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22 15:32최종 업데이트 21.09.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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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 식사, 일식이찬의 밥상에는 무려 17가지의 식품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 송성영

 
"그렇게 매일 일식이찬으로 괜찮겠어?"
"걱정 말게, 일식이찬이지만 따지고 보면 오만가지 영양소가 다 들어가 있다네."


여동생이 밑반찬을 해오거나 두 아들(이후 행자)이 특별한 음식을 요리하지 않는 이상 평소 일식이찬 혹은 일식삼찬으로 식사를 합니다(대체로 일식이찬). 하여 어떤 친구들은 암환자는 영양가 높은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며 일식이찬 상차림에 대해 걱정을 합니다. 제가 먹는 일식이찬에는 그 친구의 걱정과는 달리 영양소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오늘 먹은 음식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채소볶음에 돌 미역국, 그리고 잡곡밥으로 여느 때처럼 일식이찬의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최소 10여 가지의 식품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일식이찬에 무려 17가지 식품이

채소볶음에는 고추, 토마토, 생강, 마늘, 양파, 간장, 가지, 오크라, 아보카도 기름에 이르기까지 모두 아홉 가지의 식품이 들어가 있고 거기에 능이버섯을 넣고 끓인 돌미역국, 그리고 잡곡밥에 들어가 있는 현미, 흑미, 찹쌀, 백미, 귀리, 검은콩까지 더하면 모두 17가지의 식품을 먹은 셈이지요.

물론 채소볶음을 할 때마다 매번 이렇게 많은 식품들이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최소한 열 가지 이상이 들어갑니다. 일식이찬으로 먹고 있는 식품들 대부분 항암에 좋다는 것들입니다. 거기다가 생강, 마늘, 양파 등의 양념과 채소는 텃밭에서 화학 비료와 농약 한 방울 주지 않고 하우스가 아닌 제철에 맞춰 직접 재배한 신선한 먹을거리들입니다.

돌미역은 큰 행자가 1년에 한 차례, 물 빠짐이 가장 좋은 날을 골라 예전에 생활했던 고흥 앞바다에서 직접 채취해 온 자연산이고, 능이버섯 또한 두 행자가 깊고 높은 산자락을 오르락내리락 헤매며 따온 것입니다.

식품영양학적으로도 바다 속 암벽에서 자라는 돌미역과 텃밭이나 산과 들에서 나는 제철 먹을거리들은 양식한 미역이나 하우스 재배로 대량생산 하는 채소들과 향과 맛이 다르고 영양소의 농도 또한 월등하다고 합니다. 이처럼 반찬의 가지 수보다 질을 중시하기에 소박하지만 거의 매일 부잣집 진수성찬 부럽지 않은 신선한 영양식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일식이찬으로 식사하다 보면 입맛 당기는 맛은 물론이고 음식물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와 말끔하게 비우게 됩니다. ⓒ 송성영

 
최소한 간소하게 적게 먹으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먼저 요리에 시간을 적게 투자하기에 그 여유분의 시간을 활용해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해 내는 텃밭 일이나 글쓰기나 기혈운동, 명상을 좀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무공해의 신선한 반찬이다 보니 식품 본래의 향을 즐기며 맛나게 먹게 됩니다. 식품 하나하나가 귀한 먹을거리이기에 버릴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음식물 찌꺼기가 남지 않아 설거지 할 때도 편리합니다.

건강뿐 아니라 지구 살리는 데 일조

제철에 맞춰 화학비료나 농약 없이 직접 재배한 좋은 먹을거리로 적게 먹으면 건강을 챙길 뿐만 아니라 병든 지구를 살리는 데도 일조할 것입니다. 나비의 날개 짓이 태풍을 몰고 오듯 배고픈 누군가가 먹어야 할 빵 한 개를 더 먹겠다는 탐욕은 알게 모르게 내 뱃속을 뒤틀리게 합니다.

모든 재앙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지구촌의 온갖 대재앙은 좀 더 먹고 좀 더 누리겠다는 탐욕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기상이변의 대재앙,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속수무책의 전염병으로 이미 인류는 천벌을 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류, 특히 가진 자들이 지금처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게 되면 지구가 버텨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노르웨이 비영리 단체인 EAT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식습관>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에 사는 77억 명을 위한 식량 생산과 소비가 세계 탄소 배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음식 소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5.6기가톤(Gt)으로, 이 가운데 다른 나라에 비해 풍족한 G20 국가가 3.7Gt을 배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G20 국가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1인당 음식 소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고 합니다. 모든 지구인들이 한국 사람들처럼 과하게 먹는다면, 2050년에는 이를 감당하기 위해 지구가 하나 이상 더 있어야 할 것이라 합니다.
 

농촌진흥청 발표에 의하면 국내 자생 버섯은 1900여 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먹을 수 있는 식용버섯은 전체의 21%인 약 400여 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 송성영

 
지구 환경은 물론이고 개개인, 암환자인 저 역시 많이 먹으면 그만큼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저는 암환자답지 않게 식욕이 왕성하여 반찬의 가지 수가 많으면 아무래도 두 가지 반찬을 먹을 때보다 과식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식을 하면 곧바로 속 쓰림이 발생하지만 적게 먹으면 속이 편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브로콜리, 케일, 토마토, 부추, 가지, 호박, 고추 등등 텃밭의 온갖 채소들을 비롯해 산과 들에 널려 있는 쑥, 민들레, 돌미나리, 취나물, 산도라지, 버섯 등 주변의 온갖 것들 대부분이 암에 좋다는 항암 식품들입니다.

대한암예방학회에서 선정한 항암식품이 무려 54가지나 됩니다. 잡곡, 고구마, 콩, 청국장, 된장, 등푸른생선, 케일, 브로콜리, 도라지, 가지, 부추, 생강, 토마토 등 54가지의 항암식품은 대체로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식품들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항암 식품이라 할지라도 탐욕스럽게 필요 이상으로 먹게 되면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그 사실을 몸으로 직접 체득했습니다.

독버섯 사건

버섯이 한창 나오는 지난해 가을이었습니다. 독버섯을 닮은 달걀 버섯을 먹고 나서 그 향과 맛에 취해 있었습니다. 달걀 버섯을 비롯해 산막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지 버섯, 검버섯, 싸리버섯 등을 먹어봤는데 모두가 위를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최근에 언론 기사를 통해 알게 된 것인데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매일 버섯을 18g 먹은 사람은 버섯을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 발생 위험이 45% 더 낮았다고 합니다.)

그 후로 산길을 걷다가도 버섯을 보면 입맛을 다셨습니다. 산막 주변에서 자라나는 정체불명의 버섯에 이르기까지 탐심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식용버섯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달걀 버섯을 처음 먹어 보았을 때 그랬듯이 '용기 있는 자만이 귀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자만심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습니다.

산막 주변 숲에는 달걀 버섯과 비슷한 빨간 머리의 버섯들이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식용버섯인지 독버섯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 중 달걀 버섯과 흡사하게 생긴 버섯을, 달걀 버섯을 처음 먹어봤을 때 그랬듯이 일단 한보따리 따서 산막으로 가져왔습니다.
 

독버섯인지 식용버섯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버섯들이 숲 속에 널려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항암식품이라 할지라도 탐욕스럽게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게 되면 그만한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독버섯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 송성영

 
'부처님 말씀을 달달 외운다 한들 행하지 않으면 지식놀음에 놀아날 수 있고, 길을 가지 않으면 길을 제대로 알지 못하듯이 직접 체험하거나 먹어보지 않고 몸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어찌 알 수 있겠나.'

낯설기만 했던 달걀 버섯을 처음 먹었을 때처럼 스스로를 부추겨 가며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버섯을 손으로 만지작거렸고 혀끝에 살짝 대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버섯 표면이 달걀 버섯과는 달리 매끈하지 않았습니다.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해 재차 이런저런 버섯 도감과 비교했고 결국 독버섯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하여 그 버섯을 모두 버렸는데, 그날 밤 파도가 심한 어선을 탔을 때의 배 멀미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질어질 했습니다. 천정이 뱅뱅 돌아 힘겹게 마당으로 나섰는데 만취 현상처럼 마당이 벌떡 일어서고 심한 복통과 함께 구토를 했습니다.

하필이면 그 무렵이 암 산업의 통계에 의하면 말기 아니면 사망 시점이었던 '암 판정 2년'이 가까워질 무렵이었기에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각오를 다졌습니다. 심한 복통과 구토가 암 말기 증상인가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구토와 복통은 하루 만에 사그라졌습니다. 원인을 되짚어 보니 그 날 달걀버섯을 닮은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독버섯을 주물럭거리고 나서 손을 씻지 않고 포도를 먹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손에 묻은 그 버섯의 독을 포도와 함께 먹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독버섯으로 고생한 다음날 폭풍이 가라앉은 잔잔한 바다처럼 언제 그랬느냐 듯이 속이 멀쩡해지고 오히려 이전보다 속이 더 편해졌습니다.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마치 독으로 독을 치유하는 동종요법을 시행한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멈추지 못하는 자만심처럼 독버섯의 독한 경험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해 가을, 잘 아는 스님의 산 깊은 암자에 사나흘 여장을 풀어 놓고 두 행자와 함께 능이버섯을 따러 다녔습니다. 암자 주변 산에 널려 있는 밀 버섯으로 된장국을 끓여 먹다가 스님을 비롯해 우리 삼 행자 모두가 복통을 심하게 앓았던 것입니다.

특히 노래하는 큰 행자가 고생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하필이면 복통이 시작된 그 다음날이 음악 방송사에서 주최한 포크송 콘테스트 오디션을 보는 날이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본선에 오른 오디션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결국 큰 행자,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힘겹게 오디션을 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밀 버섯과 구별하기 쉽지 않은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독버섯과 함께 된장국을 끓여 먹었던 것입니다. 그나마 천만다행으로 그 버섯의 독소가 약했기 때문에 이틀 만에 속이 가라앉았습니다.

그 혹독한 시행착오 덕분에 몇 가지의 독버섯을 구별 할 수 있었고 더 이상 낯선 버섯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습니다. 독버섯에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위에 좋은 식용버섯을 맛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식용버섯은 항암효과가 있고 위까지 편하게 해주니까요.
 

죽음의 문턱에서 오락가락 했던 혹독한 지난겨울을 이겨내고 다시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그 무렵 기력이 쇠약해 열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했는데 지금은 물구나무서기를 비롯해 어지간한 요가 자세를 거뜬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 송성영

 
죽음의 문지방 앞에서 헤매다가

지난 겨울은 아주 혹독했습니다. 자연요법을 시작하고부터 어느 정도 건강이 살아나기 시작하자 몸을 함부로 했기 때문입니다. 평소 부실했던 치아가 뽑혀 나가면서 보름 가까이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못하자 잦은 속 쓰림과 함께 몸과 마음자리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강추위와 극심한 미세먼지를 핑계 삼아 기혈운동을 빼먹어가며 소화도 잘 안 되는 상태에서 함부로 먹어 댔습니다. 일주일 가까이 간헐 단식도 해보았지만 기력만 떨어질 뿐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극심한 통증과 위출혈로 죽음의 문턱을 오락가락 했던 것입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겨우 몸을 추슬러 영정사진을 찍고 유서를 작성, 생사를 내려놓은 상태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더 이상은 몸과 마음을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요법의 세 가지 요소, 식이요법 기혈운동 명상을 철저하게 지켜왔습니다. 그렇게 5개월 동안 과식으로 인한 한두 차례의 속 쓰림을 제외하고는 암 판정 이전처럼 아주 멀쩡해졌습니다.

기력을 되찾은 늦은 봄부터 지금까지 수행자가 철저하게 계율을 지켜 나가듯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기혈운동을 빼먹지 않았고 틈틈이 명상을 해가며 과식을 하지 않고 하루 세 끼,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일식이찬으로 적게 먹었기 때문입니다.

건강을 되찾은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자연 환경이었습니다.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미세먼지가 적어 예년보다 깊은 호흡을 통한 명상과 기혈운동을 할 수 있었고, 공기가 좋은 날이 많다 보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음식들을 좀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병든 나를 살리고 병든 세상을 살리는 길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사는 것을 평생의 화두로 삼고 있지만, 항암에 좋은 버섯을 좀 더 챙겨 먹으려다가 독버섯에 호되게 당했듯이 여전히 내려놓아야 할 탐욕이 너무나 많습니다. 먹고 나면 속이 좋지 않기에 단지 인내하고 있을 뿐이지 당장 필요 이상으로 먹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좀 더 많이 먹게 되면 몸이 부대낀다는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그 어리석음을 반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적게 벌어 적게 먹고 대자연의 기운을 많이 누리며 사는 길이야 말로 암세포로부터 나를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 믿고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나름 몸부림 치고 있습니다. 그게 죽음을 껴안고 살아가는 저의 마지막 희망이니까요.

내 마음을 일깨워 주는 성자들의 말씀이 진리라면 하늘과 땅, 대자연이 내주는 밥 한 알 한 알, 음식물 하나하나 그 모든 것이 내 몸을 살리는 것이기에 진리의 말씀과 어찌 다르다하겠는가. 하여 어찌 함부로 먹고 함부로 버릴 수 있단 말인가
- 맛나게 밥을 먹다가 -
덧붙이는 글 다음 글에서는 기혈운동, 식이요법과 함께 자연 치유의 3대 요소인 명상, 젊어서부터 줄곧 깊은 관심을 가져온 명상이 암세포와 함께 살아가는데 어떤 힘이 되고 있는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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