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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통령 선거(3.9)와 지방선거(6.1)가 멀지 않았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벌써 몇 년째 세계 꼴찌다. 급기야 지난해엔 처음으로 인구가 줄었다. 최근 연구는 가파른 인구 감소(저출산)가 수도권으로의 지나친 인구 집중 탓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수도권으로 몰리는 발길을 돌려세우지 못하면 인구 감소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큰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도 로컬(수도권 밖 지역) 의제는 여전히 뒷전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다시 로컬로 향하게 할까.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로컬 연구자들을 만나 의견을 물었다. 4회에 걸쳐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기자말]
도시도 사람처럼 나이를 먹는다. 도시 곳곳의 건물과 도로에 세월의 무게가 내려앉고, 도시에 물과 에너지를 돌게 하던 기반 시설에도 틈이 생긴다. 어디건 사람이 넘쳐나던 시절에는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거나 다시 길을 닦으면 그만이었다. 건물과 도로와 물과 전기를 쓸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지금 도시에 없는 건 사람이다.

나이 든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정책이 '도시재생'이다. 2013년 제정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시재생법)은 도시재생을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적어도 헌 집들을 허물고 새 집을 지어 도시를 되살리겠다는 사업은 아닌 셈이다.

"물리적인 재개발에 대한 반성으로 나타난 게 재생이다. 다시 말해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은 어렵다는 게 도시재생의 출발점인데, 우리나라는 물리적 재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

경신원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 대표의 눈에 비친 도시재생(뉴딜) 사업은 법에 담긴 취지와는 달랐다. 그는 2001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뒤로 15년간 영국과 미국에서 주택 및 도시(재)개발 분야의 교육자와 연구자로 활동해왔다. 2008년 우리나라의 초기 도시재생 국가 R&D(연구·개발) 사업에도 참여했다.

경 대표는 정치 리더가 "로컬 중소도시를 살리는 열쇠"라고 했다. 그는 "도시가 죽고 사는 건 리더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서 "자신의 정치적 야심이 아니라 지역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 무얼 할 것인지 고민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영국에 있을 때 10년 계획을 아주 유연하게 세우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무턱대고 청년들을 지원하기보다는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큰 틀에서 정하고 거기에 맞는 산업과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람에 대한 투자도 큰 그림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경 대표는 2001년 영국문화원 쉐브닝 장학생(Chevening Scholar)으로 선발돼 영국 버밍엄대학교에서 '도시 및 지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조교수로 근무했다. 2010년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D.C.의 도시연구소(Urban Institute)와 MIT 등에서 지속가능한 도시 및 주택 분야 관련 연구를 해왔다. 2016년 서울로 돌아와 서울대와 서울시립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며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 <엄마 말대로 그때 아파트를 샀어야 했다> 등의 책을 출간했다.

최근 경 대표와 서울의 어느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진 뒤 화상으로 한 번 더 만났다. 아래는 경 대표와 나눈 대화다.

도시재생은 '사람 중심'이어야... 획일적 기준으로 '참여' 강요해선 안 돼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연구소 대표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연구소 대표
ⓒ 경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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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서 도시재생을 공부하고, 우리나라에서 도시재생법 초기 연구에 관여해온 걸로 안다.

"영국에서 지역재생 관련한 박사논문을 쓰던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라는 개념은 매우 생소했다. 국토연구원과의 공동 세미나에 3년 동안 참여했는데 그때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이란 개념을 우리나라에 알리게 되었다. 

버밍엄대학에 재직하면서는 2008~2009년에 도시재생 관련 국가 R&D 사업에 참여했다. 서울대가 주도한 컨소시엄에 미국 콜럼비아대학, 일본의 와세다대학과 함께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도시 재개발과 재생의 발전 단계에 대한 비교연구를 수행했다."

- 여러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2013년에야 법이 제정됐다. 법안을 보니 어땠나.

"재건축, 재개발, 주거환경개발 사업 등과 관련된 기존 법안들을 한데 뒤섞어 놓은 것 같아서 몹시 실망스러웠다. 도시재생의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해 보였다. 도시재생의 핵심은 '사람 중심'이라는 걸 여러 번 강조했는데 그런 내용이 빠져 있었다. 

물리적인 재개발에 대한 반성으로 나타난 게 재생이다. 다시 말해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은 어렵다는 게 출발점인데, 우리나라는 물리적 재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했다." 

- 영국의 도시재생에 대해 소개해 달라.

"영국에서 도시재생은 1980년대 대처 집권기에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됐다. 그러니까 당시 영국의 도시재생은 경제 활성화로 도시를 되살리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에 들어서야 도시재생에 눈을 떴는데, 그때는 이미 영국에선 1997년에 노동당이 집권하면서 여러 뉴딜 정책을 펼친 뒤였다. 노동당은 경제성에 더해서 커뮤니티 참여를 굉장히 강조했다. 그러다보니까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영국의 초기 도시재생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2016년에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경제적 회복보다 커뮤니티 참여에 너무 힘이 실리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도시재생에선 경제적 회복이 굉장히 중요하다. 일단 쇠퇴가 시작됐다는 건 경제적 측면에서 경쟁력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사람이 떠나는 첫째 이유는 일자리가 없어서다. 영국도 1990년대 중반부터 스코틀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빈집들이 빠르게 늘었다. 전에는 물리적 조건 탓, 그러니까 집이 낡은 탓이라고 봤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경제적 상황이 나빠지니까 집 상태가 아무리 좋아도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던 거다.

이걸 회복하려는 게 HMR(하우징 마켓 리뉴얼)인데 경제 정책과 물리적 개선이 결합하지 않으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영국 정부가 1998년쯤부터, 1950년대 이후 처음으로, 그것도 아주 대규모로 자본을 투입해서 민간 영역에 개입을 하기 시작했다."

- 주민 참여에 너무 힘이 실린다는 건 어떤 뜻인가.

"참여도 좋지만 그 정도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지역에 따라 주민 참여에 대한 기대치도 달라야 한다. 지금은 도시에 맞춰 정한 기준을 전국에 모두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대도시와 지방 중소도시의 쇠퇴 정도가 다르고 주민 역량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지 않나. 서울 안에서도 그러한데, 어떻게 전국에 같은 기준과 방법을 적용할 수 있겠나.

쇠퇴지역에 사는 주민 대부분은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사람들한테 도시재생대학도 다니고, 미래 비전도 만들어내라고 하는 건 너무 무리한 요구다. 비현실적인 이상이다. 그래서 커뮤니티 참여가 반드시 정답은 아니라는 주제로 논문도 썼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인 아마르티아 센도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는 정치적 힘보다 경제적인 힘이 우선이라고 강조하지 않았나.

톱다운(top-down) 방식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정책이라고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 재생이 가능한 지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 주민 역량이 강화될 때까지는 전문가의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 주민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우는 건 올바르지 않다.

영국에서도 커뮤니티 참여는 1990년대 들어 이른바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흐름이다. 정부 역할을 축소하면서 제3섹터(the third sector), 커뮤니티의 역할을 강조한 건데, 어떻게 보면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을 커뮤니티에 떠넘긴 거다. 2010년에 보수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빅 소사이어티'를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 재정의 위기로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도시 되살리는 데 정치 리더의 역할이 열쇠... 큰 틀의 유연한 계획 수립 필요
 
 경신원 대표가 쓴 두 권의 책
 경신원 대표가 쓴 두 권의 책
ⓒ 파람북, 사무사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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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brunch.co.kr/@swkyung0221)를 보니 '로컬 크리에이터' 관련 연구를 진행했던데 소개해 달라.

"지난해에 중소기업벤처부와 창업진흥원 의뢰를 받아 <로컬 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 현황 분석 및 전략 수립> 연구를 했다. 툭 터놓고 조금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이들 가운데 정말 기업가정신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기존 소상공인들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잠재력에 기대를 걸고 지원을 하지만 지원이 끊기고 나면 포기하는 이들이 많은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원금이 얼마든 그것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그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대부분의 정부 지원이 3년을 넘기지 않다 보니까 창업은 쉽게 하는데 오래 가지 못한다. 창업 이후에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할지를 잘 살피면서 로컬 생태계와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 로컬 생태계를 만들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

"경제를 되살리려면 경제활동인구를 다시 불러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로컬 숍이나 카페가 생기는 것도 좋지만 소비 공간 구축을 넘어서 생산 활동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생산이 늘면 자연스럽게 소비도 늘어나니까. 도시가 자생력을 가지려면 생산 활동이 필요하다. 나는 거기에 관심이 있다. 무엇보다 창업자들 주변으로 산업이 일어나도록 해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시재생도 로컬 창업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정말 지역을 바꾸고 싶으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 인구 유출을 막으려고 애를 쓰는데 인구가 이동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유입을 늘리는 데 더 힘을 쓰는 게 낫다. 새로 유입되는 인구와 기존 인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도 고민해야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새로운 인구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늘어난 인구를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 정부가 내년에 로컬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보나.

"행안부, 국토부, 중기부에 과기부까지 부처들이 협력하지 않는 게 문제다. 그러다 보니 예산낭비도 심하다. 엄브렐라(우산) 조직을 만들어서 가지고 있는 예산을 합쳐 더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의미 있는 사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

월드뱅크의 도시 경쟁력 순위를 보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작은 도시들이 앞자리를 차지한다. 사람들은 큰 도시가 경쟁력이 높을 거라고 보지만 급성장하는 도시는 아주 작은 도시들이다. 그런 도시들을 보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가령, 터키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는 카펫을 잘 팔 수 있게 정부와 지자체가 작은 공항을 만들어줬다. 지역 산업을 뒷받침할 인프라를 구축해준 거다. 그만큼 (정치) 리더십이 중요하다."

-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로컬 의제는 여전히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내가 MIT에 있을 때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게 도시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는 거였다. 도시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리더십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상당히 인텐시브(집중적인)한 코스였다.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건 도시 계획가로서 어느 정도 성장을 하면 결국 정치 리더가 되어 도시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가 죽고 사는 건 리더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디트로이트가 가장 극명한 예다. 시장이 잘못된 판단을 해서 도시가 아직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뉴욕이 성장한 건 좋은 리더를 만난 덕이다. 도시 계획 프로그램에는 리더십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 

도시가 바뀌려면 로컬 크리에이터만으로는 어렵다. 리더의 역할이 크다. 그들에게 비전을 주고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다. 자신의 정치적 야심이 아니라 지역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 무얼 할 것인지 고민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그게 로컬 중소도시를 살리는 열쇠다."

- 우리나라 정치 리더들도 많이 만나봤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나.

"영국에 있을 때부터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다. 지금도 관료들이나 지자체장들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외국 사례를 알려달라고 요청하는데, 그런 질문을 받으면 먼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공부하라고 답한다. 자기 도시의 문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기 도시의 문제를 깊이 파악해야 다른 도시가 가진 특성과 문제도 보인다. 한 도시만을 벤치마킹하려는 건 의미가 없다."

- 우리나라 지자체들도 때가 되면 'OOOO 5개년 계획' 같은 것들을 발표하지 않나. 

"향후 10년의 계획은 있어야 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유연한 계획이어야 한다. 영국에 있을 때 10년 계획을 아주 유연하게 세우는 것을 보고 놀랐다. 큰 방향을 정하고 해마다 평가를 해나가면서 계획을 조금씩 바꾼다. 이렇게 유연한 구조로 가야 한다. 도시는 굉장히 유기적으로 변하는데 옛날처럼 한 번 세운 계획을 수십 년 동안 쥐고 가면 안 된다. 사회 경제적인 상황에 맞춰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여러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 

도시가 발전하려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청년들을 지원해 보자는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도시 정체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큰 틀에서 정하고 거기에 맞는 산업과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도 큰 그림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 도시 연구자로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나치게 개발 위주로 도시 문제를 다루다 보니 지역이나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도시 문제는 사회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도시를 구성하는 것도, 또 도시를 살리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런 철학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함께 의미 있는 사례를 만들어 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윤찬영 기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현장연구센터장입니다.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 - 밀레니얼과 젠트리피케이션

경신원 (지은이), 파람북(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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