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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주살이 4년차에 접어들었다. 그 사이에 거셌던 제주 러시 현상은 다소 진정된 듯하다. 그러나 아직도 제주 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제주 1년 살이 혹은 1달 살이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이 글은 동아일보 기자와 세종대 초빙교수를 지내고 은퇴한 후 제주로 이주한 한 개인의 일기이자 제주에서의 생활을 소재로 한 수필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제주도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제주의 자연환경,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한국현대사의 축소판이라 할 제주사회를 이해하는 데 유익한 읽을거리가 되길 기대한다.[편집자말]
연못에 비친 금오름 효리네 민박에 소개돼 유명세를 치른 금오름의  아름다운 자태.
▲ 연못에 비친 금오름 효리네 민박에 소개돼 유명세를 치른 금오름의 아름다운 자태.
ⓒ 임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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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한림 쪽에서 이시돌목장 방향으로 차를 타고 가면서 금오름 입구 주변이 자동차로 덮여 있는 것을 목격했다. 금오름 주차장은 물론, 도로변 갓길과 도로 건너편 주차공간에도 차량이 가득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풍경이다. 이 길로 자주 다니는 편이지만 이런 현상은 본 적이 없다. 무슨 행사라도 하는 것인가, 여기면서 지나왔다.

마침 어제 한라일보에 관련 기사가 실렸다. 요즘 들어 주말이면 금오름에 이처럼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북적거리는데, 작년 말 백약이오름 정상부와 올해 초 용눈이오름이 각각 자연휴식년제에 돌입한 후부터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놈의 인생사진

금오름(금악오름)은 한림지역을 대표하는 오름이다. 이효리 뮤직비디오 촬영장소라고 해서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전까지는 자동차가 시멘트 길로 올라갈 수 있었으나 갑자기 사람들이 몰리면서 지금은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오름 자체는 크지만, 입구에서 정상부까지의 비고가 180m여서 걸어서 올라가도 15분 정도면 충분하다.

모든 오름이 그렇듯 금오름 역시 정상부에 오르면 전망이 뛰어나다. 한림읍과 이시돌목장 일대가 바로 눈 아래 펼쳐진다. 제주도에 산재한 368개 오름 가운데 정상 분화구에 물이 담겨 있는 곳이 예닐곱에 불과한데 그 가운데 하나다.

금악담으로 불리는 화구호(火口湖)로 내려가기도 쉬워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스타급 오름이기도 하다. 또 분화구를 둘러싼 1.2㎞ 정도의 능선을 걷는 맛도 특별하다. 게다가 패러글라이딩의 명소로도 꼽혀 특히 젊은 층이 좋아하는 오름으로 알려져 있다.

한라일보 기사를 읽어보니 이 금오름이 갑자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건 SNS 등을 통해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명소로 소문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사진이 멋지게 나오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일몰 무렵에 찍은 사진이 상상 이상으로 멋져 보였다. 분화구 아래로 내려가 금악담과 오름 능선 그리고 서쪽 바다로 지는 태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놈의 인생사진'이 금오름 소동의 주범인 듯하다.
 
사진촬영 명소가 된 금악담  저녁무렵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인생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소문난 화구호 금악담.
▲ 사진촬영 명소가 된 금악담  저녁무렵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인생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소문난 화구호 금악담.
ⓒ 황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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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금오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다 보면 언제 휴식년제에 들어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아침 금오름을 찾았다. 이시돌 방면에 갈 때마다 지나치는 곳이라 언제든 올라갈 수 있으려니 했는데, 자칫 더 이상 못 가볼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서둘러 간 셈이다.

아침 일찍 갔는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능선길과 금악담 일대에 50여 명 이상이 기념촬영을 하며 즐기고 있었다. 11시 무렵 내려올 때쯤엔 올라오는 사람들이 길게 이어졌다. 마치 성산일출봉 같은 유명관광지에 몰려오는 인파를 연상케 했다.

아마도 일몰 사진 찍기에 좋은 늦은 오후에는 금악담 일대가 시장바닥처럼 붐빌 것 같다. 능선에서 금악담으로 내려가는 초지가 사람들 발길에 패여 보기 흉했다. 화산송이가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급한 대로 야자매트라도 깔아야 할 것 같다.

금오름 입구로 내려오니 그 사이에 더 많은 차량이 몰려들어 혼잡스러웠다. 대부분 관광객이 타고 온 렌터카였다. 이러다간 조만간 교통정리 요원이라도 배치해야 할 듯싶다.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들린다.

금오름은 원래 방목지로 이용되던 사유지다. 금당목장조합이 소유주인데, 이렇게 혼잡해지자 출입금지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 안덕면 대평리 입구의 군산오름도 탐방객 급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데 금오름마저 인파가 몰려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금오름의 인파 인생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최근 관광객이 많이 몰리고 있다.
▲ 금오름의 인파 인생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최근 관광객이 많이 몰리고 있다.
ⓒ 황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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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오름 잇단 탐방 금지 조치

이미 제주도의 유명 오름에 잇달아 탐방 금지조치가 내려지고 있다. 용눈이오름, 백약이오름 정상부, 송악산 정상부, 물찻오름, 도너리오름, 문석이오름이 자연휴식년제를 실시 중이다. 들불축제로 유명한 새별오름도 휴식년제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에 살면서 오름에 오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오름이야말로 특히 중·노년층에게는 조물주가 선사한 최고의 선물이다. 적당히 운동이 되면서 크게 힘들지 않게 정상에 오를 수 있고, 오름 꼭대기에서 탁 트인 조망을 즐기는 기분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아직은 탐방이 금지된 오름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하나같이 뛰어난 풍광을 보여주는 곳들이니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오름도 마치 사람처럼 잘난 스타급 오름이 있게 마련이다. 용눈이오름과 백약이오름 같은 인기 있는 오름을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까. 만약 금오름과 새별오름, 군산오름마저 갈 수 없게 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얼마 전 물장오리 오름에 갈 계획을 세웠다가 람사르협약에 가입돼 습지보호 차원에서 일반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맥이 풀린 적이 있다. 이 물장오리에도 산정 화구호가 있는데, 백록담이나 금악담이 가물면 바닥을 드러내기 일쑤인 데 비해 여기는 언제나 검푸른 물이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물장오리는 물영아리 오름과 함께 물이 가득 찬 신령스러운 산정호수로 유명하다. 수심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어 제주 신화에 나오는 거인 설문대할망이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깃든 호수다. 물장오리며, 용눈이며, 도너리며, 이름도 정겨운 이 멋진 오름들을 하루빨리 가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멋진 곳에 사람이 몰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는 하다. 내가 보기 좋은 곳은 남들도 마찬가지다. 찾아오는 사람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 대비도 없이 방치해서도 안 될 일이고, 무조건 막는 것도 현명한 방책은 아닐 듯하다. 적정규모의 인원이 오름을 탐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훼손을 방지할 시설을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그동안 금오름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두세 차례밖에는 가보지 않았다. 언제든 갈 수 있으니 일단 제쳐 놓고 먼 곳에 있는 유명한 오름부터 찾아다녔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언제 금단의 구역이 될지 모르니 갈 수 있을 때 자주 가봐야겠다. (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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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의 언론계 생활과 7년의 대학 초빙교수 생활을 끝내고 2018년 봄 제주로 이주했다. 애월읍의 한 생태마을에 거주하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제주현대사의 아픔에 깊은 관심과 연대의식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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