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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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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되었다. 정부 지출 규모가 사상 최초로 600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사상 최초, 사상 최대라고 하니 무언가 너무 지나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600조원이 넘는 규모가 적절할까? 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정확한 재정 규모를 정하는 무슨 수식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결국 국민적 합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코로나19의 터널을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해야 한다는 의견은 맞다.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부채 규모를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도 참고해야 한다. 지금은 양쪽의 각각 다른 의견을 참고해서 합의점을 도출하자는 하나마나 한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사상 최초, 사상 최대라는 단어를 통해 600조원의 재정 규모를 설명하는 것은 잘못된 서술이다. 경제 규모와 재정 규모는 매년 커지는 게 정상이다. 그래서 매년 사상 최대와 사상 최초를 기록하게 마련이다. 내년이 오면 사상 최초로 2022년도가 되었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일 2022년 정부 지출액이 사상 최대치가 아니라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 된다.

지출 600조 중 340조는 세금으로 충당... 나머지는 나랏빚?

그리고 또 하나 확실한 게 있다. 정부 지출 600조원이라는 게 국민 세금 부담이 600조원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 언론을 보면 "정부예산이 100조원 늘었는데 이는 100% 국민 세금이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내년도 600조원 규모의 정부 지출 중 국민이 내는 소득세는 100조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76조원, 개별소비세 10조원, 교통에너지환경세(유류세의 일종) 17조원 등 각종 간접세가 대략 100조원이 넘는다. 또한, 법인이 내는 법인세가 74조원이다. 결국 국민이 내는 세금, 법인이 내는 세금, 거기에 관세까지 다 합친 총 국세수입은 340조원에 못 미친다. 

아니, 국가지출은 600조원인데 국민이 내는 세금은 물론 법인이 내는 세금까지 다 합쳐도 340조원에도 못 미친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마련할까? 나머지는 전부 정부 빚, 국채일까? 일단 늘어나는 국채는 100조원이다. 그럼 이 100조원의 국채는 미래 세대가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얘기일까? 일부만 맞는 말이다. 일단 국채의 약 40%는 국채를 통해 마련한 대응 자산으로 갚을 수 있는 빚이다.

쉽게 설명해보자. 내가 100만원의 빚을 져서 순금을 샀다. 나는 100만원 빚을 미래의 나의 소득으로 상환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가지고 있는 순금을 팔아서 상환하면 된다. 만일 금값이 오른다면 미래의 소득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만약 금값이 떨어지면 그 차액만큼만 미래의 부담이 된다.

국채의 약 40%는 외화자산과 같은 대응 자산이 있는 채무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달러 같은 외화자산을 매입해야 한다. 무슨 돈으로 외화를 살까? 채권을 발행해서 산다. 현재 국채 1000조원 중에 약 400조원은 외화자산처럼 대응 자산이 있는 채무다. 이는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돈이 아니라 대응 자산 자체에 상환능력이 존재한다.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100만원 채무와 100만원에 해당하는 달러를 동시에 상속했다면 나의 부담이 0원인 것과 마찬가지다.

대응자산이 없는 정부 부채의 경우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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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응되는 자산이 없는 나머지 60%는 미래 세대가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빚일까? 이것도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미래 세대의 부담이라는 논리와 그렇지 않다는 논리가 맞선다. 전통적 견해에 따르면 미래 세대의 부담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 국채 채권자의 약 85%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정부가 그 나라 국민에게 돈을 빌렸으면, 상환을 위해 세금을 내는 사람도 미래의 국민이고 상환을 받는 사람도 미래의 국민이니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해외에서 돈을 빌려온 부분은 미래세대의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해외 차입금을 통한 투자 수익률이 해외 차입 이자율보다 높으면 오히려 미래세대는 더 많은 소비를 할 수도 있다. 

물론 미래세대의 부담이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시점을 나누어서 보면 국채를 발행해서 소비를 늘리는 시대와 부담을 많이 하는 시대가 있다면, 부담을 많이 하는 시대에 해당하는 세대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결국 국채의 약 40%는 대응되는 자산으로 상환 능력이 존재하는 국채이며 나머지 60%도 미래세대의 부담이 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하지만, 학자마다 이론이 다르다. 특히, 국가가 발행한 국채를 모두 상환하는 국가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도 갚지 않고 적절한 국채 비율을 유지해 가면서 그 이자 비용만 후세에 떠넘기면서 인플레이션이 국채를 갚아주길 바라는 것이 현실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도 모자라는 수입, 기금에서 채운다    

그럼 정리해보자. 정부지출 600조원 중에서 국민의 세금과 법인세까지 포함한 총 국세는 340조원, 국채 100조원을 추가해도 아직 160조원 정도가 모자라다. 160조 원은 국세도 아니고 빚도 아니라면 어디서 나타난 수입일까.

정부의 세외 수입이 약 30조원쯤 된다. 정부의 재산이나 정부가 투자한 경제 활동에서 벌어지는 세외수입이 있다. 법을 어겨서 내는 과태료나 범칙금 같은 것도 정부수입이다. 그러나 이를 내면서 세금이 너무 많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180조원 정도의 큰 규모의 기금 수입이 있다. 기금 수입의 상당 부분은 국민연금 수입이다. 내가 연금에 돈을 내고 고용보험 등에 돈을 내는 이유는 나중에 그 혜택을 보려고 내는 돈이다. 그리고 공적연금에 돈을 내지 않으면 더 큰 돈을 사적 연금이나 사적 보험에 지불해야 할 수 있다. 내가 나를 위해서 납부하고 돌려받는 돈이 국가의 재정 통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합이 맞지 않는다. 지출은 600조원인데 국세 340조원, 국채 100조원, 세외수입 30조원, 기금 수입 180조원 등을 모두 합하면 수입은 약 650조 원이다. 지출하지 못하고 남는 돈은 대부분 국민연금 기금 등에 적립된다. 국채를 발행하는 부분도 있으나 기금에 적립하는(저축하는) 돈도 있다는 얘기다.
 
이상민의 알기 쉬운 나라 예산&세금 이야기
 이상민의 알기 쉬운 나라 예산&세금 이야기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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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상민 님은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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