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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현장접수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 3층에 마련된 접수창구에 신청서를 든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현장접수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 3층에 마련된 접수창구에 신청서를 든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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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자기는 국민 지원금 받아? 나는 지원금 대상이 아니라고 딱 뜨던데?"
"자기도 알아봐."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온라인 신청이 시작된 첫날 주민지원센터 행정사가 주무관에게 건넨 말이었다. 처음엔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의아했다. 우리 가족은 당연히 받을 거라고 생각해서 따로 자격여부를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격 운운도 당황스러웠는데 그 소식을 전하는 그분의 목소리에는 다른 뜻이 담겨 있었다. 

대화의 상대는 대답이 없었다. 그도 뜬금없는 소리에 말문이 막혔는지, 섣불리 대답을 하지 않는 조심스러운 성격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9월 인사 발령으로 와서 아직 근무지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낯선 상황이었기에 그분의 거침없는 말이 당황스러울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그의 침묵을 통해 짐작했던 것 같다.

그분은 자신이 소득기준 상위 12%에 해당에서 지원금 대상이 아니라고 덧붙여 말했다. 당연히 못 받을 줄 알았다는 말도 했기에 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것 자체로 기분이 나쁠 것도 없었고, 오히려 상위 12%의 위치를 증명했다는 것이 뿌듯해 보였다. 워낙 톤이 높은 목소리는 조용한 아침 시간에 실내에 꽉 찼고, '솔'음 이상으로 흐르는 고음은 "긍지가 주는 감동에 젖어 깃든 상쾌한 우월감"(나카지마 요시미치, <차별 감정의 철학>)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제야 국민지원금 신청일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침에 들어올 때 다른 날에는 보지 못했던 주민지원센터 입구에 길게 늘어선 어르신들의 행렬도 이해가 되었다. 모두 국민지원금 때문에 일찍부터 주민지원센터를 찾은 것이었다. 기다리던 분들과 이후에도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은 오프라인 신청 기간을 안내받고는 모두 돌아갔다. 헛걸음이었지만 헛걸음이라고 해서 짜증을 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은 상위 12%라서 대상이 아니라고 했던 그분이 말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 말하니 대뜸 대답이 날아왔다. 

"무슨 소리야, 경기도는 그 12%에게도 전부 지급하는 걸로 결정 났는데."

자세히 검색하니 과연 그랬다. 그분의 말은 도대체 뭔가 싶었지만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따져 묻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국가에서 결정한 88% 지급을 찬성하지는 않았지만, 이왕 이렇게 결정된 상황이니 다른 시도의 상위 12%의 분들도 모두 그분과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진의는 모르겠으나 "전혀 오만하게 느껴지지 않는 우월감"(나카지마 요시미치, <차별 감정의 철학>)으로 느꼈다.

국민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3일차가 지나니 지원금 대상 여부 관련 이의신청이 폭주하고 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누군가는 호탕하게 자랑하고 과감히 포기할 수 있었겠지만, 관련 뉴스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소식이었다. 국민지원금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자신은 받았지만 더 어려운 사람에게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여전히 있었다. 그러나 12%로 결정된 많은 사람들이 대상 선정 관련해서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고 국민신문고에서는 별도로 이의신청 접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행안부는 지난 6월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가구' 기준으로 지급 대상을 선별했다고 발표했다. 6월 이후에 변동이 있는 사람들의 불가피한 이의신청이 대부분이라고 믿고 싶지만, 보도를 접하면 지급 기준 자체에 대한 이의신청도 많은 것 같았다. 12일까지 온라인 이의 신청이 10만7000여 건을 넘었다는 보도도 있었고, 이의신청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측할 수 없지만 논란의 여지는 충분히 있는 것 같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이의신청 사유는 이사 등으로 인한 가구 구성 변경 사실 미반영, 혼인 및 해외 체류 중인 가족 귀국에 따른 가족 구성원 증가,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과다 산정 등이다. 

국민지원금 이의신청이 폭주하고 국민 불만이 이어지자 여당은 이의신청을 적극 수용해 하위 88%인 지급 범위를 90%까지 늘릴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발표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88%라는 기준이 쓸데없는 논란을 일으키고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뺏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철없는 일부의 생각이겠지만 국민지원금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12%에 속한다고 해서 88%를 조롱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싶지만, 애초 88%라는 기준 설정 자체가 대상자의 선별과 이의신청을 위한 행정력과 비용을 고려할 때 과연 합리적인 결정이었는지의 의문이 남는다. 또 선별적 지원으로 상대적 만족감 내지는 상대적 빈곤감 등의 차별적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를 배려하고 칭찬하며 자신을 비하한다. 사회적으로 열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상대의 교활한 마음을 알아채지만 상대의 '내면에 깃든 우월감'에 지고 싶지 않기에 상대를 칭찬하지도, 자신을 비하하지도 않으려고 한다. (나카지마 요시미치, <차별 감정의 철학>)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나라에서 국민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상황은 여전히 낯설다. 법적으로 보장된 복지 개념이 아닌 특별한 상황에서의 지급이라서 그런 듯하다. 그런 만큼 지급 기준이나 지급액, 지급 여부에 관한 논란은 불가피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경계선에 있는 경우 국민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해 최대한 구제하겠다"면서도 "기준을 명백히 넘어서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판단하기 모호한, (지급 대상에 포함할) 재량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 있다면 그 민원을 제기한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지원하겠다"(뉴시스, 2021.09.13.)고 말해 본인 스스로 경계의 모호함과 어려운 입장을 인정하는 것 같기도 했다.
 
88%와 89%의 경계는 합리적인 것일까? 기준은 공정할까? 받은 사람들끼리도 서로를 비교하고 견주는 상황도 벌어지는 것 같다. 나보다 가진 것이 없는 누구는 못 받았고 자신은 받았다는 말도 하고,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지인 사이에서도 지급 대상이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다. 국민을 재산으로 서열화하고 경계를 가르고 나누는 판단을 하는 주체는 그런 민원에 대한 고려는 한 것일까? 

5차 국민 지원금 지급이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주는 것이라면 12%의 선별이 꼭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주고도 욕먹는 상황은 매번 지원금을 지급할 때마다 나온 말이었지만, 매번 그런 말이 반복되는 것은 국민의 소리에 좀더 세심한 귀기울임이 필요하다는 방증은 아닐까. 

우리 가족은 첫 주에 온라인으로 모두 신청을 마쳤다. 다음 날 입금되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시장에 가니 벌써부터 국민지원금 결재 관련한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고 장 보러 나온 사람들도 결재 직전 사용할 수 있는지 묻고 결재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석이라서 시장이 들썩이는 것인지 국민지원금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래 상권이 북적이고 상인들이나 찾는 발걸음이 활발해 보여 재난지원금의 지급 목적은 소기의 성과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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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씁니다. 50대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은 생도 이전처럼 힘 있게 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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