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주 막내 아이가 올해로 벌써 두 번째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다. 한 번의 경험으로 놀란 마음은 조금 덜했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차분히 안내에 따라 행동하면 되지만 혹시라도 진단검사 결과 생각지도 않게 양성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생각은 떨치기 힘들었다.

전염력이 강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등장

감사하게도 결과는 다행히 '음성' 정상이었다. 하지만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로 인하여 나의 상황은 지난번과는 조금 달랐다. 유아의 경우, 통상적으로 독립적인 공간에서 혼자 생활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보호자 일인이 밀착해서 생활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여 그 보호자 역시 동반자가격리 대상자로 지정하고 있다.

지난번에는 이 부분에 대하여 특별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리하여 나는 아이의 보호자로서 처음으로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다. 일상에서 '외출 자제'와 '외출 금지'는 엄밀히 다르다. 결국 나는 갑작스럽게 집 밖을 나갈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과적으로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에 기존에 없던 중간검사가 생겨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에 기존에 없던 중간검사가 생겨난 것이다.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또한 지난번과는 달리, 별도로 첫 번째 검사 후 4일 후 중간검사를 실시하라는 안내도 받았다. 기존에는 역학조사 결과 밀접접촉자로 파악될 경우, 최초 한 번 그리고 자가격리 해제일 전 검사 즉 총 두 번의 검사를 받았었다.

하지만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의 경우, 기존에 없던 중간검사가 추가된 것이다. 나는 이것이 선택사항은 아닐까 하는 의문으로 보건소 직원분에게 질문을 한 결과, 해야만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물론 우리 아이를 포함하여 동반자가격리 대상자가 된 나까지 함께 실시한 후 배정된 전담공무원에게 그 결과를 알려야한다고 설명해주었다.
   
나는 올해 초까지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했지만, 한번도 진단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19 대응 업무 중 진단검사 장면을 일상적으로 봤었지만 막상 내가 검사를 받아야한다니 생각보다 두려웠다.

나 역시도 잠깐만 참으면 된다고 쉽게 말했지만, 어른일지라도 솔직히 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예를 들면 건강검진의 경우에도 침습적인 시술은 맨정신에 하기에 두렵고 공포스럽기까지 한 것이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다.

아리고도 매운 느낌, 내 마음도 그랬다

나는 정해진 날짜에 중간검사를 위해 아이와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임시선별검사소로 가기위해 아침 일찍 서둘렀다. 다소 이른 시각이지만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타고있는 차량들이 나란히 줄을 지어 대기 중이었다.

처음 와본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검사소는 시민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어서 정말 편리하면서도 줄을 서서 기다릴 때보다 힘도 덜 들면서 긴장도 조금 덜어주는 듯하였다.
 
나는 올해초까지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했지만, 한번도 진단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대응 업무 중 진단검사 장면을 일상적으로 봤었지만 막상 내가 검사를 받아야한다니 생각보다 두려웠다.
 나는 올해초까지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했지만, 한번도 진단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대응 업무 중 진단검사 장면을 일상적으로 봤었지만 막상 내가 검사를 받아야한다니 생각보다 두려웠다.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드디어 나와 아이의 진단검사 순서가 되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잔뜩 긴장했지만 아이 앞에서는 애써 담담한 척 마스크를 내린 후 입을 벌리고 코를 내밀었다.

아주 잠깐의 찰나였지만, 순간적으로 이루어진 검사에 살짝 놀랐다. 짧지만 강렬한(?) 자극에 몇분 정도 코가 쎄하면서 아리고도 매웠다. 눈물이 날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자극으로 인한 것인지 살짝 눈물이 고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 이런 느낌이었구나... 다시 하기는 정말 싫은 느낌...'

내 검사가 끝나자마자, 아이의 옆좌석 열린 창문 너머로 방호복을 입은 선생님이 다가왔다. 이미 한차례 아픔을 겪어서인지 내가 더 긴장되는 것 같았다.

"어머니, 아이가 움직이지 않게만 도와주세요. 입 벌려보세요. 아... 잘하네요... 조금만 참아요... 아이고... 너무 잘했어요. 잘했어."

아이는 순간 놀란 듯 했고, 애써 울음은 참는 듯 하였다. 예상대로 아이는 빠르게 들어온 자극에 놀랐고 뭔가 불편한 느낌에 '아!' 소리와 함께 잠시동안 코 쪽을 움켜쥐고 있었다. 많이 힘들었을텐데 잘 응해준 아이가 너무 기특하고 순간 엄마로서 가슴이 찡했다. 

"우리 아기... 아팠지... 많이 아플텐데 기특해... 몇 번이나 검사했는데 한 번도 안 울고 너무 대단해... 고마워라... 아프지... 조금 기다리면 나아질 거야..."
 

아이에게 연거푸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나는 운전대를 잡고 집쪽으로 향했다. 걱정하던 중간검사는 드디어 끝이 났지만, 며칠 후 한 번의 마지막 검사가 또 남아있다.

그 맵고 아린 느낌을 또 경험해야 한다니 여전히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들었다. 어른인 나는 그렇다치더라도 어린 아이에게 또 그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이런 상황이 참으로 야속하기만 하였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아이의 검사를 해주었던 직원분이 검사를 하면서 아이에게 건넸던 말 속에서 배려와 따뜻함이 느껴졌고 진심으로 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하루종일 많은 사람들을 검사하면서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점과 자발적이지만 그런 작은 부분까지 신경써야하는 업무의 고충이 왠지 와닿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끝나지않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현실이 실감되어 왠지 모르게 가슴 한쪽이 아렸다.

앞으로 며칠 뒤면 나와 아이의 자가격리기간이 종료된다. 지난번 아이의 자가격리 경험 이후, 반복해서 같은 경험을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역시 인생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분명하지만 이런 상황들이 나를 비롯한 누군가에게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상초유의 예측불허인 상황 속에서 힘들어하는 많은 분들에게 들려주어야할 속삭임이 아닐까 싶다.
 사상초유의 예측불허인 상황 속에서 힘들어하는 많은 분들에게 들려주어야할 속삭임이 아닐까 싶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문득 하나의 문구가 생각나서 찾아보았다. 우리 가족뿐 아니라 사상초유의 예측불허의 상황 속에서 힘들어하는 모든 분들에게 들려주어야할 속삭임이 아닐까 싶다.
 
용기를 보낸다
위로를 보낸다
안부를 보낸다
온기를 보낸다
사랑을 보낸다

넘치는 힘듦이 당신을 뒤덮지 않도록
당신의 힘듦이 조금이라도 덜어지도록

당신이 그런 순간에 쓰러지지 않도록
간절히 마음을 담아
모든 날에 모든 순간에 위로를 보낸다

글배우의 <모든 순간에 모든 날에 위로를 보낸다> 책 표지 중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에 실립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상 속 크고 작은 이야기를 전하는 행복예찬론자

이 기자의 최신기사 40대의 방황이 주는 의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