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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으로 제13회 5.18문학상 동화 부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정미영 작가가 이번엔 고아라 그림작가와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합니다.

전래동화와 수학을 융합하여 책을 냈다는데, 그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별난 할머니와 욕심쟁이 할아버지>를 펴낸 정미영-고아라 작가와 지난 8일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별난 할머니와 욕심쟁이 할아버지>는 욕심쟁이 할아버지가 암탉을 공짜로 갖고 싶어 밤새 호박씨를 까며 헛고생하는 이야기인데요. 별난 할머니의 행동으로 욕심쟁이 할아버지의 의도가 빗나가는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고아라 작가님, 이번 책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정미영 작가와 함께 작업한 에피소드를 소개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아라 : "(정미영 작가는) 가까이 살며 평소 친분이 있던 사이죠. 둘 다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걸 좋아했어요. 아이 성장에 맞춰 함께 책을 찾고 육아 고민을 나누며 친해졌어요. 그러다 내 아이가 꼭 읽고 성장했으면 하는 융합 동화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어요. 어린이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글과 그림이 꼭 필요하잖아요. 저(고아라)는 그림을 그릴 줄 알았고, 언니(정미영)는 글을 쓸 줄 알았어요. 완벽한 조합이었죠. 출간 계획을 세우며 첫 융합 시리즈로 '암산이 즐거운 전래동화 시리즈' 5권을 기획했어요. 암산 전래동화 시리즈가 완결되면 '과학이 즐거운 역사 동화 시리즈' 5권을 만들 계획이죠.

첫 책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더미북을 만들고 다시 기획하고, 또 그리고, 다시 쓰고, 다시 만들고… 무한 반복 후 인쇄소에서 가제본을 만들었어요. 실물 크기에 맞춰서요.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며 흥미를 느끼는지 테스트도 했죠. 시리즈 이름도 처음에는 '메르헨 암산'이었어요. 주변 엄마들 의견을 듣고 '암산이 즐거운 전래동화'로 바꿨어요. 도서출판 라영의 첫 책 <별난 할머니와 욕심쟁이 할아버지>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치열했는지 몰라요. 저희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책으로 엮어서 작은 출판사를 계획하는 분들과 나누고 싶을 정도랍니다."
 
암산이 즐거운 전래동화 시리즈 <별난 할머니와 욕심쟁이 할아버지>의고아라(좌) 정미영(우) 작가
 암산이 즐거운 전래동화 시리즈 <별난 할머니와 욕심쟁이 할아버지>의고아라(좌) 정미영(우) 작가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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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미영 작가님, 암산이 즐거운 전래동화라는 타이틀을 보고 최근에 인터넷이나 기기에 기억을 위임하는 현상이 생각났습니다. 전에 리하트 다비트 프레히트 책 <사냥꾼, 목동, 비평가>를 소개하는 기사에도 언급했던 내용인데요(관련기사 링크). 예전에는 주산, 암산 등의 훈련으로 기억력을 높이는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기기에 연산이나 의사결정을 위임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데요. 이번 동화책이 이러한 현상을 고려해서 기획되었나요?
정미영 : "시대의 흐름을 바꿀 수 없는 것 같아요. 주요 선진국 뉴스를 보면 교육 과정을 바꾸고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어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갈 내 아이가 주도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연습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몸에서 뇌 빼고 모두 아웃소싱할 수 있는 세상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4차 산업 시대에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없는 아이가 어떻게 창의적으로 성장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암산이 즐거운 전래동화 시리즈는 기획했어요. 결국 종이책과 이북(e-book)을 동시 출간했지만, 처음에는 이북으로만 제작하려고 했어요. 디지털 콘텐츠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용하며 뇌를 활성화시킬 수 있게요. 언제 어디서든 손가락과 머리만 있으면 문해력을 다지고 암산 훈련을 할 수 있으니까요. 암산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훈련이잖아요. 아이는 뱃속에서부터 자기 몸을 빨고 만지며 자기를 인식하죠. 태어나면 손에 닿는 물건을 만지고 빨며 세상과 나를 연결하고요. 학습을 시작할 나이가 됐을 때, 디지털 시대에 인간답게 아이답게 자기 몸을 활용해 뇌를 사용하고 확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며 꼭 봐야 할 책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맞춰 부정적인 면을 보완해 주고 싶어 기획한 책이죠."
 
암산이 즐거운 전래동화 시리즈 <별난 할머니와 욕심쟁이 할아버지>
 암산이 즐거운 전래동화 시리즈 <별난 할머니와 욕심쟁이 할아버지>
ⓒ 도서출판 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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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저는 상당히 궁금합니다. 스마트폰을 사주면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것뿐만 아니라 시력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고,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으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되고요. 아이가 디지털 콘텐츠를 접하는 것과 이렇게 종이책으로 된 콘텐츠를 접하는 것 중 무엇이 나을지 고민도 됩니다. 종이책으로 된 전래동화와 수학을 융합시키는 것이 디지털 콘텐츠와 비교해서 어떤 점이 나을까요?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온라인 수업 콘텐츠가 엄청 많아졌어요. 저희 아이 역시 온라인 수업을 했고요. 그런데 디지털 콘텐츠를 접하면서 느낀 점이 있어요. 재미는 있는데 그 순간뿐이라는 거죠. 머릿속에 오래 남지 않아요. 휘발성이 아주 강하죠. 눈으로 보고 쓱 넘어가는 거예요. 게다가 아이가 영상에 집중할 수 있게 설정된 화면은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아요. 문제마다 가이드를 제공하고 가이드를 따라가면 문제를 다 풀 수 있어요. 종이책이든 디지털 콘텐츠든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해요. 속도는 중요하지 않아요. 특히 뇌를 키워야 하는 나이는 더 그렇다고 생각해요. 정확하게 인지하는 게 중요하죠. 머릿속에 지식이 쌓여야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종이책이든 이북이든 글자를 읽어내는 문해력 훈련부터 문장을 이해하고 숫자로 전환해서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암산까지 이루어지는 책이 필요해요. 정답을 보여줄 때도 문장을 나눠서 손가락 그림으로 만들었어요. 아이가 스스로 정답을 보며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죠. 부모는 아이가 답지를 보고 문제를 푸는 걸 싫어하잖아요.(웃음)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 문제를 풀고, 틀려도 답지를 보며 몸으로 반복하면 문해력과 수리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어요. 종이책이냐 디지털 콘텐츠냐의 문제가 아니라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암산이 즐거운 전래동화 시리즈를 기획한 정미영(좌) 고아라(우) 작가
 암산이 즐거운 전래동화 시리즈를 기획한 정미영(좌) 고아라(우) 작가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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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어린이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합니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점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하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이번 책을 통해서 독자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려고 합니다.
"보르헤스는 '인간이 사용하는 여러 가지 도구들 가운데 가장 놀라운 것이 책이다'라고 했어요. 보르헤스의 말대로 현미경은 눈의 확장이고, 전화는 목소리의 확장이고, 쟁기는 팔의 확장이잖아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창의력, 상상력은 책이라는 도구를 통해 확장할 수 있어요. 세계의 어린이들이 고유의 전래동화를 읽거나 들으며 성장하는 이유는 옛이야기 속에 집단 무의식과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순기능이 숨어 있기 때문이죠. 특별한 도구 없이, 언제, 어디서, 혼자 또는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는 책 읽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도서출판 라영이 기획할 책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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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 글을 쓰는 주말작가입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좋은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https://brunch.co.kr/@yoodluf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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