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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나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글쓰기 2년 차, 책을 내고 처음으로 우리 동네 서점에서 작가 강의를 했다. 사실은 작가라는 말을 듣기도 민망하다. 글이라고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 쓰는 글이다. 누가 작가라고 부르면 화들짝 놀라 어디로 숨고 싶은 마음이다. 그만큼 작가란 말이 나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마치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한 느낌이랄까... 아직은 그렇다.

우리 동네 한길문고는 2년 전부터 작가와 함께 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문체부에서 지원하는 이 사업에 전국의 15개 서점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한길문고에는 배지영 작가가 서점에 상주하고 있어 많은 일을 한다. 글쓰기 수업 진행은 물론, 개인적으로 만나기 어려운 작가님들을 초청하여 서점에서 강의하도록 주선하고 있다. 

우리들은 많은 작가들과 만나 강의를 듣고 글쓰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한 일이다. 서점에서 배 작가에게 글쓰기 수업을 받고 희망자는 책을 출간한다. 상주 작가에게 글쓰기 수업을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50명 정도 될 듯하니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에세이 수업을 받으며 매년 책을 출간하고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으니 대단한 일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우리 주변엔 독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글쓰기와 책을 읽으며 사람들 마음에 맑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힘이 이토록 많은 영향을 주고 있으니 놀랍다.

"강의 한번 하실래요?" 그 놀라운 제안 

얼마 전 작가님은 나에게 "선생님 책을 출간하고 일 년이 넘으면 작가 강의를 할 수 있어요, 선생님은 강의할 수 있으니 한번 하세요"라며 제안을 하셨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제가요?"라고 반문을 했지만 꼭 한번 해보라는 권유에 슬며시 대답을 하고 말았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책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된다고 했다. 막상 대답을 하고 나니 신경은 많이 쓰였다.

한 사람의 살아온 삶을 축약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작가님들의 강의를 들었다. 그러나 그분들은 모두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전문 분야가 있는 분들이다. 사람은 각기 살아온 삶의 길도 다르다. 나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따라 할 수는 없다. 나는 내가 살아오면서 느끼고 경험한 내 삶을 담담히 설명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책 제목과 강의 팜플릿 강의 팜플릿
▲ 책 제목과 강의 팜플릿 강의 팜플릿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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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7시 드디어 강의하는 날이다. 책 제목처럼 '77세,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77세라는 나이는 보통 나이가 아니다. 아니, 작년에 낸 책이니까 올해 나이는 78세다. 누가 내 나이를 물으면 정말 믿어지지 않는 나이다. 나이를 어디로 다 먹었을까? 무엇을 하면서 이토록 나이를 먹었단 말인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국의 작가 모지스 할머니는 78세부터 그림을 그리고 4년 후 뉴욕 '메트로 폴리탄'에서 전시회를 열어 많은 사람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104세까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대단하지 않은가. 나는 처음에 글을 쓸 때 배지영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모지스 할머니 책인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를 읽고 용기를 내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결혼 후 아이들을 낳고 엄마로 살아오다가 아이들이 장성해서 내 곁은 떠난 후 외로움과 방황 끝에 차 생활을 시작했다. 다도 공부를 하고 삶에서 가장 멋진 30년을 살았다. 그 시간들이 그냥 사장될 수도 있었지만 글을 쓰면서 내 안에 저장해 놓은 보물처럼 꺼내 글을 쓰고 지나온 삶을 되돌아봤다. 그 시간은 내가 더 성숙한 삶을 살도록 방향을 제시해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노년이 되면 외롭다. 모든 것이 시들해지고 사람과의 거리도 멀어진다. 그러나 나는 노년이기 이전에,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계절에 따라 즐기는 떡 만들기, 화전 부치기, 소품이 필요하면 수놓기, 지금은 시화 엽서 그리기, 시니어 다니면서 꽃그림 그리기...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나이 들었다고 외로울 시간이 없다.

사람은 꿈을 접을 때 늙는다고 했다. 노력 없이는 미래를 꿈꿀 수 없다. 나는 아직도 항상 도전하고 노력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더 나이 들어 사람들과 놀 수 없을 때 정말 외롭지 않게 내 안에 저장해 놓은 동굴에서 보물들을 꺼내려고 한다. 무엇보다 정말 나이가 먹어도 정신만 말짱하면 글을 쓰고 놀 수 있으니 얼마나 축복인가. 가장 늦게 만난 친구, 글쓰기는 나의 정신적인 동반자처럼 나와 함께 할 것이다. 글을 쓰면서 내 삶이 더 당당해졌다.

강의를 듣는 젊은 선생님들도 노년이 외롭지 않도록,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 놓고 멋진 삶을 즐기길 바란다. 결국 인생은 혼자다. 결국 혼자 걸아가야 하는 삶인 것이다. 지금은 모르지만 세월이 지난 후에 알게 될 것이다. 성장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른다. 그 고통도 내 몫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내가 살아온 삶의 경험을 말해 주는 것뿐이다. 강의를 끝내고 생각하니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채 사람들 앞에서 중언부언했던 것 같다. 할 말을 다 못한 듯해서 아쉬웠다. 강의라고 하기보다는 인생의 선배가 들려주는 삶의 경험이라고 말하고 싶다. 

강의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가슴이 뭉클하게 감사하다. 특히 배지영 작가님에게, 꽃다발 들고 어린 따님과 찾아오신 한길문고 대표님에게. 생각지도 않은 꽃다발 세례를 몇 개 받았다. 너무 감사하다.

나에게는 오래오래 기억될 날이 될 것 같다. 인생은 긴 여정이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행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선한 영향을 보내며 살고 싶다. 잘 살아야 글도 잘 쓰게 되는 것이다. 서점에서 나오는데 빗방울은 하나 둘... 마음이 울컥해 온다. 참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생각을 하게 되면서...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 블로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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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설원 이숙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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