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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2차 항암치료까지 마쳤다. 이제 1/6의 과정을 넘긴 것이었다. 퇴원한 날 저녁, 남편은 외식을 하자고 했다. 마지막 주사액에 부작용을 가라앉히는 약을 넣었다고 했는데, 그 덕분인지 음식에 대한 거부 반응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메뉴는 평소 좋아하던 칼국수였다. 멸치 육수나 담백한 국물이 그나마 구역과 구토를 유발하는 않는 것 같다고 했고 면은 평소에도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육수나 음식의 향이 진하지 않아 건강해지는 느낌을 주는 칼국수집이었고 우리에게는 세 달여 만의 외식이었다. 

다음 날부터 예상했던 대로 항암치료의 부작용은 더 심해졌다. 갈증이 나서 시원한 얼음물을 먹겠다고 손으로 들다가 전기가 오는 듯 찌릿하다며 그대로 떨어뜨렸다. 의사가 부작용으로 이미 경고했던 상황이 그대로 증상으로 나타났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더운 음식은 냄새와 구강의 통증 때문에, 찬 것은 찬대로 이의 찌릿함으로 힘들어했다.

무심하게 클릭한 강의, 이렇게 도움될 줄은 

남편의 증상이 점점 심각해질수록 새로운 먹거리와 요리법을 생각해야 했다. 주부생활 20년을 지나며 음식을 만드는 것을 슬금슬금 피했는데, 남편의 발병은 그런 생각을 지우게 했고 나를 다시 집밥의 세계로 이끌었다. 밖에서 먹을 수 있는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몇 가지 없었지만, 그럴 수 있다고 해도 환자의 끼니를 외식에 기댈 수는 없었다. 없는 솜씨지만 그나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단이 집밥이라고 생각했다. 

부족한 솜씨를 극복해야 하니 요리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조금씩 재료를 달리해서 먹일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다. 채널을 돌리다 TV의 요리 프로그램이 나오면 그때마다 메모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TV에서 소개되는 요리 프로그램은 방송의 특성상 긴 시간을 시청해야 했다. 참가한 패널들의 사연도 듣고 중간에 이어지는 광고까지 봐야 해서 마음만 바빴다.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보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요리와 관련된 기사나 프로그램이 나오면 일단 하던 일을 멈춘다. 물론 요리 비법을 얻기까지는 인내가 필요하다. 마침 방송 시간이 맞아 소스 재료를 소개하는 것을 끝까지 봤다고 해도 쉽게 구하기 어렵거나 낯선 재료일 경우가 많았다. 비법 소스는 그야말로 간단하지 않은 비법 소스였다. 

그러던 차에 마침 적합한 강의를 경기도 평생학습 포털 지식(www.gseek.kr)에서 찾을 수 있었다. 메일을 정리하다 경기도 평생학습 포털에서 추석맞이 수강생을 찾고 있다는 내용을 봤고, 학습자를 대상으로 소소한 이벤트와 선물도 있다는 소식이었다. 

처음엔 무심하게 클릭했다. 9월 테마 강좌를 듣고 후기를 올리면 선물을 준다고 했다. 테마 강의를 훑어보니 만능 소스로 삼시 세끼를 차릴 수 있는 요리법 강좌가 있었다. 요즈음의 내게 가장 필요한 강의였다. 이벤트가 아니었어도 일부러라도 찾아서 들어야 하는 강의이기도 했다. 
 
강의를 듣고 만든 만능 고추장 소스와 간장 소스 지식(GSEEK)의 강의를 따라 만능 소스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 강의를 듣고 만든 만능 고추장 소스와 간장 소스 지식(GSEEK)의 강의를 따라 만능 소스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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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만족스러웠다. 시간도 길지 않았고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소개했다. 만능 소스로 만들 수 있는 음식 종류도 15가지나 소개되었다. 무엇보다 재료가 간단했다. 집에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만능 소스와 만능 소스로 만들 수 있는 쉽고 간편한 응용 요리, 더할 나위 없었다. 강의 내용을 토대로 직접 가족이 요리하는 장면이나 만든 음식 사진을 올리면 소정의 상품도 준비되어 있었다. 

만능이라는 이름을 단 소스와 요리는 그동안 검색을 통해 닥치는 대로 보고 따라 했지만 매번 검색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 레시피가 보였다. 이참에 나한테 꼭 맞는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강의에서는 만능 고추장 소스와 만능 간장 소스, 만능 토마토 소스와 만능 된장 소스 등 음식의 기본이 되는 만능 양념들을 쉽고 간단하게 소개했다. 

강의를 듣고 메모한 것을 바탕으로 만능 고추장 소스와 간장 소스도 만들어 보았다.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는 고추장 소스는 고춧가루만으로 칼칼하고 매운맛을 낼 때 적합한 것 같았다. 무려 6개월이나 냉장 보관도 가능하다고 했다.

만능 고추장 소스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두부조림, 제육 덮밥, 생선조림은 마침 우리 집 식탁에도 자주 올리는 것이었다. 매번 양념을 있는 대로 꺼내 허둥지둥 복잡하게 주먹구구로 하던 것을 간단하게 뚝딱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만능 소스의 재료도 간단했다. 간장 2컵, 고춧가루 2컵, 맛술, 청주, 설탕, 마늘과 생강만 있으면 만능 고추장 소스가 만들어졌고, 고춧가루를 빼고 레몬과 사과가 있으면 간장소스가 만들어졌다. 적당히 만들어 먹으면 보관 기간을 신경 쓸 필요 없이 음식을 만들 때마다 간편하게 쓸 것 같았다.

매일 단백질을 먹어야 하는 남편을 위해 두부와 생선 요리는 거의 매일 상에 오른다. 간편한 단백질 공급원인 치즈를 요즘 전혀 먹지를 못했고, 잘 먹던 단백질 보충식도 입에서 받지 않아 먹지 못하던 중이었다. 매일 같은 재료로 부침, 조림, 구이 등을 돌려가며 했는데, 만능 소스를 이용해서 만들면 조리 시간도 줄이고 음식의 맛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두 가지 만능 소스를 만들었다. 만능 소스를 이용해서 반찬도 만들었다. 아침 시간에 급하게 만들었는데, 생선이나 두부 등의 주 재료만 준비되면 만능 소스 2~3큰술로 반찬이 만들어졌다. 칼칼한 것이 들어가면 느끼하고 울렁거리는 증상에는 괜찮을까 싶어 고추장 소스를 이용했고, 남편은 생각보다 잘 먹어 주었다. 관심으로 만드니 마음으로 먹는 것이다. 

화목은 먹는 것에서 온다 

암 환자에게 먹는 것은 완치를 위한 숙제 같은 것이다. 암을 치료해주는 특별한 식품은 없지만 치료가 중단되지 않고 치료의 과정을 견딜 수 있을 만한 에너지를 낼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나는 그 숙제를 관리 감독한다. 그런 이유로 남편에게 뭘 자꾸 먹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샘솟고 무엇이라도 먹으면 마음이 흡족하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북한군 장교는 화목하게 지내는 두메산골 사람들을 신기하게 생각하며 촌장에게 묻는다. 

"영감님! 대체 이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뭡네까?" 
"뭘 자꾸 멕이는 것이제."      


촌장의 답, 그게 요즘의 내 마음이다. 화목은 먹는 것에서 온다. 따뜻한 집을 만들기 위한 숙제, 오늘도 촌장의 마음으로 밥상을 고민한다. 밥상을 마주하고 웃음이 보이면 오늘 하루 나의 집밥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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