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사랑도 다 가지고 싶은 대한민국 여성. 가능할까? 아름은 의욕 하나를 갖고 프랑스로 떠난다. 성만과 함께! 좌충우돌 결혼생활을 고스란히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 지난 8월 30일 박강아름 감독을 만나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강아름 결혼하다> 무대인사 현장 박강아름 감독

<박강아름 결혼하다> 무대인사 현장 박강아름 감독 ⓒ (주)영화사 진진


박강아름 감독은 전통적인 성역할이 바뀐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제가 가사와 육아하는 장면은 의도적으로 덜어냈어요. 성만 씨가 집안일을 하거나 아이에게 분유를 먹일 때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 지가 중요했으니까요. 분명히 여성인 제가 하는 것과 다르게 관객이 느낄 거라 생각했어요. 이러한 의도를 가지고 작업을 했지만, 촬영과 편집 작업 과정 내내 제가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했어요. 저 조차도 저 자신을 비하하려거나 성만 씨를 불쌍하게 보려고 하는 감정에 휘몰아치기도 했어요. 러프 컷이 나올 때마다 그게 드러났나봐요. 그런 감정에서 나오게 해 준 건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했고요. 동료들의 도움이 컸어요. 김문경 프로듀서의 도움이 컸습니다."
 
 박강아름 감독 가족사진

박강아름 감독 가족사진 ⓒ (주)영화사 진진

 
<박강아름 결혼하다>에서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갈등의 연속인 결혼생활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비혼 및 비출산을 초래한다는 의견도 있다.
 
"결혼과 임신, 무조건 해야 한다가 아니라, 이것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강아름 감독은 동료 김문경 프로듀서가 영화 속 '박강아름이라는 캐릭터를 이렇게 바라봤구나.'라는 시선이 큰 힘이었다고 말했다.

"김문경 프로듀서님은 이 영화가 일도 사랑도 잘 해내고 싶었던 30대 여성의 좌충우돌 이야기로 보이길 바란다고 말했어요. 다만 박강아름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할 뿐이었다구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자신의 부족함이나 한계를 드러내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으로 프로듀서로서 영화를 함께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많이 공감했고, 또 저에게는 이러한 말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박강아름 결혼하다> 무대인사 현장 박강아름 감독

<박강아름 결혼하다> 무대인사 현장 박강아름 감독 ⓒ (주)영화사 진진


전작인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는 사회가 20대 여성의 몸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여준다. 감독 스스로 카메라를 들고 자기 몸을 통해 실험한다.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일과 사랑을 다 하고 싶은 30대 여성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했을 때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차기작은 박강아름 감독의 딸 '보리'와 반려견 '슈슈'가 주인공이다. 커가는 아이와 늙어가는 개와의 관계와 사랑을 그린다. 죽음에 대한 박강아름 감독의 마음이 담길 예정이다.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에서는 오롯이 박강아름을 그렸다면 <박강아름 결혼하다>에서는 박강아름과 파트너의 관계를 보여줬다. 차기작에서는 박강아름의 아이와 개로 시선이 확장된다.

<박강아름 결혼하다>에서 36개월 미만이었던 보리. 이제는 제법 말도 잘 통한다.

"<박강아름 결혼하다>를 찍을 땐 부모의 손이 많이 가는 시기였죠. 프랑스에서는 육아에 대해 조언을 받거나 정보교환을 할 만한 커뮤니티가 없었어요. 힘들었죠. 이제는 아이가 커서 이유식을 따로 안 해도 돼요. 간을 안 한 음식은 먹을 수 있죠. 기저귀를 갈 일도 없고요. 말도 잘 듣습니다. '하지 마'라고 하면 안 해요. (웃음)"
 
 박강아름 감독 가족사진

박강아름 감독 가족사진 ⓒ (주)영화사 진진

   
<박강아름 결혼하다>를 찍을 때와 달라진 건 보리뿐만이 아니다.

"영화가 완성됐기에 일단 큰 작업은 끝났어요. 이전에는 영화 제작을 중심으로 온 가족이 움직였죠. 성만 씨가 제게 맞췄어요. 이제는 제가 성만 씨 프로젝트에 협력할 수 있죠."

성만은 프랑스에서 채식 요리 위주 조리법을 올리는 유튜브를 개설했다. 이름은 '외길식당'. 박강아름 감독은 유튜브 '외길식당'의 촬영과 편집을 맡았다. 성만은 요리, 연출, 구성 담당이다. 영화 개봉 준비로 조금 멈췄지만, 업로드를 준비 중이다. 채식 요리 조리법을 책으로도 낼 예정이다.

<박강아름 결혼하다>에도 '외길식당'이 나온다. 처음 영화를 기획할 때 지었던 영화 제목이 바로 <외길식당>. 아름을 따라 프랑스에 온 성만이 주부우울증에 빠져 기획한 프로젝트다. 아름과 성만의 집에 사람들을 초대해 성만이 만든 요리를 대접하는 것.
 
"성만 씨는 한창 보조요리사로 재밌게 일하고 있을 때 프랑스로 간 거였어요. 요리는 손이 놀면 안 된대요. 감을 잃어요. 그래서 요리를 계속할 기회를 생각한 거죠. 제가 제안했고 성만 씨도 좋다고 했습니다."
 
 <박강아름 결혼하다> 무대인사 현장 박강아름 감독과 보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무대인사 현장 박강아름 감독과 보리 ⓒ (주)영화사 진진


박강아름 감독은 영화를 제작할 때 일과 사생활이 구분되지 않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작업실은 따로 없었다. 집에서 모든 작업을 해야 했다.

"아이가 자는 새벽에 편집했죠. 체력적으로 힘들었습니다. 학업도 병행해야 했고요. 3인 식구의 생활을 책임져야 했기에 늘 머릿속이 복잡했죠. 프랑스 행정은 하나라도 어긋나면 일일이 편지를 써야 합니다. 모든 걸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 차리고 살아야 했어요. 매일 해야 할 일 목록을 작성했죠."

박강아름 감독은 프랑스에서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었을까.

"슈슈랑 산책했어요. 못 잤던 잠을 몰아서 자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했죠. 한국 드라마나 예능을 보기도 했습니다. 목욕도 하고요. 저와 성만 씨의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가 목욕이에요. 집에 항상 목욕 소금이 있었어요. 지금 있는 한국 집은 욕조 있는 집이 아니라서 못하고 있네요. (웃음)"

"유튜브 먹방도 자주 봤어요. 떡볶이 먹방이요. 한국에 있을 때는 떡볶이를 잘 안 먹었는데 프랑스에 오니까 그렇게 먹고 싶더라고요. 프랑스는 떡이 비싸거든요. 성만 씨가 라이스페이퍼로 떡볶이를 만들어줬어요. 대안을 발견한 거죠. 맛있었습니다. (웃음)"

 
 <박강아름 결혼하다> 무대인사 현장 박강아름 감독과 보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무대인사 현장 박강아름 감독과 보리 ⓒ (주)영화사 진진


박강아름 감독은 영화 속 박강아름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제 모습인지는 저조차도 몰라요. 다만 자전적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기에 제가 발견한 저의 모습을 영화로 작업하는 거죠. 영화의 주제를 잡기 위해 제가 선택한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뿐이에요. 제 일상의 일부를 떼서 장면화하는 거죠.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모든 걸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선택하지 않은 장면들도 있기 때문이죠."
 
<박강아름 결혼하다>에는 박강아름 감독의 아버지가 잠깐 나온다. 그의 카메라 속은 늘 아름의 남동생으로 가득 찼다. 박강아름 감독의 '어머니'는 박강아름에게 어떤 존재일까.
 
"한마디로 독립적으로 사는 여성이에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걸 지지해줬습니다. 돈이 없었기에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준 건 아니었지만, 마음으로 그리고 말로 응원해줬죠. 저에게 무언가를 강요한 적은 없었어요. 집착하거나 간섭하지 않았죠. 약간의 거리를 두며 각자의 인생을 잘 살아가는 모녀지간입니다. (웃음)"
 
보리에게 박강아름 감독도 그런 엄마일까.

"지금까지는 그래요. 보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하며 '잘' 살아가는 것. <박강아름 결혼하다>가 청춘들에게 던지는 가능성과 질문은 아닐까. 박강아름 감독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관객들에게도 다가가길 바랐다고 말했다.
 
가장 잘 알면서 가장 잘 모르는 '나'를 보여주는 자전적 다큐멘터리. 스스로의 모습을 성찰하며 발견되는 질문들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박강아름 감독. 그는 앞으로도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강아름 감독은 욕망에 솔직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한계를 두려워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는 그의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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