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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운동장에서 자가격리를 마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13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운동장에서 자가격리를 마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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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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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적인 도움을 많이 요청합니다. 우리의 경험을 감안해 일자리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의 교육과 삶의 터전, 그리고 일자리입니다."

아프가니스탄(아래 아프간) 미군 철수 소식을 듣자마자 한국 대사관에 협조를 요청했던 현지 병원 직원 출신 A씨. 그는 지난달 26일 아내와 4남매 아이들을 이끌고 특별기여자 신분으로 한국에 도착했다.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싶은 게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아이들의 교육과 일자리를 언급했다. 13일 오전 10시 충북 진천 임시생활시설인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진행한 기자들과의 합동 인터뷰 자리에서다.

언론 브리핑 장소 바로 옆 운동장에선 지난 9일부터 자가 격리에서 해제된 아이들이 장난감 자동차를 타거나 축구공을 차며 뛰어 놀았다. 얼굴만한 이름표엔 가구 번호와 개인 식별 번호가 적혀 있었다. 차올린 공이 빗나가자 또래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낯선 땅에 선 불안은 다소 사그라든 모습이었다. 어른들은 이따금 운동장 트랙을 따라 산책하며 대화를 나눴다.

4개 조로 오전과 오후 2차례 운동장에서 진행하는 야외 활동이었다. 운동장 밖 테두리에는 'SAFTY ZONE(안전 공간)'이라고 적힌 통제선이 둘러쳐 있었다. 진천에서 상주하며 이들의 임시 생활을 지원하고 있는 유복렬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국적·통합정책 단장은 "아이들이 괜히 긴장할 수 있어 끈으로만 둘러쳤고, 스마일(웃는 얼굴)을 그려 넣어 디자인하도록 했다"고 했다.   

대부분 한국 정착 희망... "여기서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    
 
13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13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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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명, 79가구. 특별기여자의 이름을 부여받았지만 이들에겐 사실상 난민 인정자 지위와 같은 자격이 주어질 예정이다. 다만 관련 법령은 아직 마련 중인 상태. 아프간에서 온 가장들의 고민이 교육과 일자리에 닿아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들은 장기체류 자격을 거쳐 임시 생활 시설 생활에서 사회통합 교육을 마치면, 한국에 거주하며 취업할 수 있는 'F-2' 자격을 발급 받게 된다. 

"지금 탈레반 정부 밑에선 아프간에 아무런 희망이 없다."

아프간에서 컴퓨터 전공 교수로 일한 B씨는 "여기서 앞으로 아이들과 행복하게 잘 사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한국에 도착한 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안전"이라고 했다. 

단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프간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첫번째가 '아이들의 교육은 어떻게 되나요?'였다"고 했다. 유 단장은 오는 23일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 금융 지식 등 기초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에겐 조만간 태권도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13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13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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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2012년까지 아프간 올림픽 축구대표단을 이끈 이성제 감독이 진행하는 축구교실엔 남학생 43명, 여학생 22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아프간과 한국문화의 차이를 알기 때문에, 이들이 한국 사회에 진입하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면서 "아이들이 이 사회에서 버텨 나가기 위해 뭐라도 잘할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아프간 특별기여자들 자립을 위해 마련한 정착 프로그램 교육 기간은 5개월. 유 단장은 "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기본적인 목표"라면서 "다른 부처와 협업을 통해 (특별기여자) 각자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 취업하게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유 단장이 세대주를 중심으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이 한국 정착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직업 교육은 사회생활 경험이 있는 남성 세대주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 단장은 "현실적으로 직업을 가져본 적 없이 (직업적) 훈련이 안 된 여성들에 대해 직업 훈련을 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여성들은) 육아와 사회 적응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월의 지원 후엔 "특별한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주민 인권 전문가들은 특별기여자들의 법적으로 확실한 난민 지위 부여와 정착을 위한 취업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5개월여 한국 문화 교육에 그치기보다, 현실적인 정착을 위한 취업 지원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정착 위한 교육 5개월... 조기 정착 지원은?
 
13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야외 활동을 마친 뒤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13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야외 활동을 마친 뒤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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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인권네트워크 소속 이일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분들에게 정착 의사가 확고하다면 직업을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5개월 계획을 세워 (정착)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건데, 그 후 방치하는 게 아니라 본인 적성을 살릴 자리를 찾아 정부가 취업을 지원하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특별기여자'라는 이름 대신 난민 지위에 걸맞는 법적 정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특별기여자로 비자만 준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난민인정자와 관련된 법적 장치를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개별 난민마다 난민법 혜택을 적용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난민과 이민자들의 순조로운 정착을 한국보다 먼저 고민해온 해외에선 무엇보다 '초기 정착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선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난민과 이민자의 조기정착을 위한 해외 정책 사례와 관련 연구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특히 미국의 경우 1979년부터 시작된 MGP(Matching Grant Program) 정책을 통해 초기 정착 기간 정부가 엄격한 보상 체계 아래 주택, 의료, 교육, 생활비 등을 책임지며 조기 취업을 돕고 있다.

신 연구원이 해당 보고서에서 난민들의 조기 정착 정책 지원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남긴 말은 아프간 난민을 대하는 법무부의 정착 정책에도 시사점을 준다.

"미국에 정착한 난민들의 사례를 연구한 에반스 앤드 피츠제럴드에 따르면 정착 이후 20년의 기간을 기준으로 봤을 때 난민들은 수용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보다 약 2만 1000달러(약 2300만원) 많은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그들에게서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찾는 것이 결코 헛된 꿈을 좇는 일은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다. 잘 짜인 정착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이 떨리는 손으로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을 든든히 도와줄 수 있다면 말이다."
 
13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자가격리를 마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체육활동을 위해 운동장으로 모이고 있다.
 13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자가격리를 마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체육활동을 위해 운동장으로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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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법무부, #아프간, #난민, #특별기여자,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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