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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왔다. 코로나19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우리를 찾아왔다. 몇 년 전 언니 일로 미국을 다녀온 후 심리적 거리 두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언니가 온다고 했을 때 마음속으로 다짐한 것이 있었다. 언니가 있는 동안 무조건 참고 좋게좋게, 긍정적으로만 보이려고 애쓰지 말자고. 무엇보다 가족 안에서 나의 솔직한 감정을 보이자고 말이다.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아빠를 보내드리는 큰일을 치르고 난 뒤의 방문이라 언니를 복잡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우리는 강제로 집 안에만 머물러야 했다.

내 마음은 어디로 갈 수도, 갈 곳도 없었다. 김형경 작가의 <천 개의 공감>을 고3 수험서처럼 읽어낸 후 나를 찾기 위해 많은 심리학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가족 안에서는 또 원점이었다. 가족의 두 얼굴은 나의 민낯이기도 했고, 언니의 얼굴이기도 했으며 엄마의 그것이기도 했다.

나름대로 이유 있는 행동이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내 모습은 올해 대학에 들어간 조카의 눈에도 '왜 저래, 정말!'이었을 것이다.
  
이런 일은 정면승부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접근할 것인가. 바라는 건 감정에 침몰당하지 않으면서 여태까지 해 온 나만의 방식을 믿고 용기 내어 먼저 한 걸음 떼는 것이었다.

대화를 시작하고 얼마 가지 않아 역시나 울먹이는 나의 내면의 아이를 만났다. 솔직하게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 아이가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줬다. 다행인 건 언니가 잘 들어주었고 이제라도 말해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오해도 있었고 나의 이기심도 한 자리 차지한 듯했었고, 언니도 잘 몰라 실수한 적도 있었음을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얘기한 끝에 알게 되었다.

한바탕 소동 후 찾아간 그곳, 임경대
 
▲ 임경대의 절경
ⓒ 박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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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에 위치한 임경대는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기를 위해 급하게 생각해 낸 나들이 장소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우산을 받쳐 눈앞이 반쯤 가려진 채로 수다를 떨며 걸어 들어갔다. 몇 분 걸리지도 않았는데 숲이 끝나는 곳에서 이런 장관을 마주하게 될 줄이야. 오기 직전 검색한 사진으로 이미 다 알고 왔지만 직관은 역시나, 역시였다.
   
특히 아파트 단지를 지나 산길을 몇 분 올라오지도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 모습은 장관이고, 절경이고,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였다.

'이래서 임경대가 양산 8경에 들어가는구나.'

비가 많이 내리던 월요일 오전 아무도 없는 정자에 올라 우리끼리 짝을 바꿔가며 사진을 찍으면서 계속 감탄했다.

무엇보다도 전날, 오랜 시간 갖고 있던 답답함을 풀고 서로에게 열린 마음으로 갔는데 시원한 빗줄기까지 더해주니 속이 뻥 뚫렸다.

이후 우리들은 의기투합, 호흡 척척이었다. 비록 언니의 건강검진 결과가 깨끗하지 않은 채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지만, 내 마음속에 칙칙한 덩어리는 말끔히 사라진 뒤였다. 이제는 치료차 다시 한국에 온다 해도 살가운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동생이 되었다.

통일신라 시대부터 있었던 곳

전국의 경치 좋은 곳을 갈 때면 늘 듣는 그 이름, 최치원도 이곳의 풍경에 감탄하며 한시를 지었고 그 뒤 유명해졌다고 하니 그분의 안목을 믿고 자신 있게 추천한다.

혹시 속이 답답한 사람이라면 가는 방법도 크게 어렵지 않은 그곳에서 매일 호연지기를 길러도 좋을 것이다.
    
임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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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선
 
- 임경대 주소 : 경상남도 양산시 원동면 화제리 산72-4 (http://kko.to/w8Fx53-fp)

- 임경대는 양산 물금에서 국도 1022호선을 따라 원동면 매화마을로 가다 보면 물금과 원동의 경계지점 왼편에 있다. 벽에는 최치원의 시가 새겨져 있었으나 지금은 알아보기 어렵고 시만 전해지고 있다. 낙동강에 인접한 오봉산에 위치하여 근처에 등산 코스와 행글라이더 활강장도 있다고 하니 참고해도 좋겠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 주차장은 무료이며 입장료도 없다. 입구에는 손소독제와 방문자 기록지가 비치되어 있다. 차를 세우고 뒤편 소나무 숲길로 들어서면 가운데 언덕을 중심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몇 걸음 옮기다 보면 바로 정자를 만날 수 있는데 원래 위치는 정자에서 남서쪽으로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먼저 내려다본 뒤 신발을 벗고 정자에 올라서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가 간 날은 비가 왔는데 신발을 벗고 올라가라는 팻말과 함께 슬리퍼가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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