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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신문은 지역 언론의 대명사다. 89년에 충북 옥천군민 200여 명이 모여 창간 주주로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매주 지역주민들의 소식을 빼곡하게 실어 만들면 주민들은 신문에 줄을 쳐가며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는다. 인턴기자까지 포함한 20여 명의 기자들이 옥천 곳곳을 흩고 다니면서 기사를 쓴다. 주민들은 꼭 유명하지 않아도 꼭 특별한 일이 없어도 모두 기사의 주인공이 된다.

그렇게 풀뿌리 민주주의 초석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지 30년이 훌쩍 넘었다. 이쯤이면 탄탄한 지역신문사로 별 걱정이 없을 거 같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 매일 좀 더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한 시도와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그 고민의 중심에 있는 황민호 대표를 만났다. 
 
 옥천신문 황민호 대표 (사진 : 정민구 기자)
 옥천신문 황민호 대표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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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신문의 일주일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다. 

"월요일 오후에 편집회의를 한다. 편집국장과 기자들이 모여서 어떤 걸 취재할 계획인지 각자 발제를 하고 정리를 하고 취재에 들어간다. 수요일 오전에는 마감회의를 해서 이번 주 지면에 들어갈 기사들을 정리하는데 취재 경과나 기사의 가중치 등을 고려해서 지면 배정을 한다.

지면 배정이 끝나면 수요일 오후와 목요일은 기사를 쓰고 편집을 한다. 목요일은 밤 12시, 1시까지 작업을 하고 인쇄를 넘기면 금요일 새벽에 신문이 배송되어 온다. 신문이 오면 할머니들이 오셔서 포장작업을 하고 아침 7시에 옥천우체국에 가져가면 오전 중에 옥천군 내에 신문이 배포된다."  

- 몇 명의 취재기자가 활동하기에 그렇게 많은 기사가 나오는지? 

"현재는 정규직 기자가 9명이고 인턴 기자가 11명이다. 옥천 저널리즘 스쿨을 열어서 인턴기자를 양성하고 있고 이들이 옥천 곳곳을 취재하며 지역신문 기자로서 성장하고 있다." 

- 옥천신문의 그 많은 콘텐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놀랍다. 

"사실 뉴스는 널려 있다. 저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저널리즘이 세상을 보는 창의 역할을 한다면 커뮤니티 저널리즘은 거울과 같다고 본다. 거울은 나의 모습을 보는 거고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몸이 아픈지 등을 보여 준다. 커뮤니티 저널리즘은 바로 그런 거라고 생각을 한다. 창이 아니라 거울. 

공동체 안에서 속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특별하고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주민 누구라도 만나서 인터뷰를 할 수 있다. 옥천인구가 5만 명이니 이 분들을 다 만나려면 아직도 지면이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사소한 뉴스라는 건 없다. 보도자료 하나도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다. 어떻게 가공하고 어떻게 취재하냐에 따라 가치 있는 기사로, 때로는 비판적인 기사가 되기도 한다. 상가도 꼭 맛집으로 유명하거나 성공한 곳만 가는 게 아니라 구멍가게 할머니도 만나서 그 분의 휴먼스토리를 들어보는 거다. 옥천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옥천신문 (사진 : 정민구 기자)
 옥천신문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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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신문 창간 이야기를 들려 달라.

"1989년 9월 30일에 창간을 했다. <한겨레> 신문 초대 발행인이 송건호 선생님인데 옥천 출신이다. 한겨레 신문이 만들어지는 걸 모델로 옥천에도 군민주로 만들고 2백여 명의 주민들이 5천만 원 가량의 자본금을 모아 신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옥천에는 옥천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없었다. 작은 시골 농촌이지만 사람 사는 곳은 늘 어려움과 문제 그리고 함께 생각할 문제가 넘쳐난다. 그런데 여기는 시골이라고 기자가 안 오고 지역 역사를 기록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옥천 주민들도 우리도 지역신문 하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모아지고 오한흥 대표가 우리도 한 번 만들어보자고 나서서 시작하게 됐다." 

- 옥천신문과의 인연은?

"충남대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했다. 은사님이 옥천신문에 대한 논문도 쓰고 지역신문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서 지역, 커뮤니티 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2002년에 옥천신문에 들어와 신문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학교에서 배운 대로 신문이 만들어졌고 주민들의 피드백이 좋았다. 

대전에서 주간지에 잠깐 있었는데 그 때는 사람들이 제대로 보지도 않았는데 정말 옥천에 와서 깜짝 놀랐다. 주민들이 빨간줄을 치면서 꼼꼼하게 신문을 읽고 피드백을 주는데 정말 신문을 아무렇게나 만들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옥천신문이라는 토양에 주민들이 지역신문의 씨앗을 심어준 거다. 그래서 옥천신문이라는 나무가 뿌리를 내리면서 커왔다."  

- 기억나는 옥천신문의 특종기사는?

"옥천신문에 실리는 기사는 다 새로운 거니까 모두 특종이고 단독이다(웃음). 그 중에서 2010년에 옥천군수가 현직에서 구속된 일이 있다. 취재하면서 보니 옥천군청의 비서도 바뀌고 청원경찰도 바뀌었는데 모집공고도 안 나와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결국 밀실 채용이었다. 당시에 옥천군수, 지역 국회의원까지 와서 보도 안하면 안 되겠냐고 했지만 보도를 했다. 보도 이후에는 역으로 옥천신문을 음해하고 공격하더라. 저는 우리가 보도하면 다른 언론사도 같이 취재하고 경찰도 수사에 나설 줄 알았는데 조용했다. 입막음을 한 거다.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고 후속기사도 준비하고 주민들도 위원회를 구성하고 감사원에 감사청구까지 했지만 제대로 감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 뒤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힘내라고 팩스도 보내주고 길 가다 만나면 응원도 보내주고 구독도 많이 해줬다. 1년쯤 지났을 때 청와대에서 토착비리 조사하면 승진시키겠다고 하니 그 때서야 옛날에 보도했던 내용 찾아서 조사하고 뇌물 받은 내용 밝혀서 군수가 현직 상태에서 구속됐다."
 
 옥천신문 황민호 대표 (사진 : 정민구 기자)
 옥천신문 황민호 대표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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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님한테 옥천신문은?

"지역이 낙후되는데 신문만 발전할 수는 없다. 지역 신문은 지역과 명운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화두는 늘 지역이다. 옥천신문이 매출을 많이 올려서 월급을 많이 가져가는 게 우리의 비전이나 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옥천이라는 곳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더 재미나게 살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한다. 그리고 이게 가장 큰 과제다. 그러려면 발전에 대한 강박을 덜어내고 자치와 순환, 공생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고 끌고 나가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옥천에 변화가 일어나고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 제일 뿌듯하다. 옥천은 제가 사는 곳이고 제 아들딸이 제 친구들과 이웃들이 사는 곳이니 옥천이 좀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

- 지역신문도 어렵고 종이신문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 옥천에서 이걸 해내고 있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  

"농촌은 인구도 계속 줄고 구독자도 계속 줄어든다. 유튜브, 포털, SNS 등 뉴스를 쉽게 공급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많고 중고거래도 당근앱을 통해서 한다. 지역신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야금야금 갉아먹고 자본이 시골까지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무기는 지역 밀착과 지역 콘텐츠의 힘이다. 자본의 파고 속에서 언론계는 갈수록 열악해지는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이다."  

 
 옥천신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옥천신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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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신문은 그야말로 고군분투 중인데 제대로 된 지원책조차 없다. 

"지역신문이 어렵다고 하니 어린아이한테 사탕하나 주듯이 조금 줄게 하는 모양새다.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은 풀뿌리민주주의에 대한 지원이다. 지역신문을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이자 마지막 보루라고 얘기하는 건 지역 언론이 없는 지방자치는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아지면 직접 공론장을 만들기 어렵다. 월드컵 경기장에 몇 만 명이 들어간다고 해서 거기서 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지역사회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건강한 매체들이 여론을 기사화하고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고 견인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그나마 풀뿌리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많이 확보하고 전국을 그물망처럼 만들어 각 지역의 미디어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소수자들이 좀 더 쉽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 지역 언론을 기반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커뮤티니 저널리즘 센터를 만들고 센터가 사무국을 같이 겸하면서 지역신문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커뮤니티 저널리즘 연구소,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 등을 만들고 여기서 성장하는 지역신문 기자는 공익 활동가 중의 한 명으로 역할을 하면 좋겠다. 더 나아가서는 라디오, 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 활동가를 양성해서 전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그래서 지방자치제도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 지역신문이 민주주의 기반이라는 말씀인데.

"4년마다 있는 선거나 광장 촛불을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그건 민주주의라는 환영이고 신기루에 불과하다. 우리가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다는 걸 잠시 환기시켜주는 장치일 뿐이다. 민주주의는 공기나 물과 같이 살아 숨 쉬어야 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정말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지 내가 살고 있는 곳의 불편함을 얘기하고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을까 보면 그저 민주주의 놀이를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 

막장드라마 같은 뉴스 혹은 누구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소위 '무슨 빠' 혹은 '무슨 까'가 되어 싸우는 모습은 정말 사회적 자원낭비다. 그리고 이걸 언론이 부추기고 있다." 

- 언론 현실을 두고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풀뿌리 신문의 기초가 튼튼해야 그 위에 뭔가를 올릴 수 있다. 언론이 짧은 시간 내에 상업적으로 변질되어 버리고 포털이 블랙홀처럼 많은 언론사를 빨아들였다. 거기에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기사들로 뉴스를 만드는데 이건 언론의 퇴행이다, 사회적 자원의 낭비다.

가게에서는 하루 종일 종편이 나오고 종편에서는 다이어트, 건강 협찬 받아서 방송 만들면서 생각을 세뇌시킨다.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는 또 뭔가? 국가기간통신사가 기사용 광고를 판매하다니 말이 되는가? 이게 지금 언론의 현실이다. 풀뿌리 언론들이 정말 이 판을 제대로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제도적 지원, 체계적인 언론이 양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언론개혁을 이야기하지만 정파적인 접근만 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형식으로 가면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는 줄어들고 보도는 움츠려 들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지역 언론 공약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우리가 직접 일구지 않고 누가 해줄 거라는 기대는 참 허망하다. 누가 대신 해줄 거라며 초인을 기다리는 게 우리 자신을 약화시키는 거 같다."

- 옥천 지역 미디어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 같다. 

"지역에 푸드 플랜이 필요한 것처럼 미디어플랜이 필요하다. 신문은 구독을 기반으로 하는 체계이니 그 위에 무료로 좋은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생활정보지와 옥천닷컴을 만들었는데 라디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동체 주민들이 참여하는 라디오는 좋은데 이게 얼마나 오래 갈까, 정말 들을 만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있다. 하지만 방송에 참여한다는 새로움도 있을 거 같다. 우리는 신문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밀도 있고 시사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는  미디어센터에서 다양한 미디어활동가들을 키워내고 싶다. 다양한 미디어활동가들이 지역에서 밥벌이를 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래서 옥천 기록 공동체 법인도 만들었다. 미디어 기록, 지역 아카이브 카페를 열고 신문이나 저작물 등을 보관해서 주민들이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옥천저널리즘 스쿨도 운영 중이다. 청년들이 옥천에서 한 달 살면서 옥천을 알고 취재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 올해 은평시민신문이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응원의 말씀 부탁드린다. 

"신문사는 어려울 때가 많다. 돌아보면 한시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던 거 같다.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을 하니 권력과 자본은 언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집과 독선의 행태를 보이는 권력에 자꾸 돌을 던지는 게 언론이다. 고인물에 아무도 돌을 던지지 않으면 썩는다. 지역 언론은 돌을 던지며 산소를 공급해주는 거다. 그래서 지역신문은 외로운 싸움일 수밖에 없으니 좀 멀리보고 길게 가면 좋겠다. 

지금의 어려운 시간 또한 지나갈 것이고 나중에 우리가 자랑하고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가 될 거다. 오히려 평화롭고 아무 일도 없을 때가 더 위기일 수 있다. 지금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나면 더 단단해질 것이다. 

다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존중받고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협동조합이라는 어떤 이미지 때문에 협동조합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건 좀 걷어내고 실체를 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은평시민신문은 같은 배를 타고 은평이라는 공동체 바다로 계속 항해하는 하나의 결사체라는 걸 잊지 말고 지치지 않고 지속가능할 수 있게 잘 버터길 바란다.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옥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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