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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처럼 성실하게 마을 곳곳을 누비는 박성실 이장.
 이름처럼 성실하게 마을 곳곳을 누비는 박성실 이장.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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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예산읍 향천리 박성실(56) 이장, 그는 이름처럼 산다.

트럭에 삽과 헤드랜턴을 싣고 다니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난다.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1일에는 새벽 5시 반이 되자마자 밖으로 나가 수해를 입은 주민들을 돕고 복구에 나섰다.

2019년에는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생업인 페인트 시공과 마을일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지만, 2012년부터 이장을 맡아 봉사하며 행정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넉넉지 못한 형편 때문에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탓에 줄곧 간직만 해왔던 배움을 향한 갈망도 풀었다.

검정고시에 도전해 합격한 뒤 곧바로 충남도립대학교 자치행정학과(야간)에 입학했고, 일과를 마치고 학교로 달려가 책상 앞에 앉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몸이 고단해 졸음이 쏟아질 때는 공책에 강의내용을 꼼꼼히 받아 적었다. '충남도립대 2학년 박성실'이라는 이름표를 붙인 두툼한 공책 여덟 권은 그의 보물이다.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해 만든 필기노트는 그의 보물이 됐다.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해 만든 필기노트는 그의 보물이 됐다.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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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모르는 게 많더라고요. 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것들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지역과 나라가 돌아가는 체계를 이해하니 주민들을 행정적으로 지원할 때 이해시키기도 쉽고요. 공부가 재밌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고 올 2월에 졸업할 땐 교수님 추천으로 학교신문에 신입생들에게 전하는 글을 쓰기도 했어요." 
 

열정 가득한 그의 원동력은 오직 하나, '애향심'이다. '예산만 벗어나면 머리가 아프다'며 아무 이유없이 편하고 좋단다. 지금 집을 지은 곳은 어린 시절 다랭이논에서 가재 잡던 동네로, 고향친구 2명과 이웃해 오손도손 산다. 형제 10남매 가운데 8남매도 예산에 살고 있다. 한자리에 모이면 모두 86명이 된다고 하니, 요즘은 보기 어려운 말 그대로 '대식구'다.

안정된 삶을 꾸리기까지 지나온 날들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떡장사로 10남매를 키웠던 어머니를 돕기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일을 시작해 막냇동생 학비를 댔다. 24살에 첫 딸을 낳고 결혼해 여러 사업에 뛰어들었다 쓴맛을 봤지만 남들보다 2~3배씩 더 일하며 버틴 끝에 일어설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형제·누이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어머니(맨 오른쪽 두번째 줄) 왼쪽에 있는 아이가 어린 시절의 그다.
 수십 년 전 형제·누이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어머니(맨 오른쪽 두번째 줄) 왼쪽에 있는 아이가 어린 시절의 그다.
ⓒ 박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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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에 남은 고향의 옛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렸을 때 개구쟁이였어요. 7살 때였는데 복개천 만들기 전이었죠. 새벽 5~6시면 일어나 오리알 주우러 다녔어요. 당시 하천가에 10~20마리씩 키웠거든요. 주인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서너 개는 찾을 수 있었어요. 중학교 다니면서는 삽티공원에서 미꾸라지 잡고, 겨울엔 칡뿌리 캐고…. 여름방학 때는 집에 우물도 팠어요. 아침상 숟갈 놓고 들어가 하루 종일 정으로 바위 쪼개고 그랬죠. 여덟 가구가 그 물을 먹었어요. 겨울엔 솔방울 주워다 강냉이 아저씨들한테 땔감용으로 팔고요. 완전 시골촌놈이었죠."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다.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던 2014년엔 평소 익혀둔 심폐소생술로 소중한 생명을 구했고, 자율방범대장을 맡아 마을치안을 지키는 일에도 힘썼다. 지역아동센터와 장애인복지관 등은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은행창구 앞에 놓인 '사랑의 동전모금함'이 꽉 차 있으면 얼른 가져가라고 모금단체에 전화까지 해준다니, 그의 세심한 마음씨를 알 만하다.
 
 박 이장이 할머니경로당에서 새벽에 내린 폭우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이장이 할머니경로당에서 새벽에 내린 폭우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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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성품과 꼼꼼하고 성실한 일처리에 마을주민들도 '대만족'이다. 빈집을 매입해 아늑하게 꾸민 할머니경로당에 들어서니 '친구 어머니'들이 반긴다. 기존 마을회관이 협소해 할머니들이 보다 편안한 곳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그가 백방으로 나선 끝에 마련한 곳이다. 

'이장님 어떠냐' 묻자 여기저기서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세운다. "다른 동네가면 다 우리 마을을 부러워해요. 이런 이장님이 없어요. 최고야 최고" 이어지는 자랑에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태풍이 오거나 눈이 많이 올 때면 동네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박 이장. '주민들의 발'이 돼 지역 곳곳을 누비는 그의 활약 덕분에 더 나은 내일이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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