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진수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추석전 희망퇴직 공고한 세종호텔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진수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추석전 희망퇴직 공고한 세종호텔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고진수(49)씨는 일식을 전문으로 하는 호텔 조리사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특2급 세종호텔에서만 20년째 일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느 호텔의 요리사처럼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 당초 200명이 넘던 세종호텔 동료들은 그 사이 비정규직을 포함해 70여 명으로 줄었다. 

그리고 세종호텔은 추석 연휴를 한 주 앞둔 지난 10일 다시 한 번 '희망퇴직' 공고문을 부착했다. 이는 2015년 오세인 대표가 취임한 이래로 네 번째 희망퇴직 공고로, 지난해 1월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따지면 두 번째다.

이에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역할도 맡고 있는 고씨는 15일, 홀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 섰다. 1인 기자회견 후 <오마이뉴스>를 만난 고씨는 "이건 정말 아니지 않냐"며 세종호텔의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세종호텔은 노른자 땅 명동 입구에 위치해 있다. 경영상 위기라고 하지만 호텔을 팔 생각은 없어 보인다. 가만히 놔둬도 계속 땅값이 오르니 자산이 쌓여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딱 하나 걸리는 게 있으니 바로 나처럼 근속연수가 오래된 노동자들이다. 호텔은 코로나19를 이유로 나같은 정규직 노동자를 정리하고 저임금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대체하려 한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세종호텔 '희망퇴직 공고문'에는 "회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워 인원감축을 위한 회망퇴직을 실시한다"며 "직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신청을 당부드린다"라고 적혀있다.

희망퇴직 접수기간은 2021년 9월 10일부터 17일까지이며 희망퇴직자의 퇴직일은 9월 30일로 명시됐다. 퇴직위로금은 근로계약서 월급여 기준으로 근속연수에 따라 20년 이상은 8개월,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7개월, 5년 이상 10년 미만은 5개월, 3년 이상 5년 미만은 4개월, 3년 미만은 별도 협의한다고 돼 있다. 

"희망퇴직 공고 후 소수노조가 다수노조 됐다"
 
 고진수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추석전 희망퇴직 공고한 세종호텔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진수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추석전 희망퇴직 공고한 세종호텔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이날 고 지부장은 "회사는 의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비교적 잘 유지되던 한식뷔페 식음사업장 영업을 중단했다"면서 "그 의도가 무엇이겠나. 희망퇴직 공고문에 적힌 것처럼 정규직들을 내보내고 비정규직으로 채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호텔의 희망퇴직 움직임이 거세지자 남아 있는 직원들이 소수노조였던 우리(서비스연맹 소속 노조)쪽으로 엄청나게 넘어오고 있다"라며 "이제는 과반노조가 됐다. 10년 동안 해고자 복직 싸움 등을 하며 6명만 남은 소수노조였는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세종호텔 노조는 지난 2011년 복수노조법 시행된 뒤 고 지부장이 속한 서비스연맹 소속 노조 대신 '세종연합노동조합'이라는 노조가 대표노조가 돼 호텔과 협상을 해왔다. 그 사이 호텔은 신설노조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단체협약을 폐지했고, 성과에 따라 회사 마음대로 임금을 삭감할 수 있는 '성과 연봉제'를 도입했다.

고 지부장은 "세종호텔은 부동산 자산 수천억 원을 움켜쥐고도 10년간 임금인상 한 번 하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맨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사측과 경영진의 고통분담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비스연맹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현재 세종호텔은 부동산 개발회사인 세종투자 개발 소유이며 부지는 세종대학교 대양학원 소유로 대양학원에 임대료를 내고 있다.  

이날 고 지부장은 인터뷰 말미 <오마이뉴스>에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면서 "호텔업계 노동자들은 소리 소문도 없이 다 해고를 당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는 맞지만 10월 이후부터는 '위드코로나'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보다 세심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