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시즌 3와 시즌 2가 방영 중인 인기 드라마 <펜트하우스>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중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는 드라마는 지난 8월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 D.P. >다. 극본에도 참여한 김보통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 D.P. >는 대한민국 육군 군사경찰 군 탈영병 체포조의 생활과 활약을 통해 군대 내 각종 부조리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 D.P. >의 가장 큰 매력은 군필자들이 복무 당시 만나봤을 법한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들이다. 특히 폭력과 구타, 가혹행위를 일삼는 '내무부조리의 화신' 황장수 병장(신승호 분)은 군필자들의 정신적 외상을 끄집어내고 있다. 이 밖에 자신이 지휘하는 병사를 사살하려 하는 헌병대장 천용덕 중령(현봉식 분)과 그런 헌병대장의 비위를 맞추는 일에 급급한 헌병대장 보좌관 임지섭 대위(손석구 분) 역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 D.P. >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답답함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 D.P. >의 두 주인공 안준호 이병(정해인 분)와 한호열 상병(구교환 분)은 뛰어난 수사능력과 정의로운 마음, 인간미를 두루 갖춘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제103보병사단 헌병대 수사과의 근무이탈 담당관 박범구 중사 역시 김성균이라는 좋은 배우를 만나 < D.P. >에서 정의롭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졌다.

선역-악역 자유롭게 넘나드는 입체적인 배우
 
 김성균은 영화 데뷔작 <범죄와의 전쟁>부터 '현직 조폭'이라는 오해를 살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보였다.

김성균은 영화 데뷔작 <범죄와의 전쟁>부터 '현직 조폭'이라는 오해를 살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보였다. ⓒ (주)쇼박스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영남권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김성균은 2012년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에서 최형배(하정우 분)의 오른팔 박창우를 연기하며 영화에 데뷔했다. 당시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을 비롯해 윤종빈 감독의 지인들은 윤종빈 감독에게 "아무리 리얼리티가 중요하다지만 그렇다고 진짜 조폭을 섭외하면 어떡합니까?"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김성균은 <범죄와의 전쟁> 이후 강풀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웃사람>에서 연쇄살인범 류승혁을 연기하면서 악역배우로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김성균은 악역 이미지를 깨기 위해 <박수건달> <남쪽으로 튀어> 같은 가벼운 영화들에 출연했지만 정작 김성균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들어준 작품은 따로 있었다. 바로 김성균에게 '삼천포'라는 별명을 안겨준 드라마 <응답하라 1994>(아래 응사)였다.

김성균은 <응사>에서 출생신고가 늦어 18살의 나이에 대학에 입학한 삼천포를 연기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여성팬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특히 조윤진을 연기한 14살 연하의 민도희와 선보인 멜로 연기는 성나정(고아라 분)과 쓰레기(정우 분) 커플 못지 않게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얻었다. 김성균은 2015년에 방송된 <응답하라 1988>에서도 김정봉(안재환 분)과 김정환(류준열 분)의 아버지로 출연했다.

부지런한 배우 김성균은 매년 쉬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선역과 악역을 오가며 믿음직스런 연기를 선보였다. 워낙 복합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어 포스터에서 심각한 표정만 짓고 있으면 김성균의 캐릭터가 선역인지 악역인지 예측하기 쉽지 않았다. 김성균은 2016년에 방송된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에서도 후삼국 통일을 예언하는 최지몽과 현대의 노숙자 역할을 동시에 맡았다.

김성균은 2017년 개봉해 25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보안관>에서 전직 형사 대호(이성민 분)의 의리파 처남을 연기하며 열연을 펼쳤다. 고두심의 아들로 출연한 <채비>와 백승빈 감독의 <나와 봄날의 약속>같은 작은 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했다. 물론 조승우, 지성 같은 검증된 배우들과 함께 출연해 전국 200만 관객을 모으고도 손익분기점 돌파가 무산된 <명당> 같은 영화도 있었다.

'정의로운 명령 불복종'도 불사하는 박범구 중사
 
 박범구 중사는 탈영한 조석봉 일병을 살리기 위해 헌병대장에게 하극상도 마다하지 않는다.

박범구 중사는 탈영한 조석봉 일병을 살리기 위해 헌병대장에게 하극상도 마다하지 않는다. ⓒ 넷플릭스 화면 캡처

 
김성균은 2019년 다시 드라마로 눈을 돌려 <열혈사제>에서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김해일 신부(김남길 분)와 수사를 공조하는 구담경찰서 형사 구대영을 연기했다. 과거 동료 형사를 잃은 아픔 때문에 현실과 타협하는 비겁한 형사가 된 구대영은 김해일 신부와 서승아 형사(금새록 분)에게 과거를 털어놓고 다시금 예전의 열혈형사로 돌아가 '최종보스' 이중권(김민재 분)을 처리하는 활약을 펼쳤다.

김성균은 지난 8월 11일에 개봉해 전국 200만 관객을 모으며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 <싱크홀>에서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자마자 빌라 전체가 땅 속으로 떨어지는 끔찍한 경험을 하는 '생계형 가장' 박동원 역을 맡았다. 그리고 김성균은 여름의 끝자락에서 또 한 편의 차기작을 선보였다. 바로 냉철한 헌병대 수사과의 군무이탈 담당관으로 변신한 넷플릭스 드라마 < D.P. >였다.

김성균이 연기한 박범구 중사는 자신의 진급누락 소식에 헌병대장에게 항의방문을 할 만큼 진급에 매우 민감한 부사관이다. 장교인 임지섭 대위와 알게 모르게 기 싸움을 하는 것도 실제 부사관을 보는 듯하다. 임무하러 나간 D.P.들을 닦달하기도 한다. (한호열 상병은 휴대전화에 박범구 중사의 번호를 '개중사'라고 등록했고 박범구 중사에게 전화가 오면 휴대전화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박범구 중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헌병대장이나 임지섭 대위에 비하면 훨씬 정의롭고 인간적인 면을 가진 간부다. 특히 6화에서 실탄으로 무장한 헌병특임대를 이끌고 조석봉 일병(조현철 분)을 잡으려 하는 헌병대장을 막아 세우고 "여기 전쟁터 아닙니다. 나 그냥 직장인이구요"라고 말하며 헌병특임대의 출동을 지연시킨다(하지만 작전 중에 상관의 명령을 어긴 박범구 중사는 사건이 해결된 후 징계를 받는다).

군생활에서 인간적인 간부의 존재는 사병들이 힘든 군생활을 견뎌내는 데 큰 힘이 된다. 물론 크고 작은 흠결이 있는 박범구 중사가 모든 군대에서 필요한 이상적인 부사관의 모델이라고 단정하긴 힘들다. 하지만 박범구 중사는 김성균이라는 좋은 배우의 열연을 통해 그저 진급에 목을 맨 직장인이 아닌 입체감과 정의감 그리고 인간적인 매력까지 겸비한 직업 군인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D.P 김성균 박범구 중사 헌병대 수사과 군무이탈 담당관 삼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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