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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텃밭에서 수확한 늙은 호박
 텃밭에서 수확한 늙은 호박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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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것이 백로가 지나서 그런가 보다. 아침 일찍 가족과 산책을 나갔다. 얇은 긴팔을 입고 걸으니 따뜻하면서도 상쾌했다. 인적이 없는 뒷산 길에서 마스크를 잠시 턱밑으로 내리니 숲 내음이 좋았다. 이슬비가 내려 빗물과 어우러진 그 냄새가 싱그러웠다.

토란잎 위로 빗물이 고여 있었다. 손가락을 튕겨 빗물을 털어내니 또르륵 흘러내리는 것이 신기하다며 아이가 재밌어했다. 추석에 토란대로 육개장도 해먹고, 토란탕도 끓여 먹을 수 있겠다.

필자는 고향에서 추석에 토란탕을 끓여 먹은 기억이 없다. 토란은 물이 많은 땅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필자가 나고 자란 지역 특성과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이 맛있는 토란을 다 커서야 먹게 됐다. 토란은 천남성과 식물로 독이 있다. 토란은 손질하는 것부터 신경써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아직도 생소한 음식재료이다.

뒷산 길을 따라 텃밭이 있다. 부지런한 밭주인들 덕분에 여러 가지 텃밭 식물들을 보고, 배운다. 필자의 텃밭에는 호박과 가지, 고추가 한창이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호박은 텃밭에서 빠질 수 없는 열매채소이자 잎채소이다. 잎도 크고 꽃도 열매도 크다. 작은 울타리만 있어도 잘 감고 올라가 뻗어나간다.

물론 호박은 땅 위를 기면서도 잘 자라지만, 텃밭을 가꾸는 이들에겐 땅을 조금이라도 허투루 쓸 수는 없으니 덩굴이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곳에 호박을 가꾸는 것은 당연하다.
 
 호박넝쿨과 호박꽃. 호박은 꽃 아래에 열매가 달린다.
 호박넝쿨과 호박꽃. 호박은 꽃 아래에 열매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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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살던 집 돌담에 호박넝쿨이 걸려있는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특별할 것 없이 아주 평범한 농촌 풍경인데, 왜 이런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엄마가 호박잎을 쪄주셔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으로, 호박잎을 찌고, 감자를 갈고 호박을 채 썰어서 감자전을 부치던 기억으로, 지금도 비오는 날이면 호박을 넣은 감자전을 하는가 보다. 오래된 한옥 뒷방에는 크고 무거워서 어린아이가 들 수 없었던 늙은호박이 항상 서너 개씩 놓여있었다. 이번에 심은 호박이 그렇게 커지는 맷돌호박이었다.

얼마 전 커져 더 이상 달려있는 것이 위태로워 보이는 호박 세 덩이를 집에 가져왔다. 어릴 적 늙은호박 딱 그 느낌이었다. 무심히 집 한구석에 놓여 있다가 언젠가 배를 갈라 씨를 파내고 죽을 끓이거나 떡을 만들겠지. 어쩌면 11월 할로윈에 잭-오-랜턴을 만들지도 모르겠다.

지금 한창인 호박을 보니 얼마 전 애호박 하나 가격이 4천 원에 육박해 호박이 빠진 된장찌개를 먹었던 것이 생각났다.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채소 가격이 갑자기 오를 때면 작은 텃밭이라도 있는 것이 참 다행이다. 그래서 손을 놓지 못한다.

호박은 열매가 크고 탐스럽다보니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그럴 때면 호박꽃 아래에 바로 작은 호박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호박은 암꽃 아래에 작은 호박이 생기는데, 이렇게 열매가 꽃 아래에 달리는 경우를 '자방하위'라고 한다. 자방(열매가 되는 부분)이 꽃의 다른 부위보다 아래에 있다는 뜻이다.

자방하위가 있다면 자방상위도 있겠다. 목련처럼 꽃잎 안쪽으로 열매가 생기는 경우이다. 꽃은 잎 모양과 꽃 전체의 모양이 너무 다양하고, 열매가 맺히는 위치도 많이 다르다. 이런 것을 알고 보면 호박이 더 재미있게 다가온다.
 
 호박꽃
 호박꽃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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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 중국을 통해 들어왔을 것으로 추측한다. 처음엔 절에서 중이나 먹는 음식으로 여기다가 점점 많은 사람들이 먹었고, 지금은 호박 없이 살 수 없게 되었다.

세계에서도 블루베리, 요거트, 토마토, 콩 등과 함께 항상 슈퍼푸드에 선정되는 것이 호박이다. 호박은 에너지로 쓰이는 당질이 풍부하고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비타민과 인, 칼슘, 철분 등이 많아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한다. 예전엔 맷돌호박이 대부분의 호박음식 재료였다면 지금은 다양한 종류의 호박을 즐길 수 있으니 더 많이 호박을 먹고 건강해지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활동가 입니다.


태그:#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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