다. 처음 얻은 자취방은 대흥동 산OO번지로 표기 되는 산말랭이 달동네 집이었는데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연탄 구들방이었다.

첫날밤, 연탄가스에 죽을까 봐 문을 반쯤 열어 놓고 잤는데 새벽녘 코로 스며들던 찬바람의 촉감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후로도 돈 없는 고학생은 1년여마다 이사를 해야 했는데 대부분 자취방들은 고만고만했다. 오죽하면 가끔 찾아오는 후배들에게 못생긴 내 자취방의 부끄러움을 감추려 '내 꿈은 네모 반듯한 방에 서서 설거지 하는 거'라며 농을 쳤다.

대학 4학년 때인가 계약 종료가 3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가격에 맞는 자취방을 구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종일 서울시내 복덕방을 전전하느라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남산 꼭대기에 올랐다. 초저녁,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한 비단 같은 서울시내를 바라 보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황홀경 속에 '야 저 많은 집 중에 이 한 몸뚱이 들어갈 곳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엉켜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인간에게 방한 칸이 얼마나 소중하고 절박한지'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

오세훈의 '박원순 지우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와 민간 위탁 사업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지난 10여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와 민간 위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와 민간 위탁 사업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지난 10여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와 민간 위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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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보궐선거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임 박원순 시장이 추진했던 서울시 '사회주택' 사업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사회주택이란 지방자치단체가 구입한 부지를 저렴한 비용으로 사업자에게 빌려주면 사업자가 임대주택을 건설해 시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저소득층에게 빌려 주는 주택제도다.

시가 토지를 구입해 민간 사업자에게 30년 이상 싼 값으로 빌려주면, 사업자가 이 토지에 임대주택을 지어 시세의 80% 이내의 임대료로 저소득층에 최장 10년 빌려 주는 제도다. 다시 말해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낮은 주거비와 안정적 주거 기간을 보장하는 주택을 말한다. 저소득층은 주택을 싸게 이용할 수 있고, 민간 사업자가 참여하기 때문에 지방자치 단체의 재정 부담이 줄어드는 장점이 많은 제도다.

전임 고 박원순 시장은 2015년 6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사회주택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그 동안 이 사업을 펼쳐왔다. 한국사회주택협회(이사장 이한솔)에 따르면 2015년 서울시에 사회주택 조례가 제정되고 올해까지 6년간 약 3858세대의 사회주택이 공급됐다고 한다.

그 성과 또한 대부분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지난 5월 27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회주택 성과와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SH주택도시연구원 김진성수석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시 사회주택 거주자 6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60% 이상이 '매우 만족'하거나 '만족'한다고 답했다 한다. 또한 '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75.4%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경 100내에 2021년 5월부터 7월 사이에 5건 이상 다세대/연립주택 전월세 거래가 이뤄진 곳은 총 7개의 사회주택이며, 반경 100m 내 주변시세대비 사회주택 임대료의 비율은 26.9~61.4%에 해당한다.
▲ 서울시 내 다세대·연립 실거래 및 사회주택 분포 반경 100내에 2021년 5월부터 7월 사이에 5건 이상 다세대/연립주택 전월세 거래가 이뤄진 곳은 총 7개의 사회주택이며, 반경 100m 내 주변시세대비 사회주택 임대료의 비율은 26.9~61.4%에 해당한다.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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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임기 1년도 남지 않은 시장이 2030년까지 서울에 신규주택 80만 호를 공급하고 서울을 글로벌 톱5 도시로 만들기 위한 시정 운영 운운하며 마스터플랜 '서울비전 2030'이라는 꿈 같은 청사진으로 사회주택 제도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지난 6년여 동안 60% 이상의 입주자들이 만족하며 살고 있는 제도의 장점은 전면 무시하고 일부 문제를 전체 문제인양 침소봉대하며 오로지 전임 시장 지우기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한국사회주택협회에 따르면 실제로 서울시 사회주택 사업은 7월 12일부터 두 달 사이에 감사위원회의 점검→기획조정실의 평가→감사위원회의 감사 포함하면 무려 3번 정식 조사를 받으며 곤혹을 치렀다고 한다.

사회주택 정책은 계속 되는 전월세 난 속에 1인 가구 증가, 청년세대의 주거비 부담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주거안정과 주거권을 보장하는 지속가능한 주거대안으로 추진됐다. 물론 그동안 제도 시행이 완벽하게 진행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 부실했던 부분도 있었을 것이며 일부 업체의 일탈 행위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임 시장이 6년 여를 진행해 온 정책을 정치적 이념이 다르고 당이 다르다고 전면 백지화를 내세우며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회주택 정책은 단순히 하나의 정치적 정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현재 그 제도로 지어진 사회주택이라는 둥지에 깃들어 살아 가는 3000여 시민들의 삶이 들어 있다.

어떤 정책이나 제도든 완벽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그 정책이나 제도에 시민의 삶이 직결돼 있는 문제라면 '사회주택사업 전면 재고' '낭비된 피같은 세금' '나랏돈 분탕질' '법적 대처' 등과 같은 자극적인 워딩(유튜브 오세훈tv 동영상 중)으로 전임 지우기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제도보완이나 문제점 해결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면 될 일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정치가 있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진정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 차기, 차차기 자신의 꿈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지금 사회주택이라는 우산 속에 살아 가는 시민의 삶을 위해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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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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