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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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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일, 중대재해를 저지른 기업을 처벌하는 법(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령이 규제개혁심의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곧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되면 2022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자식을 산업재해로 잃은 부모들이, 언제 생명을 잃을지 모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곡기를 끊으며 "다시는 아픔을 되풀이 하지 말자"라고 외치고 나서자 시민들이 힘을 보태서 함께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국무회의에 상정될 시행령의 내용으로는 올해 발생한 광주 철거현장의 시민죽임을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천 한익스프레스의 반복된 죽음에도 발주처를 법정에 세우지 못하니 사고를 막을 수 없습니다.

가습기 피해자들에게 독으로 뿌려진 화학물질이 또 다른 모습으로 사용되어도 막을 수 없습니다. 인공호흡기를 평생 벗어나지 못하고 식물인간이 되어도 죽지 않으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못되니, 법을 적용할 수도 없습니다.

누군가 혼자 일하다 외롭게 죽어간 김용균과 같은 일을 당해도, 2인 1조를 안 지킨 사업주에게도 책임을 묻지 못합니다. 또 1년에 10여명 씩 죽임이 이어지는 큰 공장의 실질적인 경영주가 안전업무를 외주화시키면 책임마저 떠넘길 수 있습니다.

하나의 생명도 지키겠다고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는 매일 죽어가는 7명의 중대산업재해 중 80%의 죽음은 외면했습니다. 재해율이 높은 사업자 중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인데, 이들에 대해선 법 적용을 3년이나 유예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사업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5인 미만 일하는 사업장의 노동자는 눈길조차 받지 못합니다.

'매일 7명의 죽음'도 산재로 승인된 숫자일 뿐입니다. 통계에 포함되지도 않는 화물, 배달, 이주노동자, 산재보험 혜택도 못 받는 노동자, 일터 괴롭힘을 견뎌내지 못한 죽음, 자신의 죽음을 증명해 내지 못한 죽음은 '범죄가 아니'라는 면죄부를 받게 됩니다.

이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가족 분들이 대비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사고를 당하신 가족 분들은 하늘이 무너져도 혼자 회사측 관리자를 만나지 마십시오. 그들은 이미 죽은 당사자의 잘못으로 몰고 가기 때문입니다.

죽은 사람은 억울해도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죽은 이는 집보다는 회사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냅니다. 회사는 나이, 경력, 지병, 태도 등 작은 꼬투리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죽음의 이유로 둔갑시킵니다. 동료들의 증언에 귀 기울이세요. 붙잡을 사람이 없으시면 먼저 사고를 당했던 유가족들이라도 찾아 보세요. 도와줄 만한 단체에 전화라도 해보세요.

모든 산재‧시민재해는 경영책임자가 평상시 산업안전보건법과 관계 법령들을 위반한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그들의 위반행위는 우리 가족과 이웃을 죽음까지 이르게 됩니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당신의 가족을 죽게 한 범죄자들입니다. 억울하다고 울부짖으셔야 합니다. 지역시민사회단체에 알리고 노동조합에게도 제대로 역할을 하라고 닥달하셔야 합니다. 피해당사자로서 죽음의 원인을 알고 대책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앞서 피해를 당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든 저희들은 또 다른 죽음들을 막기 위한 근거마저 없어질까 걱정됩니다. 그래서 더욱 여러분의 외침이 필요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라도 다시 온전히 만들 힘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당사자로서 생명을 지켜내는 힘과 근거가 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함을 다시 확인합니다. 생명을 지켜내는 힘은 노동을 존중한다면서도 죽음의 행렬을 방치하고 제3자가 되어 말로 대신하는 것이 아니고, 당사자가 되어 고통을 품에 안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김용균재단 이사이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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