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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한국인들은 일본 정치가 군사대국화와 멀어지고 극우세력이 약해지는 쪽으로 변화하기를 바란다. 미국인들 역시 일본이 위험해지는 것을 원치는 않지만, 한국인들의 시각과 미국인들의 시각에는 서로 결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같은 인물이 '재림'하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한국엔 거의 없지만, 그것이 미국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시각으로 지난 10일 미국 의회조사국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그런 정서를 접할 수 있다.

'도쿄의 정치적 전이(Political Transition in Tokyo)'라는 제목이 달린 이 보고서는 지난 3일 있었던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자유민주당(자민당) 총재 불출마 선언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각 중 유력한 한 가지를 반영한다.
 
 지난달 16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과 스가 일본 총리가 햄버거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미 백악관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과 스가 일본 총리가 햄버거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 일TV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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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의 사퇴 선언이 미칠 파장을 전망하는 이 보고서는 스가의 사퇴가 일본뿐 아니라 자국에도 불안정을 줄 수 있다고 짚는다. "스가의 선언은 일본 정치를 불확실성으로 몰아넣었으며 이는 결과가 미칠 범주에 따라 합중국·일본 동맹에 잠재적으로 중요한 함축을 띨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한다.

보고서는 단명 총리로 끝나는 스가의 운명이 차기 총리 혹은 차차기 총리에게도 전이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2006년 9월 26일부터 이듬해 9월 26일까지 1년간, 2012년 12월 26일부터 지난해 9월 16일까지 약 8년간 장기 집권한 아베 신조에 뒤이어 총리가 된 스가의 정치적 단명이 앞으로의 일본 총리들에게 '대물림'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만약 일본이 지도자를 자주 교체하던 관행으로 되돌아간다면, 도쿄는 덜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약 9년간 재임한 아베 신조 같은 안정적인 인물에 대한 미국의 희망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국내 언론들에 보도된 12일자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총리는 아베나 스가를 계승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일본인이 58%나 된다. 아베나 스가를 계승하지 않는 인물을 희망한다는 것은 상당 수준의 정치적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 같은 유권자들의 정서는 정치혁신 혹은 정치 불안정을 초래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의회조사국이 일본의 정치상황을 우려하는 것은 이런 정서와도 무관치 않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아베 전 일본 총리를 바라보는 시각

 
 
 본문에 소개된 보고서.
 본문에 소개된 보고서.
ⓒ 미국 의회조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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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보고서를 작성하고 검토한 미국인들이 일본 유권자들의 정서와 상반되는 아베 신조 같은 인물을 선호하는 것은 그런 인물이 나와야 미일동맹이 안정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고서는 "일부 관측통은 대체할 자연스런 후계자가 없을 경우에는 일본 정치가 이전의 패턴인 단명 지도부 체제로 복귀화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아베 신조 장기 집권 이전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거론한 뒤 "워싱턴의 지도부 변화와 동시에 일어난 이 정치적 격변의 시기는 합중국·일본 동맹의 정책 협력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일으킨 조지 부시 행정부는 2005년 1월 제2기 임기에 들어갔다가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대체됐고, 오바마 정부는 2013년 1월 제2기 임기에 들어갔다. 부시 행정부 제2기가 후반부에 접어든 때부터 오바마 행정부 제2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미국의 세계전략은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부시 행정부의 세계전략은 도처에서 반발을 초래하며 미국의 도덕적 위상을 떨어트렸고, 오바마 행정부는 그런 부시의 전략에 적지 않은 수정을 가했다. 그런 뒤인 2011년에 오바마는 대(對)중국 전략을 수정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선보였다. 중국이 세계 제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직후에 등장한 재균형 정책은 트럼프 때보다는 강도가 낮지만 이전보다는 강도가 높은 대중국 압박 전략이었다.

미국의 세계전략이 도전을 받고 변화를 모색하던 조지 부시 제2기 이후로 일본에서는 정권교체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조지 부시 제1기 행정부보다 3개월 뒤인 2001년 4월 출범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이 조지 부시 2기 후반부인 2006년 9월 해체되더니, 이때부터 6년간 총 일곱 차례의 내각 교체가 일어났다.

2006년 9월에는 자민당의 아베 신조 내각(첫 번째), 2007년 9월에는 자민당의 후쿠다 야스오 내각, 2008년 9월에는 자민당의 아소 다로 내각이 등장하더니, 2009년 9월에는 정권이 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18년 10월 14일 일본 육상자위대 사열 행사에서 예를 표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18년 10월 14일 일본 육상자위대 사열 행사에서 예를 표하고 있다.
ⓒ 총리 관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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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범죄를 참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하토야마 유키오가 그로부터 9개월간 재임했고(네 번째), 간 나오토가 2010년 6월부터 2011년 9월까지, 노다 요시히코가 2012년 12월까지 재임했다. 이렇게 해마다 총리가 교체되는 일이 6년간 되풀이되다가 2012년 12월에 일곱 번째로 아베 신조가 다시 총리가 되더니 그간의 불안정을 종식하고 약 8년간 집권을 이어갔다.

미국은 6년간에 걸친 7차례의 정권교체가 하필이면 미국의 세계전략 조정기에 일어나 미·일 정책 협조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런 일이 스가 퇴임 후에 또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위 보고서에 담겼다고 할 수 있다. 보고서를 만든 사람들은 스가가 취임 1년 만에 그만두는 모습을 보면서 2007년 9월에 아베 신조가 취임 1년 만에 그만둔 뒤부터 2012년 12월까지 정치 불안정이 계속됐던 상황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보고서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2006년~2012년 있었던 일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집권 이전인 1993년~2000년에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일어났었다. 탈냉전으로 세계 정치가 요동치던 그 시기에도 자민당의 장기집권이 붕괴하면서 총리 교체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1993년 8월 호소카와 모리히로(일본신당) 집권, 1994년 4월 하타 쓰토무(신생당) 집권, 같은 해 6월 무라야마 도미이치(일본사회당) 집권, 1996년 1월 하시모토 류타로(자민당) 집권, 1998년 7월 오부치 게이조(자민당) 집권, 2000년 4월 모리 요시로(자민당) 집권이 이어지다가 2001년 4월 고이즈미의 취임 뒤로 5년간의 '장기집권'이 이어졌다.

하필이면, 탈냉전으로 인해 미국의 세계전략이 요동치던 그 시기에 일본 정치도 함께 요동을 쳤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자국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마다 일본에서 정치 불안정이 일어나곤 했던 것이다.

냉전체제에 힘입어 미국의 지위가 안정적일 때는 일본 정치가 별다른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1955년부터 1993년까지는 자민당의 장기집권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미국의 세계전략이 요동치거나 도전에 직면한 1993~2001년 및 2006~2012년에 일본도 정치 불안정을 보였다. 그랬던 일본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전략을 조정하는 2021년에 또다시 '단명 총리'가 출현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불길한 징후를 느낄 만도 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위 보고서에서 나타나는 정서는 '일본의 불안정이 미국에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틀린 관점은 아니지만, 이는 다분히 미국적 관점에 입각한 것이다. 일본의 불안정이 미국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말하면 미국의 불안정이 일본에 영향을 미친다고 표현해야 한다.

일본이 정치불안정을 보인 1993~2001년 및 2006~2012년은 미국의 세계전략이 동요하던 시기였다. 그런 상황이 일본의 불안정에 영향을 줬다고 보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가 요시히데의 단명을 보면서 일본의 정치불안정을 걱정하기보다는 미국의 세계적 입지에 변화가 생기지 않았나를 살펴보는 게 보다 현명한 일일 수도 있다.

일본 문제를 바라보는 한미간 시각 차이

위 보고서에 담긴 메시지 중 하나는 아베 신조 같은 인물이 출현해야 미일동맹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의 시각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군사대국화를 추구하는 극우 정치인일지라도 미국 국익에 도움만 된다면 얼마든지 선호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있다면, 이것이 추후 한미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차이를 반영하는 또 다른 인식이 보고서 말미에 나타난다. 일본 상황이 미국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제시된 방안 가운데서 그런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보고서 후반부에 이런 대목이 있다.

"특히 헌법의 평화주의 제9조에 들어 있는 군사력 사용과 관련된 일본의 제약은 합중국·일본의 합동 군사작전을 제약할 수 있다.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고 중국의 지역적 의도에 대한 두려움이 일어나면서 그러한 제약이 수년에 걸쳐 완화되기는 했지만, 일부 안보 분석가들은 그런 도전에 대응하자면 일본의 방위정책이 보다 많은 유연성을 필요로 한다고 믿고 있다."

전쟁을 금지하는 일본 헌법 제9조로 인해 미국의 군사작전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의회조사국의 이같은 경고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각을 반영한다. 1941년 12월 진주만 기습 때처럼 미국을 공격하지만 않는다면, 남북한과 중국의 반발을 제어하면서라도 일본의 개헌과 군사대국화를 지지할 수도 있는 미국 정부와 미국인들에 대해 우려가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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