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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지린성 도문 근교의 초모정자산으로 최초의 독립전쟁 승첩지 봉오동전적지다(2005. 6. 촬영).
 중국 지린성 도문 근교의 초모정자산으로 최초의 독립전쟁 승첩지 봉오동전적지다(2005. 6. 촬영).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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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그 누구도 무릎을 꿇는다는, 세월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고교 시절 3년간 신문배달을 했다. 그때는 조석간제라 하루에 두 차례나 신문이 나왔다.

게다가 이즈음과 같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단지는 없었고 자전거나 오토바이도 매우 귀하던 시절로 배달구역은 엄청 넓었다. 첫 배달구역은 종로구 가회동이었는데, 가회동뿐 아니라, 그 옆 삼청동 고지대 일부까지도 맡았다.

대학 3, 4학년 시절은 학훈단 후보생 시절로 군사훈련 시단은 구보를 하는 게 기본이었다. 그러다가 대학 졸업 후 광주보병학교에 입교하고자 용산역에서 열차를 탄 뒤 이튿날 새벽 송정리역에서 내렸다.

그때 마중 나온 교관이 송정리역 광장에 집합시킨 뒤 "목표! 상무대 뛰어 갓!"이라는 말과 함께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 시간부터 16주 교육기간 내내 구보였다. 그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보병은 3보 이상 구보, 보병 땅개 란 말이었다.

교육 기간 내내 엄청 뛰고 박박 기었다. 보병학교 수료 후 배치된 부대는 보병 제26사단 경계 부대였는데, 보직은 소총소대장이었다. 거의 날마다 잠복호 순찰과 수색 등으로 서부전선 산야를 전천후로 누볐다. 아무튼 그 시절은 하루 종일 걸어도 다리가 아픈 줄 몰랐다. 그렇게 단련된 탓인지 나는 늘그막에 현대사 역사현장 답사를 참 많이 다녔다.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 대륙 곳곳에 흩어진 동삼성, 곧 드넓은 만주 지역의 남만주, 북만주 헤이룽장성 일대를 4차례나 누볐다. 답사현장에서 안내원이 지형설명으로 끝내려고 하면 나는 그를 기다리게 한 뒤, 산 정상까지 올라가서 지형을 살피고 카메라에 담곤 했다.

"어르신, 산삼 잡수셨습니까?"
"난 그런 것 먹어본 적 없습니다. 나는 보병장교 출신이요."
"아, 네. 어쩐지..."
 

그 대답에 안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지린성 광화 합니하의 옛 신흥무관학교 옛 터, 지금은 벼논과 포도밭으로 변해 있었다.
 중국 지린성 광화 합니하의 옛 신흥무관학교 옛 터, 지금은 벼논과 포도밭으로 변해 있었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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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앞에 장사 없다

며칠 전, 원주역에서 풍기로 가고자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데 반대편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아뿔싸! 내 건망증을 탄식하며 승차를 포기하려는데 기관사가 나를 바라보며 지하도를 통해 돌아오라고 일렀다. 그 말을 듣고, 거기서 50년 전 현역시절처럼 구보로 반대편 플랫폼으로 재빠르게 달려간 뒤 열차에 올랐다. 그런 뒤 열차 내에서 5분 정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날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온 뒤부터 무릎관절을 무리했는지 이즈음 이따금 통증을 느끼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그날 엄청 재빠르게 뛰었다. 아마도 무릎관절이 그때의 뜀박질을 배겨내기 힘들었나 보다.

그래서 이즈음은 몹시 조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지팡이를 짚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데도 손잡이에 의존치는 않는다. 요즘 따라 '세월 앞에 장사 없다'란 말을 곱씹으면서 그동안 강건했던 내 다리에 감사함을 느낀다.

"사랑의 하느님! 감사합니다. 여태까지 강건하게 살아오게 한 저는 당신에게 충심으로 경배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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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어린이 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 <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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