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소들섬 앞 공원.
 소들섬 앞 공원.
ⓒ 김영란 당진시민

관련사진보기

 
충남 당진시 삽교호 소들섬에 철탑을 설치하는 문제로 한국전력(아래 한전)과 지역 주민들이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소들섬 철탑 설치를 저지하기 위해 소들섬을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역주민들뿐 아니라 충남도의회에서도 소들섬이 지닌 자연·생태적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소들섬은 지난 1979년 삽교호 방조제가 준공된 후 토사가 쌓여 자연적으로 생긴 섬이다. 소들섬에는 해마다 겨울이면 가창오리와 큰기러기 등의 겨울 철새들이 찾아와 서식하고 있다.

충남도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지난 6일, 소들섬 야생동물보호구역지정 관련 주민청원서가 도의원 7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소들섬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에 한 발짝 다가선 것. 충남도의회 본회의 의결 과정과 충남도 심의가 남아있지만, 주민들은 무난한 통과를 전망하고 있다.

앞서 소들섬 인근의 당진시 주민들은 지난 8월 31일, "소들섬을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달라"며 충남도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계양·오인환 충남도의원을 소개의원으로 삼아 제출된 해당 청원에는 김영란 외 286명, 손예준 외 114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소들섬 야생동물보호구역지정 청원서가 통과한 이유 
 
당진시민들과 충남도 의원들이 심사 통과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진시민들과 충남도 의원들이 심사 통과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영란

관련사진보기

 
청원 심사에 참여한 홍기후 충남도의원(당진1·더불어민주당)은 "당진에는 제철소와 석탄화력발전소 등 국가 기반시설이 밀집해 있다. 그로 인해 당진시민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면서 "주민들은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환경피해를 줄이기 위해 송전선로를 지중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청원 취지를 설명했다.

홍기후 도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진은 수도권에 인접해 있다 보니 석탄화력발전소, 산업폐기물 처리장 같은 수도권을 위한 국가 기반시설이 많이 들어서 있다"며 "그럼에도 정작 당진 시민들에 대한 고민은 없다. 경기 수도권 도심으로 갈수록 송전선로가 지중화돼 있다. 하지만 정작 발전소가 세워진 당진은 지상으로 송전탑이 세워지는 불합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청원을 넣은 이유도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삽교호 소들섬은 가창오리와 같은 철새들의 도래지이다"라며 "주민들은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에 철탑을 꽂히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주민의 힘으로 소들섬 지켜야"

청원 심사 통과에 주민들도 반겼다. 청원서를 제출한 김영란 주민대표는 "충남도의회가 주민 청원을 의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충남도의회 차원에도 한전의 공사 강행을 막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전이 특별법을 근거로 소들섬에 철탑을 세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도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넘어설 수는 없다"며 "현재 당진시 차원에서도 소들섬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진의 바닷가 주변은 산업시설로 꽉 들어차 있다. 더는 당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소들섬을 꼭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전은 "법대로 하겠다"며 철새 도래지인 소들섬에 철탑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강 주민들은 "송전선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우강면과 소들섬 만큼은 송전선로를 지중화하고 수중케이블로 통과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유이계(당진 우강면 주민)씨는 "소들섬과 마주하는 아산시 솟벌섬은 2015년 3월 20일 야생생물 보호구역지정 됐다"며 "지난 2~3년 동안 소들섬과 솟벌섬을 꾸준히 지켜봤다. 솟벌섬보다 소들섬에 가창오리가 더 많이 서식하고 있다. 소들섬을 반드시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들섬 청원심사를 한 충남도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오인환 위원장, 황영란 부위원장, 여운영·한영신·김동일·홍기후·김한태 의원의 7인으로 구성돼 있다.

태그:#당진 소들섬 , #삽교호 소들섬 , #한전 철탑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