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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링스(Earthlings) 지구생명체 기록 프로젝트'는 지구생명체들이 있는 현장으로 가 그들의 삶을 글, 사진,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다양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희생당하는 인간 외 종들의 현실을 고발한 2005년 미국의 영화 <지구생명체>(Earthlings)에서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농장, 바다, 동물원, 펫샵, 동물실험 연구소 등 인간의 목적을 위해 희생되거나 삶터를 빼앗긴 이들을 찾아가 기록원들이 보고, 듣고, 맡은 현실을 기록하여 연재합니다.[기자말]
실험동물
 실험동물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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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당하는 동물들을 직접 마주하고 그 현장을 기록하는 어스링스 프로젝트는 8월에 실험동물을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업과 연구소라는 높은 벽 뒤에 감춰진 실험동물은 도무지 만날 수 없었다.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줄 리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마주할 수조차 없는 현실을 맞닥뜨렸을 때부터, 그들을 둘러싼 어떠한 관념을 실감했다. 그 관념은 결국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살해해도 된다는- 뿌리 깊은 종차별주의일 것이다. 그렇기에 실험은 용인되고, 동물들은 감춰진 곳에서 '합법적으로' 죽음을 맞는다.

이 관념 속에서 희생되는 실험동물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깊게 알아보고자, 우리는 동물실험 연구소 연구원 인터뷰를 기획하였다. 직접 볼 수 없었지만 그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인터뷰이 A씨의 현장

인터뷰이 A씨는 의공학 계열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다. 의공학 연구가 제약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A씨에게서 제약 분야 동물실험의 구체적 절차 및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서 A씨는 본래 동물실험이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자신이 일하던 분야의 특성상 피치못하게 실험을 하게 되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동물실험을 피하려고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있다.

A씨의 연구실에서 행해지는 동물 실험은 인간의 몸에 집어넣기 위한 생체 재료의 독성을 평가하는 목적을 지닌다. 어떠한 재료가 몸속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유해성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종의 동물을 이용한다. 이를테면 지혈약이 잘 듣는지 알아보기 위해 동물의 몸에 상처를 내고 약을 테스트해 보는 것과 같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할 만한 동물 실험이다.

실험에 동원되는 동물은 소동물이라고 불리는 쥐부터 시작하여, 대동물까지 가면 원숭이나 침팬지까지다. 보통은 쥐를 사용하고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는 의사가 함께해야 한다. 그나마 인간종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인간들의 연민을 얻는 데 성공한 영장류마저 아직도 실험에 동원된다는 사실이 암담했다.

동원되는 동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쥐의 경우는 파리의 지하철에서 나올 만한 큰 쥐인 랫(rat)과, <톰과 제리>의 '제리'와 같은 작은 쥐인 마우스(mouse)로 나뉘어, 필요한 만큼 '조달'받는다. 여기서 조달이란, 예컨대 '태어난 지 6개월 된 흰 쥐 30마리'를 요청했을 때 사육실에서 보관하던 조건에 맞는 쥐를 보내주는 방식이다.

3R 정책(Reduce 감소, Reuse 재사용, Recycle 재활용)과 같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A씨는 비교적 많이 지켜지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다만 익숙하지 않은 실험을 하는 경우에는 실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마릿수보다 더 많은 동물을 조달받는다는 점에서 감소의 원칙은 조금 위반될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A씨는 오로지 인간종의 이익을 위해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실험은 용납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3R 정책은 비교적 잘 지켜진다고 느꼈다는 것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았다. 잠시 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충북대에서 인공눈 실험이나 서울대 메이 사건 같은 사례들을 생각해보면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8월 21일 A 씨 인터뷰 현장
 8월 21일 A 씨 인터뷰 현장
ⓒ 어스링스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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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동물이 해방된 미래가 가능할까

A씨에게 지금 현실에서 동물실험을 전면 폐지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물었을 때, 그것은 현재 상황으로서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동물실험의 오차가 매우 크긴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과 장기가 가장 유사한 실험체를 찾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기술적 발전으로 실험동물 해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A씨가 주력하는 분야는 생체 재료 분야이다. 최근, 세포로 장기를 직접 배양하는 '오가노이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A씨는 이것이 성공하여 잘 발전할 경우 동물의 배를 직접 가르지 않아도 사람의 장기를 배양하여 실험을 대체할 가능성을 본다.

더불어, 기술적 발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종차별주의의 틀을 깨는 것이다. 모든 동물실험은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 동물을 희생해도 된다는 전제를 깔아두고 있다. 동물실험의 찬성 논거로 항상 동물과 인간 사이의 유사성이 언급되지만, 유사성에 근거한 유비논증은 정당하지 않다. 동물과 인간이 유사하기에 동물실험을 해도 된다는 사고 자체가 종차별의 산물이다.

이 유비논증은 동물과 인간이 생체적으로는 유사하지만 윤리적으로는 유사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동물생리학 연구를 통해 동물이 고통을 느끼고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입증한 지 오래다. 그런데 왜 과학의 이름을 달고 그 고통을 가중시키는 행위를 지속하는가. 그것은 단순히 그들이 인간종이 아니기 때문에 고통을 주어도 괜찮다는 관념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실험동물이 해방될 미래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틀을 깨트려야 한다.

실험동물의 삶은 어디에도 없다

실험동물은 실험을 위해서 태어난다. 강제로 태어나 '보관'되다가 실험이 시작되면 끌려간다. 실험에 동원되고 죽은 동물의 사체는 영하의 온도에 보관했다가 폐기 업체에 보낸다. 그렇다면 죽지 않은 동물은 어떻게 될까? A씨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실험의 여파로 고통 속에 있지만 '죽지는' 않은 동물은 그 동물의 회복 능력을 평가하는 또 다른 실험의 대상이 된다.

진통제를 투여하고 회복의 정도를 관찰하는 것이다. 상처가 있는 경우라면 밴드를 붙여준 동물과 붙이지 않은 동물의 고통을 비교한다. 죽지 않은 동물들은 그렇게 다시 실험을 거치거나 해부에 이용된다. 실험동물로 태어난 이상, 거의 '다' 죽는다는 것이다.

실험을 위해서 태어나고, 실험에 동원되어 고통받고, 실험이 끝나면 죽음을 맞는 것이 실험동물의 삶이다. '삶'을 이야기할 때 인간은 자신의 꿈과 가치, 자아의 실현을 그려본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삶. 마우스에게도, 랫에게도, 그들에게도 삶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일생을 '삶'이라 칭하는 것 자체가 죄스러운 현실을 인간들은 만들어냈다. 타이레놀 한 알을 죄책감과 함께 삼키는 일상을 만들어냈다.

한 연구소에서 갓 눈을 감은 쥐 한 마리를 상상했다. 그에게도 삶이 있었지만, 그의 삶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덧붙이는 글 | 실험실 연구원 A씨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A씨의 익명보장을 위해 A씨에게 관한 자세한 정보는 기술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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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기본소득당 동물권 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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