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을 열망하는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내며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1골로 만족할 수 없는 게임이었다. 2~3골 정도 시원하게 차 넣어 완승을 거둬야 할 흐름이었지만 벤투호는 1-0 점수판을 그대로 유지하며 종료 휘슬 소리를 들어야 했다.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서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이며 최종 예선에서 우리와 같은 그룹으로 묶인 나머지 다섯 팀 모두가 서아시아 국가들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순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승점만큼이나 많은 골들이 필요하다. 이 정도 결정력으로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오르기 어렵다는 것을 코칭 스태프는 물론 선수들도 인지해야 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7일(화)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레바논과의 홈 게임을 1-0으로 겨우 이겼다. 

손흥민 없는 게임, 권창훈 결승골 터졌지만...
 
손흥민 '잘했어 권창훈' 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 손흥민이 경기가 끝난 후 골을 넣은 권창훈을 격려하고 있다.

▲ 손흥민 '잘했어 권창훈' 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 손흥민이 경기가 끝난 후 골을 넣은 권창훈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과거 아시아 축구를 호령했던 호랑이의 위용을 회복하기에는 어려운 것일까? 이번에도 벤투호는 골이 터지지 않아 조급함을 드러냈다. 최종 예선 A조에서 하위권으로 예상했던 레바논을 맞아 승점 3점은 물론 이라크와의 첫 게임에서 못 넣은 골까지 더 넣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겨우 1골 승리로 그쳤다. 후반전 추가 시간도 거의 다 끝날 무렵 레바논의 오른쪽 대각선 공격이 날카롭게 연결돼 아찔한 동점골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것을 생각하면 그 순간 승점 2점을 날려먹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 대표팀은 종아리 근육을 다친 에이스 손흥민이 명단에서 아예 제외되는 바람에 시작부터 어려움이 예상됐다. 전반전에 골이 터지지 않자 레바논 선수들의 드러누워 시간 끌기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고 조급함이 밀려왔다. 16분, 이재성의 원 터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왼발 대각선 슛으로 골을 노렸지만 레바논 골키퍼 모스타파 마타르가 각도를 잘 잡고 살짝 뜬 그 공을 쳐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반전 추가 시간 3분에는 누가 봐도 골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나상호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받은 이동경의 오른발 강슛마저 상대 골키퍼 마타르의 놀라운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이에 최종 예선 첫 골과 첫 승점이 급하게 된 벤투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조규성 대신 황의조를 들여보냈고 또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교체 선수를 더 들여보냈다. 

58분에 바꿔 들어간 권창훈의 짜릿한 골이 2분 만에 터지지 않았다면 벤투호의 앞길은 막막해졌을 것이다. 손흥민 대신 왼쪽 측면을 게임 내내 파고든 황희찬이 빠른 판단으로 날카로운 왼발 얼리 크로스를 보냈고 권창훈이 공간으로 빠져들어가며 자신의 특기인 왼발 슛으로 레바논 골문을 허물어버린 것이다. 

이 귀중한 첫 골 이후 다급해진 팀은 당연히 레바논이었다. 과감하게 라인을 올려 김민재, 김영권 등 우리 수비수들은 물론 김승규 골키퍼까지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축구는 이렇게 상대적이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역습 기회가 더 생길 수밖에 없었다. 88분에 좋은 역습 흐름을 우리 선수들이 만들어냈고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송민규의 오른발 감아차기가 크로스바를 넘어가고 말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 2분에도 송민규의 역습 드리블 이후 교체 선수 황의조에게 오른발 노마크 슛 기회가 이어졌지만 모스타파 마타르 골키퍼가 자기 왼쪽으로 몸 날려 그 공을 쳐냈다. 1분 뒤에도 황희찬이 자신감 넘치는 무회전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그의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레바논 골문 왼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상대 선수들의 침대 축구 때문에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거나 상대 골키퍼의 연이은 슈퍼 세이브에 혀를 내둘렀다는 말은 이번 최종 예선 일정 안에서 핑계일 뿐이다. 우리 선수들의 골 결정력이 모자랐다는 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재성의 프리 헤더, 이동경의 돌려차기, 황인범-송민규-황의조-황희찬의 중거리슛 등이 대부분 짜릿한 유효슛으로 날아들었지만 실제로 들어간 골은 이들 중 하나도 없었다. 

더이상 '아쉬웠다'거나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말은 소용없는 일이다. 월드컵 본선에 나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승점 관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다수의 골들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다시 소속 클럽으로 돌아가서 자신들의 리그에 집중한 뒤 다음 달 7일 시리아와의 홈 게임, 12일 이란과의 어웨이 게임 일정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모여야 한다. 8게임 남은 최종 예선 벤투호의 순위 싸움은 이제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골 결정력을 높여야 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결과(7일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

한국 1-0 레바논 [득점 : 권창훈(60분,도움-황희찬)]

한국 선수들
FW : 조규성(46분↔황의조)
AMF : 황희찬, 이재성(71분↔손준호), 이동경(58분↔송민규), 나상호(58분↔권창훈)
DMF : 황인범(89분↔주세종)
DF : 홍철, 김영권, 김민재, 이용
GK : 김승규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순위(9월 7일 오후 10시 현재)
1 한국 4점 1승 1무 1득점 0실점 +1
2 이란 3점 1승 1득점 0실점 +1
3 이라크 1점 1무 0득점 0실점 0
3 아랍에미리트 1점 1무 0득점 0실점 0
5 레바논 1점 1무 1패 0득점 1실점 -1
6 시리아 0점 1패 0득점 1실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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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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