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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첫날인 처서(處暑)가 지나고, 백로(白露)부터는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하얀 이슬'이라는 뜻의 백로 때에는 일교차가 크다. 또 밤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 이슬이 맺히기에 붙은 이름이다.

요즘엔 절기 백로의 느낌보다 잠 못 이루도록 한 외국산 매미의 70㏈ 크기 울음이 대부분 사그라들고, 밤사이에 귀뚜라미 소리가 더 잘 들리는 시기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다음 맞이하는 명절은 추석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추석이면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었습니다"라는 뉴스의 첫 머리말이 나왔다. 그 후엔 "김포공항에 연휴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렸습니다"로 뉴스 멘트가 바뀌었다. 아직 중국에서는 '중화민족 대이동'이란 뉴스 제목들이 추석 때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2020년에는 처음 겪는 코로나19 감염증에 대해 우려 반으로 움츠렸지만, 이번 추석은 왠지 다른 기분이 난다는 분들도 많다. 수도권 방역 4단계 조치는 물론 외국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상황 때문인지 올해 추석을 맞는 사람들의 까급증(갑갑증의 경상도 방언)은 극에 달하고 있다.

세상살이는 오고 감에서 정(情)이 나는데, 감감무소식이다. 그리운 가족 친지들이 오순도순 모여 도담도담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는 가을밤은 둥근 보름달이 뜬 추석이 제일 좋다.

추석은 좋은 가을

14세기 고려 때 정몽주는 <포은집>에서 "이슬이 차가워져 어느새 추석 되니, 구름이 날아올라 고향이 그리워지네"라며 추석 무렵에 벼가 익는 고향을 노래했다. 중국 당송팔대가인 두목(杜牧)과 소동파 등 시에서는 추석 명절이 아니라 가을밤 또는 가을 저녁을 이야기했다.

이래저래 추석은 좋은 가을을 암시한다. 우리에게 전해지는 추석은 길쌈 내기에서 진 쪽의 여성들이 회소곡(會蘇曲)을 부르며, 이기거나 진 쪽이 함께 놀았던 축제였다.

1823년 편찬된 <해동역사>에 따르면 1세기 초, 신라 유리이사금 왕 때부터 불린 노래로 회소회소(會蘇會蘇) 하던 탄식조의 음조가 매우 슬프고, 춤추던 여성이 아름다워 그 소리를 따서 노래를 짓고, 회소곡이란 이름을 붙였다.

처서 다음날부터 시작한 길쌈 내기는 8월 보름까지 한 달 동안 그 공의 많고 적음을 따진 다음, 진 쪽에서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이긴 쪽을 축하하고, 이어 춤과 노래 등 유희 놀이를 하는 것을 가배(嘉俳)라 부르면서 유래한 것이 추석이다.

음력 8월의 한가운데 또는 가을 가운데를 의미하는 한가위는 가배에서 유래한 말로 가배(嘉排), 가우(嘉優), 가위, 가윗날과 함께 추석을 일컫는다. "달빛이 가장 좋다"는 가을밤과 함께 음력 8월 보름달은 중추지월(中秋之月)이라고 한다.

보름달 아래에서 춤추고 놀았던 명절 축제는 14세기 여말선초부터 설날과 단옷날, 추석에는 사당에 제사를 지내고, 추석에는 성묘하는 것이 동방예의지국의 오랜 풍습이라 했다.
   
1486년 8월 <성종실록>에도 추석 연회를 기록한 것으로 봐서 왕실과 민간에서도 유교식 명절 예법의 차례를 지내고 축제를 즐겼다. 조선 중엽 성여신은 <부사집> 시에서 길쌈 후 "그 놀이를 가배라 이름하고 명절로 삼았는데, 지금까지 남은 풍속이 민간에 전해진다"라고 했을 만큼, 집안과 마을 축제가 열린 날이 바로 추석이었다. 극한 노동의 아픔과 고통을 축제로 승화한 우리 조상에게 감사하는 날이기도 하다.
  
 돈각스님
 돈각스님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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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대한불교조계종 백령사 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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