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 부부장은 15일 밤, 문재인 대통령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참관 발언을 비난하며 남북관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대통령의 실언이 사실이라면 소위 한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우몽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망탕(마구) 따라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SLBM 발사 시험을 참관하면서 "우리의 미사일전력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에 충분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된 후 약 4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북한은 통상 한국 대통령을 지칭할 때 "남조선 당국자"란 표현을 사용했지만,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으로 적시했다.
김 부부장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상)대방을 헐뜯고 걸고 드는데 가세한다면 부득이 맞대응 성격의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남관계는 여지없이 완전 파괴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는 그것(남북관계 완전파괴)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김 부부장은 "우리는 지금 남조선이 억측하고 있는 대로 그 누구를 겨냥하고 그 어떤 시기를 선택하여 '도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당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계획의 첫해 중점과제수행을 위한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부장은 이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남조선의 '국방중기계획'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SLBM 발사 시험을 진행한 것이나 자신들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행위 모두 국방력 강화 측면의 정상적인 활동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자기들의 유사 행동은 평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고 우리의 행동은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묘사하는 비논리적이고 관습적인 우매한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하며 장차 북남관계 발전을 놓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그동안 한국 정부와 문 대통령을 직접 겨낭한 막말 수준의 담화를 여러 차례 낸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 16일 담화에서 한국을 '어리석은 수작'을 부리는 '태생적 바보', '판별능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떼떼(말더듬이)'라고 조롱했고, 같은 달 30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판한 문 대통령에 대해선 "미국산 앵무새", "철면피"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비하면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는 어조나 표현 면에서 한결 절제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완전 파괴"를 언급해 여전히 북한이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북한의 무기실험은 도발이라 칭하는 이중잣대에 대한 경고적 메시지로, 다만 과거 김여정 담화와 비교해 볼 때 상당히 정제됐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또 "(남북의 미사일 발사 시험은)악순환의 연속으로, 군비 축소라는 평화 지향이 아니라 군비 경쟁이라는 긴장 고조가 되는 셈"이라며 "국민들에게 자주국방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필요성을 설명하는 일은 중요한 접근이지만, 동시에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도 되기 때문에 메시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일단 자신들의 당대회 관철을 위한 무기체계개발을 지속해야 하는 만큼, 남측으로부터의 도발 규정이나 비난 목소리를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임 교수는 "이는 역설적으로 연속적인 추가적 군사행동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15일 오후 문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SLBM 수중발사 시험을 진행하면서 최근 고위력 탄도미사일, 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는 사실도 전격 공개했다.
이에 앞서 북한도 이날 낮 12시 34분경과 12시 39분경 북한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16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9월 15일 새벽 중부산악지대로 기동해 800㎞ 계선의 표적지역 타격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