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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가 퇴색하는 세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 그 자체가 종말을 고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마주했던 노동 현실의 민낯을 보며 현장의 관찰자이자 조율자로서 신입 노무사가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을 독자와 공유합니다. [편집자말]
노사관계에서 해고는 사용자가 꺼낼 수 있는 최후의 카드다.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불문하고 근로기준법 제2조 제4호의 근로계약에 따라 발생하는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계약관계를 일방적으로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소득의 가치가 하락했다며 평가절하를 당하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절대다수의 국민은 자기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활한다는 점에서 해고는 개인의 삶 그 자체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일이다.

해고는 근로계약이라는 법적 관계에 따른 분쟁이므로 그 정당성 여부는 헌법상 사법권을 가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다투게 된다. 실제로 해고에 대한 종국적인 해결방안은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소송' 내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신청해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는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굵직굵직한 해고 관련 판례들은 바로 이런 소송의 결과물로 누군가가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자신의 노동인권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결실이다.

하지만 실상 해고에 대해 처음부터 소송으로 다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애초에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명되었을 때 받게 될 '임금 상당액' 자체가 많지 않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최저임금을 받는 기간제 또는 단시간 노동자들처럼 애초에 임금액이 많지 않은 경우 설령 소송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실익이 없어 구제받기를 망설이게 된다.

이에 우리나라는 지난 1989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행정적 구제방법으로 노동위원회를 통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제도를 도입했다. 해고당한 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 산하의 행정기관인 노동위원회에 "내가 억울하게 해고를 당했다"라고 구제신청을 하면, 소송과 유사한 방식으로 당사자 간 주장이 오고 간 뒤 심문회의에 출석해 위원들의 판정을 받아 부당해고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된다.

이 방법은 소송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기간도 비교적 짧게 소요된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권리 구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통계(e-나라지표)에 따르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이 제기된 건수는 지난 2001년 6765건에서 2020년에는 1만 5384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하고 분쟁 해결률(소송으로 이어지지 않은 건수)도 87.8%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제도가 활성화됨에 따라 대중의 노동인권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제신청 제도는 성공적인 권리구제수단 입법으로 꼽히고 있다.
  
돌아갈 수 없는 자들을 위한 금전보상제도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원칙적으로 그 근로자를 원직으로 복직시키는 것이 구제명령의 내용이다. 그렇다면 '원직'이 없는 노동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구제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가 성립한다고 보면 구제명령으로 그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도록 하고(제30조 제1항), 부당해고 기간에 지급했어야 하는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도록 명령하게 된다. 만약 사용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회 2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제33조)을 2년간 총 4회까지 부과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강제력도 확보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 11월 19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에서는 그 상한선을 1회 3천만 원까지로 올려 노동자들의 권익을 더더욱 확보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원직복직명령'은 원직, 즉 돌아갈 곳이 있는 근로자에 한하여 적용된다. 이 때문에 구제신청을 다투던 중에 ⑴사업장이 폐업했다거나 ⑵정년을 초과하게 되었다거나 ⑶기간제 근로계약상의 계약기간이 만료했다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경우 논리적으로 복직이 불가능하며 이 경우를 대비하여 법은 '금전보상명령'이라는 다른 구제방법을 두고 있다.

금전보상명령제도란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거나 위와 같이 원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인 경우, 원직복직 대신 금전으로 보상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법 제30조 제3항). 이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구제신청을 할 때 노동위원회규칙에 따라 금전보상명령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하며, 여기에는 임금상당액 등 보상액의 비용 및 산출 근거 등을 쓰게 된다. 만일 당해 해고가 부당해고로 판단될 경우 노동위원회는 30일 이내의 이행기한을 정하여 복직 대신 돈으로 보상할 것을 명하게 된다.

금전보상제도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구제하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크다. 특히 현실에서는 위 사례 말고도 복직하더라도 사용자의 의도적인 배제 등 직장 내 괴롭힘 등이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거나 다툼의 과정에서 이미 당사자 간 최소한의 신뢰 관계조차 무너져 더는 계약을 지속할 수 없는 등의 여러 가지 상황이 있다. 따라서 금전보상제도는 적어도 경제적인 방식으로라도 보상할 수 있도록 해 복직에 따른 2차 가해 등을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우리 법제는 아래와 같이 금전보상제도에 대해 지나치게 편협한 해석을 고수해 오고 있어 과연 금전보상제도를 둔 취지가 보장되고 있는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금전보상제도의 문제점

무엇보다도 금전보상명령을 내릴지 결정하는 것이 노동위원회의 재량행위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쉽게 말해 해고된 노동자가 금전보상을 신청한 경우라도 노동위원회가 금전보상명령을 내리지 않고 원직복직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실제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연구용역에 따르면 2009년부터 5년 동안 신청된 1만 1589건(초심 기준)의 구제신청 중 금전보상을 신청한 건은 913건으로 10분의 1도 되지 않으며, 이를 인용한 281건 중 25건에 대해서는 신청인의 명시적인 금전보상 청구에 반하여 원직복직명령을 내린 사실이 확인된다.

금전보상의 액수가 원직복직에 따른 임금상당액보다 적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노동위원회규칙 상 임금상당액의 산정기간을 산정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A라는 노동자가 3월 1일 해고된 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해 7월 31일 인용되었고, 회사가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해 8월 16일 노동자를 복직시켰다고 해보자. 이 경우 원직복직명령에 따른 임금상당액은 A가 해고된 3월 1일부터 복직 전날인 8월 15일까지 발생한 금액이 되지만, 복직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금전보상명령의 경우 3월 1일부터 판정일인 7월 31일까지 발생한 금액에 그치게 된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위기를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한 아시아나KO의 행위를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부당해고임을 인정하는 노동위원회 판정문.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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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이익도 문제된다. 분명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고려해 금전보상명령제도가 생겼지만 법원은 "금전보상명령은 원직복직이 객관적으로 가능함을 전제로 부당해고에 관한 구제명령인 원직복직명령을 대신하여 부과할 수 있을 뿐, 나아가 원직복직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까지 금전보상명령을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서울고법 2011누25465, 대전고법 2018누11324 판결 등)"라고 보아 금전보상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한 적이 있다.

실제로 이에 따라 노동위원회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구제신청을 각하해 왔다는 점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금전보상명령인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금전보상명령의 미래

이러한 지적이 이어지다 보니 지난 2021년 5월 18일 국회는 개정 근로기준법 제30조 제4항을 신설해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정년의 도래 등으로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제1항에 따른 구제명령이나 기각결정을 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19일부터는 원직 자체는 존재하지만 계약 기간상 문제로 부당해고에 대해 다투지 못했던 과거의 관행은 근절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금전보상제도는 계속 기피될 것으로 보인다. 상식적으로 기존의 일자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마당에 돈도 오히려 적게 받는다면 과연 누가 신청하겠는가? 노동자 입장에서 금전보상을 선택할 유인이 거의 없다는 점은 이 제도의 해묵은 숙제가 된 지 오래다. 때문에 이미 너무 오랜 기간 다투어 오면서 회사와의 신뢰가 완전히 훼손된 노동자들조차 일단 복직한 뒤 사직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사실상 강요하게 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분명 법문에서는 '임금상당액 이상'을 지급하도록 했지만, 통계상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인용된 금전보상명령 379건 중 단 3건을 제외하고는 해고기간의 임금상당액만을 보장받았다는 점은 판단의 주체인 노동위원회가 얼마나 기계적이고 보수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수차례 임금상당액 외에 '부당해고' 자체에 대한 위자료 개념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실제 통과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부당해고 구제명령의 취지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원만한 관계를 회복하여 정상적인 근로계약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에 원직복직이 원칙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분쟁이 끝나고 '뒤끝 없이' 다시 잘 지내는 경우는 정말 드물고, 대다수의 경우 복직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분쟁을 겪으며 따돌림 등 직장 내 괴롭힘이 2차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원직복직만이 능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적어도 노동자들이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할 때에, 원직복직보다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현재보다 개선된 금전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통상 노무수령 거부 등 인격적 침해에 대하여 위자료가 인정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상기한 입법안처럼 원직복직에 대응하는 일정액의 위로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원직복직에 따른 2차 가해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금전보상명령 여부를 위원회가 재량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신청인의 명시적 청구에 따르도록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점이 개선된다면, 해고자의 노동인권 구제를 위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복직 이후 발생하는 사건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부당해고를 한 사용자에게는 잘못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되, 당사자의 선택에 따라 다시 마주하지 않고 아름다운 퇴장을 할 수 있는 선택지로써 금전보상제도가 사랑받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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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조은노무법인 책임노무사, HR 책임컨설턴트 // 前 YTN 보도국 영상취재1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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