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17 17:52최종 업데이트 21.09.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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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영상회의를 열고 학생과 교직원들 중에 발생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추이와 소아 청소년 백신 접종 안정성 등을 논의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6월과 9월 사이 소아 청소년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 8월 말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 연령층을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조만간 소아 청소년층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소아 청소년층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이미 시작한 나라들이 있다. 유럽의 경우 지난 5월 유럽 의약품청(European Medicines Agency)이 화이자-바이오앤텍 백신을 12~15세에게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이후 덴마크와 스페인은 각각 12~15세, 12~19세를 대상으로 1차 접종을 했다. 프랑스도 12~17세를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한 결과, 9월 14일 자 <비비시>(BBC) 뉴스에 따르면 1차 접종을 마친 비율이 66퍼센트,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비율이 52퍼센트가 됐다.


일부 국가들은 이 연령대에 대한 백신 접종을 기저질환이나 기타 의학적으로 권고할 만한 대상으로 한정하기도 했다. 스웨덴은 12~15세 중 폐 질환이나 천식, 기타 고위험군에 속하는 경우에 한해 접종하도록 했고, 오스트리아의 경우도 의사의 동의를 얻은 경우에 한해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이 같은 방침을 유지하다가 8월 들어 델타 변이로 인한 감염 폭발로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자 12세 이상 모두에게 접종하는 것으로 방침을 수정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지난 5월 12세 이상에 대한 화이자 접종을 승인했다. 미국의 경우 12세 이하의 아동들에게로 접종을 확대하기 위한 심의도 진행 중이다. 현재 가장 어린 연령대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승인한 곳은 중국으로 3~17세에 대해 시노백 접종을 하고 있다.
 

12세 루카스 월시가 2021년 9월 13일 호주 멜버른의 하이델베르그 병원에서 화이자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소아청소년 접종, 왜?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나 기관지염, 폐렴 등을 일으키는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 등 대부분의 바이러스에 소아들과 노령층이 취약한 데에 비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소아들의 면역력이 높아 감염이 되더라도 중증으로 발전하는 일이 드물다. 입원하는 비율도 매우 낮지만 특히 사망에 이르는 일이 거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아들의 경우 감염 기회 자체가 더 적기 때문일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여러 통계를 보면 소아 청소년들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온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소아과학회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미국의 확진자 중 대략 15%가 21세 미만의 미성년들이었다. 올해 4월과 6월 사이 델타 변이로 인한 감염 폭발로 하루 수천 명씩의 사망자를 기록한 인도의 경우도 7월 발표한 항체 검사에서 6~17세의 소아 청소년들 중 절반이 코로나19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했다. 즉 절반 이상의 소아 청소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달 사이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소아 청소년층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간 백신 접종을 해온 성인층에서 코로나19 발생이 크게 줄어들었고, 몇 달 전부터 감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가 유행하면서 소아 청소년들 사이의 확진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여러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델타 변이가 특별히 소아 청소년들에 대한 감염력이 높은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아직 충분히 모이지 않았다. 다만, 소아 청소년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할 것인지, 그로 인한 득과 실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소아 청소년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 중증이나 사망의 위험이 어른에 비해 훨씬 낮다. 게다가 아직 백신 수급이 전 세계적으로 원활하지 않아 1차 접종도 하지 못한 성인들이 많은 만큼, 아이들에 대한 접종을 서두르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백신 형평성 혹은 초국가적 백신 분배에 관한 논점을 제외하면, 소아 청소년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할 것인지와 관련한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세가지 쟁점

먼저, 이 연령층은 감염이 되더라도 직접적으로 겪는 위험은 크지 않지만 사회 교류가 왕성해 가족 내에서 세대-세대 감염 고리로 작용하기 때문에 접종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성인들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소아 청소년들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되는 것이 방역에 중요한 요소로 더 부각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감염차단을 위해 지속해온 학생들의 등교 제한 정책이 팬데믹 장기화로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백신을 접종하면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와 확진자 모니터링을 병용하면서 등교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수도권 중학교 등교 수업 확대 수도권 중학교의 등교 수업이 확대된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월촌중학교에서 등교한 학생들이 발열 검사 및 손 소독 등 코로나19 방역 절차를 거친 뒤 교실로 향하고 있다. 교육부는 누적된 수업 부족으로 인한 학력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날부터 수도권 중학교의 학교 밀집도 기준을 전체 3분의 1에서 3분의 2로 완화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마지막으로 백신 접종 시 소아 청소년들이 직접적으로 얻게 되는 이익이 무엇이고 부작용의 위험은 얼마나 큰지에 대한 것이다.

지난 3월 화이자-바이오앤텍은 미국의 12~15세 아이들 2260명을 대상으로 한 3차 임상실험에서 100% 가까운 보호 효과를 보였다고 보고했다. 5~11세 사이의 아이들에 대한 결과도 곧 발표할 예정인데 이를 세계 여러 보건 당국에 5세 이상에 대한 백신 사용 승인을 위해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2~5세와 6개월~2세의 아이들에 대해서도 각각 임상 실험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백신의 보호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특히, 심장 근육이나 심장 외벽에 염증이 생기는 심근염, 심낭염 등의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이 매우 낮은 확률이기는 하지만 젊은 성인들과 청소년들에게서 다른 연령층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십대 초반의 아이들에게 백신 접종하면 무엇이 달라지나?(What difference will jabbing young teens make?)'라는 제목의 9월 14일 자 <비비시>(BBC) 기사는 영국의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의 자료를 토대로 1백만 명이 1차 접종을 했을 때 3~17명, 2차 접종을 했을 때 12~34명으로 심근염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보고했다. 영국은 아직 12-15세에 대한 백신 접종을 승인하지 않았는데, 위원회에서 임상시험한 자료로 환산한 것이다. 보도는 1차 접종만으로도 보호 효과가 상당하고 2차 접종에 따른 부작용의 증가가 큰 만큼 현재 영국은 16~17세를 접종 대상에 포함하고, 접종은 1회로 제한해 권고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부작용은 특히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높은 확률로 나타났다. 위 기사는 화이자-바이오앤텍 2차 접종을 마친 12~17세 기준으로 여자아이 1백만 명당 8명에게, 남자아이들은 1백만 명당 60명에게 심근염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유로 백신 접종을 십대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에 회의적인 견해가 있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에도 일정 비율로 심근염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 비율을 비교하면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이 백신 접종 없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에 비해 훨씬 낮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오하이오의 연구진이 '메드아카이브'에 발표한 연구는 2020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백신 접종 없이 코로나19로 확진된 12~17세의 아이들 1만 4207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여자 아이들은 1백만 명당 213명, 남자아이들은 1백만 명당 876명꼴로 심근염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는 같은 연령층의 아이들이 2차 접종 뒤에 심근염으로 발전한 경우보다 수배 내지 수십 배 많다.

요약하자면 소아 청소년들이 백신 접종을 하면 부작용이 성인들보다 조금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어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백신 접종 없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경우 예상되는 위험보다는 낮다는 것이다. 소아 청소년들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어른에 비해 증상이 훨씬 가벼워 간과하기 쉽지만 여전히 일정 비율로 심근염을 포함한 다양한 증상으로 발전하고, 증상에 따라 평생에 걸친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다.

나라별 선택
 

영국 수도 런던의 의사당 앞에서 8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아이들을 구하라'라고 쓰인 팻말 등을 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청소년 접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12~14세 청소년까지 코로나19 백신접종 연령층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1.09.08 ⓒ 연합뉴스

 
한편, 아이들을 위한 대안으로 어른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아이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선생님들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아직 대부분의 나라에서 아이들은 백신 접종을 받지 못했고, 교육권과 부모들의 생계 활동 등의 이유로 여전히 학교와 어린이집 등으로 가야 하는 상황인데, 이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교육 종사자들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간 코로나19 백신 접종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의 나라에서 교사나 교사와 같은 직군은 의료 종사자들과 함께 백신 접종 우선권을 부여받았다. 실제로 집계되는 교사와 교수들의 백신 접종률도 높은 편이다. 한국은 이미 7월 중에 교직원들의 1차 접종률이 80%를 넘었다는 소식이 지역별로 들려왔고, 미국의 경우도 지난 4월 80% 이상의 교사, 교직원, 돌봄 종사자들이 1차 백신 접종을 마쳤다고 보도됐다.

이 같은 노력은 감염 고리를 끊고 아이들을 보호하는 효과로 직결된다. 9월 14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보육교사들의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어린이집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추이가 7월 하루 21.8명에서 8월 하루 18.9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보고했다. 델타 변이로 인해 7월에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던 것이 8월 들어 감소한 것이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관련 종사자들의 2차 접종 완료 비율은 98%선이라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비비시>의 기사는 모든 나라가 같은 데이터를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문제에 대해 같은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통계나 전문가들의 조언 외에도 성인들의 백신 접종률과 정치적 압력, 앞으로 또 올지 모르는 코로나19 감염 파도에 대한 두려움 등 여러 요소들이 나라별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정답이 따로 없는 팬데믹 세상에서 각국이 선택한 결정들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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