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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부끄러운 노릇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보다 더 급진적으로 사랑을 전해야 할 교회가 '모든 사람은 존엄하고 평등하기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인종, 성적지향, 고용형태 등을 이유로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세력이라니.

얼마 전 서울 을지로 쪽 한 대형교회 앞을 지나가다가 '신앙과 양심에 따른 반대조차 금지하는 동성애 독재법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보았다. 그 순간 '주님 저들은 저들이 하는 일을 모릅니다. 제발 기도할 때 등장이라도 하셔서 저들이 부끄러움을 좀 알게 해주세요'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 단체 대화방을 통해 차별금지법 반대 청원이 퍼지고, 모 교회에서 단체로 국회의원에게 반대 전화와 문자를 하고,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기 위해 피켓을 들고 북을 치는 기독교인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한숨만 나온다.

정말 대다수의 기독교인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가. 예수의 이름으로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이 비상식적인 행동이 기독교인다운 행동인가. 그렇지 않다고, '우리 예수님 그런 분 아니거든요!' 강하게 외치고 싶었기에 '믿는페미'는 지난 9월 3일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위한 < 2021 평등의 이어달리기 온라인 농성 >에 집회 주관단위로 참여했다.
  
믿는페미 온라인농성 홍보물
 믿는페미 온라인농성 홍보물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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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페미는 2017년부터 활동을 이어온 크리스천 페미니즘 운동 단체이다. 매년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추모시기에 맞추어 '여성주의연합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팟캐스트 '믿는페미, 교회를 부탁해'와 예배 프로그램 '월요일에 짓는예배', 교회 안 성인지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강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여름은 특히나 뜨거웠다.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감리교 재판을 받은 이동환 목사가 광화문 인근에서 약 한 달 간 천막농성을 하였고, 믿는페미도 연대하며 천막에서 낮과 밤을 보냈기 때문이다.

우리의 힘은 어디에서 올까? 계속 싸우기 위해 또는 계속 사랑하기 위한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책을 읽고 공부하고 많은 지식을 쌓는데서, 아니면 만나서 그동안의 서러움과 분노를 토로하는 데서? 그 모든 것이 필요하지만 기독교인으로서 우리가 계속 살아갈 에너지는 예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함께 모여 찬양하고, 염원하고, 말씀을 나누며 머잖아 올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것. 그 나라에서는 모든 이가 존재 자체로 축복받을 것이다. 아무도 배제되지 않고 평안하게 주님의 떡과 잔을 나누어 먹을 것이다. 그러한 평화로운 자리, 위로받는 자리, 지치더라도 잠시 쉬고 다시 길을 걸어가자고 힘을 주고받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온라인 농성을 통해 '믿는페미와 함께 드리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짓는예배'를 준비한 이유였다.

믿는페미에서는 '짓는예배'라는 이름으로 예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목사와 성도의 수직적인 관계 안에서 드려지는 예배나 가부장적 성서 해석이 전달되는 기존 예배를 탈피하여 여성주의 관점으로 드려지는 안전한 예배, 보다 수평적인 예배를 지어가자는 의미다.

이번 예배에서는 주기도문을 재해석한 '여성들의 주기도문'을 함께 읽었고, 마가복음 7장 말씀을 읽고 묵상을 나누었다. 예배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오늘 나에게 주신 하나님의 말씀을 선물 받고 위로를 얻는 '말씀카드 뽑기' 시간을 가졌다. 본문말씀에서 예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사야가 너희 같은 위선자들을 두고 적절히 예언하였다.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백성은 입술로는 나를 공경해도,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훈계를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예배한다.' (마 7:6-7)
 
현재 예수의 이름으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어찌나 똑같은지. 예배 후 참가자들은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 확인했다'는 이야기를 나누어주었다.

온라인 농성에서 믿는페미 순서가 끝나고 저녁 7시부터는 <평등집중> 시간이 이어졌다. 하루 동안 온라인 농성에 참여한 주관단위와 참여자들이 모여 돌아가면서 소감을 나누고, 제정을 위한 힘을 모아가는 시간이다. 평소 크게 다른 단위들과 만날 접점이 없던 믿는페미 활동가들은 '우리 순서 끝나면 농성장에서 나가려고 했다가 나갈 타이밍을 놓쳐서 쭉 있었는데 너무 재미있다', '역시 사람은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좋다', '기술력이 대단하다'며 흥분한 채로 대화를 나누었다.
  
믿는페미 온라인농성 진헹화면
 믿는페미 온라인농성 진헹화면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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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기대로 벅차오르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슬퍼졌다. 우리가 각자의 금전적 이득을 보기 위해 법을 만들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보다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여정이 이렇게 길고 지난한지. 이 사람들은 왜 밤이 한참 어둡도록 집에 돌아가 쉬지도 못하는지.

더 이상 기독교 내 차별과 혐오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는 일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서 지난 9월 6일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평등세상)가 출범했다. 믿는페미도 이에 함께 연대한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기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한다. 예수는 어떤 분인가.
 
예수님은 그 시대 정결치 못하다며 혐오 당하던 사람들, 죄인이라며 배제 당하던 사람들, 존재를 부정당하던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사랑하셨고,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어울려 살아가는 하느님 나라 공동체를 이루셨습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 하는 차별금지법은 하느님의 권세 아래 있습니다. ('평등세상' 출범선언 중)
 
예수께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이들의 편에 서셔서 그 여정에 함께하신다. 그렇기에 함께 모인 이들의 연대로, 우리의 끈기와 선한 명분으로, 우리는 끝내 차별금지법을 쟁취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크리스천 페미니즘 운동 믿는페미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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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평등이념과 포괄적인 차별금지를 실현하는 인권기본법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자 실천하는 연대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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