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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초등학교 1개 학년부터 학급당 학생수 20명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이 이와 관련해 각 정당의 대선후보들에게 제안하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왔습니다. [편집자말]
수도권 중학교의 모습.
 수도권 중학교의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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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교육부가 작은 학교들을 통폐합하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많은 반발이 있었습니다. 교육청 앞에 농촌지역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이 농성을 했습니다. 

그때 머리가 하얀 노인께 "왜 작은 학교 통합을 반대하느냐. 큰 학교에 가면 시설도 좋은데 굳이 왜 시골학교를 고집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 노인은 "지금 우리 손자가 있는 교실에는 학생이 열 명이어서 선생님이 우리 손자를 보는 시간이 최소한 5분은 된다. 하지만 큰 학교에 가면 우리 손자는 선생님 눈에 보이질 않을 거다. 시설이 좋지 않아도 작은 학교가 좋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시골 노인의 안목에 탄복했던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학습환경으로 시설이나 설비 등 다양한 것이 있지만, 그중에서 교사의 보살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학급당 학생 수의 중요성입니다. 이 학급당 학생 수는 학생의 연령이 낮을수록 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일 경우,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어 학교폭력이 감소합니다. 특히 다인수학급에서는 교사주도의 주입식 수업이 되지만 학생 수를 줄이면 학생들이 참여하는 미래형 수업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학급당 학생 수는 교육 선진화의 척도라 할 수 있습니다.

초등 23.1명, 중등 26.7명... OECD 꼴찌 수준 
 
학급당 학생 수(OECD 교육 지표, 2020)
 학급당 학생 수(OECD 교육 지표, 2020)
ⓒ 이은주 의원실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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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선진국인 대한민국은 콩나물 교실 하나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가입한 OECD 30개국 중학교 학급당 학생 수 통계에서 우리는 거의 꼴찌인 24위입니다. 상위 10개국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 17.8명, 중학교 19.2명인데, 우리는 초등 23.1명, 중학교 26.7명입니다. 창피합니다.

보통 학급당 학생 수 통계에 23명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학생의 절반은 23명 이하의 학급에서 공부한다고 보면 됩니다. 실제로는 우리나라 학생의 80%가 21명 이상의 과밀학급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라는 주제는 대한민국 교육계의 숙원입니다. 국회에 입법청원도 되어 있고, 의원 입법발의를 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교육부나 특히 기재부 쪽에서는 부정적입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입니다. 

기재부나 행안부, 교육부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과 반대방향으로 교원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교원의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 수에 크게 못 미치는 신규교사 임용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교사 수가 줄어듭니다. 세종에서는 새로 생기는 학교에 기존 학교의 교사들을 빼내서 배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학급당 학생 수 별 분포
 학급당 학생 수 별 분포
ⓒ 세종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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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는 우리 학생들이 선생님과 눈 맞추며 공부하는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학교폭력을 줄이며, 이후 학년에서 학습격차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환경입니다.

예산타령을 하거나 "취지는 좋은데 가능하겠느냐"는 추상적 걱정은 의미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학생들은 과밀학급에서 공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능합니다, 세종시부터 하겠습니다... 주요한 교육공약으로 받아주세요

세종시교육청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이 실현 가능한 정책이며, 그 효과가 큰 정책이라는 점을 먼저 실행해서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래서 2022년에 초등학교 1개 학년부터 학급당 학생 수 20명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지금 25명으로 짜인 학급을 20명으로 재편합니다. 그렇게 되면 읍·면 단위를 제외한 동지역에서는 학교당 1개 또는 2개 학급이 늘어나서 총 50여 개 학급이 늘어납니다. 소요 예산은 25억 정도입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급당 학생 수 20명의 모델을 만들어서 수업을 하게 됩니다. 전체 학년을 모두 한꺼번에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한 개 학년씩 늘려나가는 것은 가능합니다. 더구나 학령인구감소 때문에 초등학교 학생 수가 줄어듭니다. 이런 기회에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한다면 교육환경도 좋아지고, 학령인구의 감소라는 충격도 완화됩니다.

이 정도의 재정부담과 인력부담은 세종에서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급당 학생 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교원정원에 대한 교육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내년에 새로 출범할 정부에서 "학급당 학생 수 20명" 정책을 주요 교육정책으로 수용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정당이나 대선후보들께 간절하게 요청합니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를 새로운 정부의 주요한 교육공약으로 받아주십시오. 우리 아이들이 교사와 눈 마주치며 공부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주십시오.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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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교진은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이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입니다.


태그:#콩나물교실, #학급당학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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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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