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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0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어난 김용균의 죽음 이후 2년이 되어서야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재판정에는 원·하청 대표이사를 비롯해 14명의 피고(원·하청 법인 포함 총 16명 기소)와 그들이 고용한 대형로펌 변호사들이 나와서 그들의 책임을 부인하고 변호해주고 있습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여전히 하청사에게 책임을 미루고 개인의 부주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벌금 몇 푼에 진짜 권한 있는 책임자는 빠져나가고 말단 관리자만 처벌받는 관행을 바꾸기 위해 김용균 재판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자 합니다. 재판 때마다 온라인 행동, 법원 앞 피케팅을 하면서 재판에 함께 참관해 주시는 분들의 글을 모아 차례로 싣고자 합니다.[편집자말]
지난 9월 7일, 7차재판 시작에 앞서 피켓팅을 진행했다. 6차 기일 이후 두달여 만에 재판이 열린 이 날은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지난 9월 7일, 7차재판 시작에 앞서 피켓팅을 진행했다. 6차 기일 이후 두달여 만에 재판이 열린 이 날은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 김용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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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이 재판은 간단하다, 죽게 만든 이들은 책임을 다하라 http://omn.kr/1u8r5

지난 8월 20일 고 문중원 기수의 재판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으로 달려갔다. 문중원 기수는 마사회 부정·비리를 유서로 폭로하고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 부산경마공원에서 극단적인 선택한 것이 벌써 문 기수가 7번째라고 해서 더 큰 충격이었다.

유족은 사망 사고의 핵심 인물로 당시 마사회 김용철 경마처장 등 세 명을 꼽았고 이들이 강력하게 처벌받기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이들은 피고인조사에서 일관되게 "그렇지 않다. 잘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모두 책임을 회피하는 말을 해왔다. 처벌을 받지 않으려 온갖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경찰조사 때와 다른 대답을 법정에서 했는데도 전혀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일관된 태도를 보여 왔다.

아들 용균이와 관련해서도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여태 기업이 살인을 저질러도 법이 솜방망이라 재발방지 효과가 없었는데 또 빠져나가게 놔둘 순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 재판기일은 10월 6일이다. 사회의 안전을 위해 많은 시민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해 보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법의 허점 막아야

아들 용균이 사고 이후 유족인 부모 이름으로 고발하여 원하청 법인과 사장들을 포함해서 핵심적인 주요 인물 14명 검찰 기소가 되었다. 2주기가 지나고 올 1월에 첫 재판이 있었고 지난 9월 7일 두어 달 만에 7번째 재판이 열렸다.

여러 차례 진행된 재판 동안 용균이의 동료들이었던 증인들은 심문 자리에서 "원청에서 지시를 받아왔고 일에 구조상 점검구에 몸을 집어넣어 들어가서 일할 수밖에 없다"라고 입을 모아 진술했다.

그러나 원청사 측은 "우리는 지시하지 않았는데 하청 직원들이 마음대로 들어가서 사고가 난 것이니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고 발뺌했다. 하청의 28번의 시정 요구도 원청은 묵살시켰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언제든지 해고 우려 때문에 제대로 말할 권리조차 없는 하청 비정규직들의 생사여탈권조차 원청이 쥐고 있는 형국이다. 그 위험천만한 곳에 스스로 들어가서 목숨을 걸고 일하고 싶은 사람 있겠는가?

그리고 또 하나 이상한 점이 있다. 원청 사장은 사고의 위험을 몰랐다고 하면 책임성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사장들은 안전에 관심 없는 것이 더 이익이란 말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의 허점을 이용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빠른 시일 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재개정해서라도 법의 허점을 막아서 기업주가 직접 나서서 안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사고 증거가 너무나 많다. 카톡방도 원청이 필요에 의해서 지시해서 만들었고 원하청 대화를 보면 원청이 지시하고 하청이 "네 시정 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한 내용이 너무나 많이 있다. 그런데, 검사가 증거로 제시하니 사측은 "지시한 것이 아니라 요청한 것이다"라고 해괴한 답변을 했다. 갑을 관계에서 누가 봐도 이런 형태는 지시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말끝마다 유족에게 사죄한다는데 씨알도 안 먹힌다. 아들 사고 이전에 서부발전 하청에서 12명의 산재사망이 있었다. 사고 1년 전 3호기 협착사고 때도 반성이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사과라면 그때 진심으로 반성해서 아들 용균이 사고를 막았어야 했다.

문중원 기수 재판도 함께 지켜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안전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도록 법을 만들어 놨다. 산재사망 피해자는 매일 발생함에도 가해자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 이유는 힘 있는 기업주들과 정경유착되어 기업하기 좋도록 자신들 이익만 따져 법을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참고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이제는 부당함을 부당하다고 말하고 요구해서 당연한 우리의 권리를 정당하게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재판은 점점 늘어져서 내년까지 넘어갈 것 같다고 한다.

기다리는 것도 속이 타지만, 몇 번을 재판을 더 하더라도 책임 있는 자들이 제대로 처벌받도록 되어야 한다. 고 문중원 기수의 재판도 이제 마지막 판정일이라는데 끝까지 함께 지켜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 김용균재판 참관기 네번째 글은 고 김용균의 어머니이자 김용균재단 대표인 김미숙님이 작성했습니다.


태그:#김용균재판, #김용균, #중대재해, #화력발전,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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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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