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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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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4인팟 구합니다." 인터넷 상에서 발에 채일 정도로 자주 마주할 수 있는 글이다. 넷플릭스를 4명이 함께 구독하면 월 3600원을 낸다. KBS가 수신료 인상안으로 내놓은 3800여원과 비슷한 금액이지만,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넷플릭스 이용자는 저렴하게 이용할 방안으로 생각하지만, KBS 수신료 인상은 국민의 반발에 직면했다. KBS 수신료가 플랫폼 구독료보다 아까운 취급을 받는데는 오랫동안 쌓여온 국민의 불신이 작용한다. 수신료 인상은 오랜 불신을 해소하고 국민을 설득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공영방송의 필요성과 수신료 인상에 대해 KBS가 내놓는 근거는 타당하다. 물가에 맞춰 모든 구독료가 오른 40년간 2500원을 유지해왔고, 코로나19와 가짜뉴스 등으로 공공을 위하는 방송의 존재 가치가 다시 한번 입증됐다. 대표적 공영방송인 NHK, BBC에 비해 총 재원중 수신료 비율이 훨씬 낮으며, 국민 참여단 설문에서도 80%에 육박하는 찬성 의견을 받았다.

그러나 KBS는 이런 근거들을 가지고도 국민과 언론, 전문가들까지 아무도 설득해내지 못했다. 변화를 약속한 뒤 지키지 않기를 반복하고, 해를 거듭할수록 문제만 키워가는 모습은 국민의 불신을 단단하게 하기 충분했다.

KBS의 고질적인 문제는 거대한 경영구조와 프로그램의 품질이다. 두 문제는 사실 하나로 봐도 무방할 만큼 깊게 얽혀 있다. 바효율적 경영으로 예산이 낭비되고, 정작 프로그램을 제작할 돈은 모자란 식이다. 실제로 KBS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누리꾼 의견은 '인건비 먼저 줄여라', '프로그램부터 잘 만들고 말해라'라는 두 가지로 거의 요약이 가능하다.

KBS의 인력 구조는 고비용, 역피라미드형인 비정상적 구조다. 2020년 수신료 약 6700여 억원 중 무려 77%에 해당하는 5200여억 원이 인건비로 쓰였다. 실제 프로그램 제작, 유튜브 제작 등은 인턴과 외주 업체, 비정규직을 말 그대로 '갈아넣어' 싼 값에 해결하고, 고위직급과 무보직자는 억대 연봉만 챙긴다. 이런 구조에서는 인재가 유입되기도, 프로그램 질이 높아질수도 없다.

국민을 설득해 내려면 KBS는 LH에 요구됐던 '해체 수준의 개혁'을 감내하고, 성과를 보여야 한다. 프로그램에 반드시 필요한 제작 인력 중심으로 구조를 완전히 개편하고, 무보직자와 지위 뿐인 고위직의 비율을 대폭 줄여야 한다. 경영 합리화 이후 제작비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그럼에도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수신료 인상안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단순히 '신입사원을 덜 뽑겠다', '대하 사극을 제작하겠다'는 식의 해결책은 눈 가리고 아웅에 지나지 않는다. 기대가 있어야 비판도 있다. KBS에 쏟아지는 비판 의견은 어떻게 보면 국민이 아직까지 KBS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수신료와 프로그램 품질의,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식 논쟁에서 먼저 움직여야 하는 것은 KBS다.

공영방송, 그중에서도 KBS가 '공룡'으로 불린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육중한 공룡의 몸을 이끌고 변화를 따라가려고 해봐야 멸종을 피할 방법이 없다. 움직임을 멈춘 채 침전한 공룡에게는 끝내 석유가 되어, 다른 미디어의 연료로 쓰일 미래만이 남았다. 임박한 미래를 막으려면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 진화해 나가야 한다. 공룡 KBS가 앞에 놓인, 몸집을 유지하다 석유가 될 지, 진화해 나갈지의 선택지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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