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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나 라디오를 시청하다 보면, '온에어(On Air)'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러나 이 말은 정확하지 않은 용어다. '온 더 에어(on the air)'라고 해야 정확하다. 이 '온에어'는 일본식 영어다.

'현지 로케'나 '올 로케' 등 '로케'란 말도 상당히 많이 듣게 되는 '방송 용어'다. '로케'라는 이 말 역시 일본식 영어다. '로케이션(location)'이 정확한 표현이다. '토론자'를 뜻하는 '패널'을 비롯하여 '생방송'을 의미하는 '라이브' 그리고 '보컬'과 '콘티', '씨엠(CM)', '엔지(NG)', '비지엠(BGM)... 말이 나온 김에 추가하자면 '백뮤직' 역시 일본 영어다. 백그라운드 뮤직이 정확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고 듣는 말들의 상당수가 일본식 영어다. '카메라맨'도 잘못된 일본식 영어다. '다큐'나 '다큐멘트' 역시 일본제 영어다. '다큐멘터리(documentary)'가 올바른 영어다.

모든 사람에게 익숙한 '탤런트'란 말도 사실은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본래 영어 '탤런트(talent)'는 '재능'이라는 의미다. 미국에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탤런트'의 의미에 대응하는 용어로는 티브이 퍼스낼리티(TV personality), 티브이 스타(TV star), 혹은 무비 스타(Movie star), 액터(Actor), 액트리스(Actress), 코미디언(Comedian) 등 분야별로 명칭이 상이하게 구분된다. '탤런트'도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영어다.

TV를 보다 보면, "다음 코너는..."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여기에서의 '코너'라는 용어도 서양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식 영어다. '해피엔드'도 '해피 엔딩(happy ending)'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드라마'란 용어도 일본식 영어다. 본래 '드라마(drama)'란 영어의 의미는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상황 혹은 그러한 극이나 이야기'라는 의미다. '멜로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로 일본식 영어다. 필자가 최근 기고했던 글들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프로듀서', '(뉴스, 기상, 스포츠) 캐스터', '매스컴', '마이크' 등의 용어도 모두 일본식 영어다.

사실 우리나라 방송업계는 오랫동안 일본 방송업계를 벤치마킹해왔다. 좋은 말로 해서 벤치마킹이지 사실상 모방에 '베끼기'였다. 언론계, 특히 방송업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은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서 일본에서 만들어진 '잘못된' 영어가 널리 퍼지게 된 데에는 방송업계의 책임이 적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관행적으로 사용해왔던 이런 잘못된 용어들을 바로잡는 방송계의 진지한 노력이 요청된다.

태그:#방송계, #온에어, #로케, #탤런트,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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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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