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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도 문득, 한숨을 쉬게됩니다.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고, 내가 누군가에게 건넨 말은 내 진심이 제대로 전해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매일 같은 잔소리를 하는 것 같은데 달라지는 건 없어보입니다.

'여행 가고 싶다' 생각은 늘 하는데 어딘가로 훌쩍 떠나기에는 많은 것들이 걸립니다. SNS에는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신상을 사들이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 건지. 잘 차려입은 사람들과 활짝 웃는 사진을 올리는 저 친구는 늘 근사하고 나이를 먹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거울 속 나는 자꾸 세월의 흔적이 늘어가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누가 행복한가요? 정작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 인생은 흠하나 없이 완벽해.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해서 죽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보셨나요? 글쎄요. 혹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완벽한 인생을 사는 사람을 솔직히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아이를 기르다보면 형제 중 한 명 정도는 엄마를 힘들게 합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착한 모범생 아이를 둔 사람이라도, 남편과의 소통은 잘 되지 않아 늘 관계가 삐그덕거릴 수도 있지요. 또, 남편과 아이들에게 큰 불만없이 살지만 시부모님과의 갈등으로 평생을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빠듯하고 부족한 사람은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또 사는게  그렇게 만만하지만은 않더군요. 그러니까 이 세상에 완벽히 행복한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행복한 사람, 완벽한 인생이라는 건 없습니다. 그런데 누구나에게 있는 게 단 하나 있습니다.

바로 '행복한 순간'입니다. 
 
행복의 순간을 모으는 습관
 행복의 순간을 모으는 습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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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많은 일이 있었고, 어쩌면 일이 잘 안풀려서 속상하고 힘든 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나에게 화를 내는 사람과 실랑이를 했을지도 모르고 길을 가다 넘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모든 순간이 숨쉬기도 힘들만큼 어렵고 복잡하기만 했을까요.

빨래를 널러 베란다에 나갔는데 문득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가을이 왔나봐,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내 아이가 까르르 웃었던 순간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오랫만에 꺼내입은 스커트가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잠시 거울 앞에 서서 '제법 괜찮은데' 하며, 혼자 으쓱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100% 완벽한 삶이란 사실 없습니다. 그런데, 행복한 순간을 찾아내어 기억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그 사람이 그 순간에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내 삶의 행복한 순간을 지나치지 않고 마음에 새겨두는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사람. 잘 기억해두는 사람. 그 기억들이 모이면 조금씩 조금씩 삶의 기억 창고에는 행복이 쌓여갑니다.

그런 창고가 내 안에 채워져 있다면, 내 삶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여행을 가고 사진을 찍는 이유는 그 아름다운 순간을 남겨두고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루하루를 여행하듯, 여행지 속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사진을 찍듯, 소중한 순간과 아름다운 기억들을 찾아내는 취미를 갖는 것은 삶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행복한 순간을 잘 찾아내어 기억할 줄 아는 엄마가 아이에게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도 가르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소중하고 중요했던 순간을 많이 이야기할 줄 아는 엄마와 자라는 아이들은, 그런 반짝이는 엄마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배워나가겠지요. 오늘 학교에서 다녀온 아이에게 "오늘 어땠어? 무슨 일 있었어? 공부는 잘했어?" 그런 물음을 던지지 말고 이야기해보세요.

"오늘 엄마가 아까 마트에 다녀왔는데. 저기 놀이터 앞에 너무 예쁜 나무가 서있는 거야. 그 나무 밑에 잠시 앉아 쉬다 왔는데. 그 순간에 우리 OO는 지금쯤 학교에서 뭘하고 있나 생각도 하고. 잠시 쉬면서 참 행복했어."

"오늘 아침 OO가 엄마가 만들어준 오믈렛 먹다가 너무 맛있다면서 그릇을 싹싹 긁어가며 먹었잖아.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하루종일 문득문득 생각하며 웃었어."

"아까 오후 두 시쯤 비올 때 무슨시간이었어? 오늘따라 빗소리가 정말 근사하더라. 엄만 그때 마침 커피 마시며 책읽고 있었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어."

그러면 아마 내 아이도 나에게 행복의 순간을 들려주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올 것 같습니다.     

"엄마, 나 오늘 요정 모양의 구름을 봤어. 정말 예뻤는데. 엄마도 봤어?"
 
저는 순간순간 행복을 찾아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행복은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그러나 풍요롭기 위해서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같은 것을 보고 얼마만큼 감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풍요와 빈곤이 나뉩니다. 그러니까 삶의 풍요는 감상의 폭이지요.  - 박웅현, <책은 도끼다>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그녀를위한모든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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