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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반려인의 세계'는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룹니다. 이번 주제는 '유기견, 유기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우리 집 고양이 반냐와 애월의 나이는 11살과 9살로 추정된다. 내 눈에는 아직도 아기 같은 녀석들인데 나이를 계산해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어 당황스럽다.

내가 고양이들 나이를 추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두 녀석이 유기묘 출신이기 때문이다. 특히 둘째인 애월은 성묘(다 자란 고양이)가 되어서야 우리 집에 왔기에 나는 애월이 아기 고양이 시절 얼마나 귀여웠을지, 얼마나 작고 소중했을지를 가늠할 수 없다. 그게 좀 아쉽다. 사진 한 장이라도 남아있으면 좋으련만. 

모든 고양이가 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 집 두 녀석도 마찬가지다. 첫째인 반냐는 두 번 버려진 고양이였다. 누군가 어린 반냐를 유기했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지내던 반냐를 첫 주인이 입양했다. 짐작컨대 고양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그 집에서 반냐는 (발톱을 깎아주지 않으니) 기다란 발톱으로 장난감 대신 사람 팔을 가지고 노는 '버릇 나쁜 고양이'가 되었다. 전 반려인은 장난감이나 스크래처(고양이 발톱을 긁는데 필요한 도구)를 사주는 대신 고무장갑을 끼고 고양이를 만지는 편을 택했다. 결국 그는 반냐를 포기하기로 했다. 인터넷에 글을 올려 고양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도 모르고 시간도 없다며 대신 키워 줄 사람을 찾았다. 
 
 인터넷 입양글 하나로 시작된 반냐와의 묘연
 인터넷 입양글 하나로 시작된 반냐와의 묘연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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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반냐의 입양 글을 클릭한 남편은 '얘 이러다 또 버려지겠네'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했다. '연'이라는 게 그런 걸까? 남편은 앞뒤 잴 겨를 없이 글을 올린 사람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는 그날 퇴근 직후 바로 반냐를 데리러 갔다.

'버릇 나쁜 고양이'라서 버려졌던 반냐의 행동은 남편이 입양한 이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장난감을 이용해 놀아주니 사람 팔에 사냥 놀이를 하지 않게 되었고, 스크래처를 놓아두니 가구를 긁지 않았다. 화장실은 남편의 집에 가자마자 바로 가렸다. 여러모로 반냐(반냐, 반야 : 지혜를 뜻하는 불교 용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고양이였다. 그렇게 반냐는 우리와 10년째 함께 살고 있다. 

야생성은 없고요, 넉살만 있습니다 

둘째 고양이인 애월 역시 유기묘로 추정된다. 누군가는 애월의 이름을 듣고 "고양이가 아니라 조선시대 기생 이름같다"고 했지만, 애월은 사실 지명이다. 제주도 애월읍 길가에 살던 고양이라서 나는 녀석을 애월이라고 불렀다.

애월은 넉살이 워낙 좋았다. 닭집에서 들어가서 야옹 하면 고 녀석 신통하다며 치킨집 아저씨가 닭고기를 주셨고, 빵집에 들어가서 인사를 하고는 찐빵 조각을 얻어먹었다. 그렇게 인심 좋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얻어먹으며 살던 애월을 데려올 생각은 없었다. 기름 뜬 웅덩이 물을 허겁지겁 마시는 광경을 보기 전까지는. 
 
 구정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 데려온 둘째
 구정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 데려온 둘째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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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인 반냐를 데려올 때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애월이 구정물을 마시는 걸 보니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나는 차로 20분 거리 집에 가서 고양이 이동장을 들고 다시 애월읍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애월을 이동장에 넣어 동물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다.

심지어 애월은 내가 부르자 문이 열린 자동차 뒷 좌석으로 스스로 들어왔다. 피부병에 걸렸던 흔적이 있고, 저체중이라는 것 외에 애월은 아무 질병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애월을 검진한 수의사는 내게 말했다. 

"얘는 야생성이 하나도 없네요. 상태도 길 생활을 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깨끗하고요. 누군가 키우다 버렸을 겁니다. 잘 데려오셨어요. 길에서 살아남기 힘든 아이에요." 

유기묘의 특성? 그런 건 없습니다 

반냐는 2011년, 애월은 2013년에 우리 집으로 왔다. 두 녀석 다 유기묘이고, 그래서 우리는 녀석들의 생일과 정확한 나이를 알지 못한다. 동물병원에서 받은 검진과 우리가 만나게 된 시점을 토대로 나이를 유추할 수밖에.

하지만 두 녀석을 키우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유기묘를 둘러싼 편견은 편견일 뿐이라는 것. '유기묘라서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든가, '유기묘는 몸이 약하다'든가 하는 일부의 편견은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 집 고양이들은 두 녀석 다 유기묘지만 모든 면에서 다르다. 반냐는 어려서부터 신장이 약해 병원을 들락거렸지만 애월은 잔병치레를 한 번도 하지 않을 만큼 건강하다. 반냐는 8kg의 거대묘지만 애월은 3kg가 겨우 나가는 저체중이다.

반냐는 남편과 나 아닌 사람의 손길을 허락하지 않지만 애월은 낯선 사람이 만져주면 좋아서 꼬리를 부르르 떤다. 반냐는 영특해서 말귀를 제법 알아듣지만 애월은 제 이름 빼고는 알아듣는 단어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그저 해맑은 아이다. (애월이는 가끔 장난으로 '빵떡아' 하고 불러도 눈인사를 한다. 설마 이름도 못 알아듣는 건 아니겠지...)

한마디로 유기묘라 이렇다는 특성을 찾을 수 없단 소리다. 사람 지문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듯 고양이도 건강 상태와 체형, 성격이 제각각 다를 뿐이다. 
 
 달라도 이렇게 다를까 싶은 녀석들
 달라도 이렇게 다를까 싶은 녀석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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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묘를 키우며 아쉬운 건 딱 하나다. 내 고양이의 어릴 적 모습을 알 수 없다는 것. 남겨진 사진이 없으니 어릴 적 민들레 솜털 같았을 시절은 그저 상상의 영역에 남겨둔다. 그걸 빼면 정말이지 손톱만큼도 다른 고양이와 다르지 않다. 되려 반냐는 두 번이나 버림받았지만 우리가 입양을 한 뒤 빠르게 안정을 찾은 케이스다. 결국 유기묘 출신이냐 아니냐 보다는 입양한 뒤 어떻게 키우느냐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펫숍이나 업자 말고 보호소를 찾아가기를 권한다. '사온' 고양이보다는 '입양'한 고양이와 가족을 이루는 행복을 맛보았으면 좋겠다. 유기 동물을 키우는 건 대단한 일도 유별난 일도 아니다. 그저 한 생명을 온전히 가족으로 맞이하고 생의 기쁨과 충만함, 병과 흠결을 함께 느끼며 살아가는 일일 뿐이다. 권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relaxed)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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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루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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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와 밤이 있는 한 낭만은 영원하다고 믿는 전직 라디오 작가. 책 <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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