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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콘텐츠로 정체성 '부각' 젊은 세대 관심 이어져

책방을 운영한다고 하면 낭만적이지만 돈벌이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십수 명의 책방지기에 따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또 전적으로 맞는 말도 아니다. 수익으로 연결되는 책방 경영을 위해선 책만으로는 안 된다. 특색 있는 서가는 필수고 책 이외에 서점만의 고유한 문화가 있어야 한다. 서점 문화가 깊숙이 뿌리 내리면 멀리서도 찾아오는 전국구 책방이 될 수 있어서다.
 
 경주 황리단길에 자치한 어서어서 서점
 경주 황리단길에 자치한 어서어서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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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아래 어서어서)과 강원도 속초시 '동아서점'은 동네서점은 적자라는 편견을 깨고 지역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서점 고유의 문화를 차곡차곡 쌓으면서 성장한 두 곳은 동네서점도 충분히 매력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두 책방의 접점은 없다. 서점 규모와 역사, 책방지기 성향 등 모두 다르지만 딱 하나 공통점이 있다. 책방 투어에 꼭 들어가는 책방이라는 점이다. 또 책방지기가 방문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서점을 보완하고 다듬는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들 방문도 상당하다. 그만큼 고객 연령층이 다양하고 또 재방문으로 이어지면서 책방과의 관계도 지속하고 있다. 책뿐만 아니라 책방 문화를 팔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방문객에 맞춰 그리고 시대에 맞춰 서점도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도서 처방과 사진 촬영 구역 등 젊은 층 공략= 잘 나가는 책방하면 으레 큰 규모의 서점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의가 바뀌고 있다. 책방지기와 거리감이 느껴지는 대형 서점보다는 책방지기와의 소통이 가능한 동네서점이 유행이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경주 황리단길에 있는 '어서어서'다.
 
 경주 어서어서 서점 내부에 고객들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마련해 뒀다.
 경주 어서어서 서점 내부에 고객들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마련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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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문 연 어서어서는 15평 정도 되는 작은 규모다. 이곳에는 책방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문제집, 참고서, 경제 서적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주말에는 500여 권 이상이 팔리고 한 달 최대 매출은 4000만 원까지 기록했다. 어서어서는 동네책방계의 신선한 충격이자 자극이 됐고 마치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경영 4년 차에 들어간 어서어서는 이름처럼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나 없는' 독특한 곳이다. 때문에 경주를 찾는 이들은 꼭 이 서점을 방문해 인증할 정도다. 그렇다면 어서어서는 어떻게 전국구 서점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을까. 비결은 약 봉투, 사진 명소 등 책방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해서다. 이는 양 대표가 서점 위치를 파악해 사업 전략을 철저하게 세웠기 때문이다.

양상규 대표는 "황리단길이라는 명칭이 생기기 전 젊은 상인들이 이곳에 모여 개성 있는 가게를 시작할 때 지인으로부터 가게 제안을 받았다. 그때 경주에서 카레식당을 하고 있었을 때여서 지인은 당연히 요식업을 할 줄 알았다고 하더라. 근데 갑자기 책방을 한다니까 많은 분들이 놀랬다. 그렇게 책방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새마을금고와 현대자동차 계열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것이 책방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일과 사람을 만나면서 사회 변화 흐름을 빨리 포착할 수 있는 시야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지금 어서어서가 있는 황리단길이 너무 괜찮은 자리여서 시간이 지나면 경주에서 제법 유명한 거리가 될 것이라고 예감했다.

서점에 대한 확신을 가진 그는 15평 되는 공간을 직접 꾸몄다. 양 대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책방 안에 다양한 사진 촬영 장소를 만든 것이다. SNS에 인증하기 좋아하는 젊은 세대의 특징을 포착해 이를 홍보 방법으로 고안해낸 것이다. 서점 앞에는 옛 정류장에서 보던 의자를 배치하고 서가는 한옥 미닫이문 문살과 닮아 있다. 이런 독특하면서 빈티지한 감성이 어서어서를 특별한 서점으로 만들어 젊은 층의 방문을 이끌어내고 있다.

"책방 분위기를 옛스럽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경주와 황리단길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SNS 게시물로 올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면 책을 사지 않아도 젊은 친구들이 들어올 것이란 확신이 있었어요. 손님이 오면 '책은 안 사셔도 되니까 사진 많이 찍다 가셔라'고 말해요. 분명히 SNS에 올릴 테고 그럼 홍보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책방의 옛스러운 감성에는 벽면에 붙어 있는 영화 포스터도 한 몫하고 있다. 이에 포스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면서 지루하지 않게끔 만들고 있다. 양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약 3만개의 어서어서 관련 게시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양 대표는 여기에 서점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약 봉투와 닮은 '책 처방 봉투'를 만들어 책을 넣어주고 있다. 비닐봉투보다 촉감이 좋은 두꺼운 갱지류 종이를 활용해 어서어서 전용 책 봉투를 제작했다. 이는 약봉투를 받고 떠오른 양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처방봉투는 어서어서를 치유받는 공간으로 인식시켜주고 있다. 또 받는 사람은 색다른 재미를 느끼며 이곳을 또 찾게 된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받는 분들이 '위안받는 느낌이다'라고 하시더라. 전 예전부터 비닐보다 이런 느낌의 종이봉투를 좋아했다. 책 처방 봉투는 어서어서만의 감성이자 문화로 정착했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어서어서는 경주시민보다 관광객 비율이 더 높아 오롯이 동네사람만을 위한 책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어서어서' 2호를 준비하고 있다. 2호점은 동네사람이 편하게 와서 놀 수 있는 경주 대표 문화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제가 경주에서 쭉 자랐어요. 학교 다닐 때 놀 곳이 마땅치 않아서 부산으로 놀러갈 때도 있었는데 그런 문화적 부분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어요. 모든 가능성은 열어 놓고 준비하고 있어요. 경주시민만을 위한 공간으로요."
 
 속초 동아서점  역사를 담은 엽서
 속초 동아서점  역사를 담은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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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이어온 동아서점, 젊음 입고 생기 되찾아= 1965년 동아일보 속초 주재기자였던 김종록 1대 대표는 속초시 중앙동에 동아문구사를 개점해 책뿐만 아니라 학용품, 우표 등을 함께 팔았다.

그렇게 조그맣게 시작한 동아서점은 1978년 아들 김일수씨의 합류로 본격적인 호황기를 맞아 높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때 매출 일부를 지역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돌려주는 장학회를 만들어 아직도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서점이 호황기였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2000년대 온라인 서점의 성장은 지역 터줏대감이었던 동아서점도 휘청하게 만들었다. 존폐의 기로에 있던 동아서점은 3대 대표 김영건씨의 합류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2015년 2월 노후화된 시설과 서가를 대대적으로 정비함으로써 새 출발을 알렸다. 매장 크기는 3배로 늘렸고 참고서 비율은 대폭 낮추고 단행본 비중을 80% 이상 늘림으로써 과거와 전혀 다른 책방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여기에 동아서점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담은 로고와 옛 동아서점 사진을 활용해 만든 엽서 등을 제작했다. 로고는 동아서점이 3대째 이어졌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로고를 제작한 김기란씨는 "3대째 이어온 가족 얘기를 중심으로 시간이 흘러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킨다는 의미를 담아 산 모양의 심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로고를 제작함으로써 서점의 상징성과 특별한 얘기를 만든 셈이다. 동아서점은 동네서점치고 규모가 큰 편이지만 작은 동네서점도 책방 문화를 전파하고 더 다양한 얘길 만들기 위해서는 이 같은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다고 판단된다.

김영건 대표는 로고에 대해 "서점 변화를 위해 시도한 것 중 하나다. 로고가 아니더라도 서점의 상징성을 담고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괜찮다"면서 "책방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각적 효과를 주고 싶어서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서점을 찾는 고객들을 위한 공간.
 동아서점을 찾는 고객들을 위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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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역사와 정체성을 확립한 동아서점 서가 역시 새롭게 바뀌었다. 책방지기의 취향과 구매자의 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해 단행본을 비치하고 있다. '엄청나게 독특하고 믿을 수 없게 집요한 탐방기', '안녕 미지의 세계' 등 주제별로 박스 큐레이션을 운영함으로써 차별화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동네서점에서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눈여겨 볼만 하다.

박스 서가로 방문객은 책의 다양성을 넓힐 수 있고 책방은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로 동아서점은 2017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경영 안정을 되찾았다. 동아서점은 오래된 동네서점도 흥미로운 서사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김 대표는 "단순히 지역에 있는 서점처럼 학습, 참고서 위주가 아닌 진짜 책 냄새 나는 좋은 책을 소개하는 책방이 되고 싶다"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소망은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이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두 곳 모두 관광지라는 특수성 때문에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지리적 장점도 간과할 순 없다. 하지만 서점 방문이 주된 목적으로 일부러 경주나 속초를 들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어서어서와 동아서점 고유의 문화를 알고 싶어서 방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세 책방이 되기 위해서는 서점만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용인 관내 책방들도 이 같은 경영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처인구 양지면에 위치한 '농부와책방'은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영유아~학생 동반 학부모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있다. 농사 체험과 책 읽기를 동시에 할 수 있어서다. 책방 고유의 정체성은 서점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첫 단추임은 분명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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