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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시화엽서나눔운동을 기념하는 시화모음집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 당신 곁에 더 오래 머물러주길>이 나왔다. 이 문화나눔은 올해 내가 (사)군산시자원봉사센터의 '우리동네 자원봉사 거점캠프(나운2동)' 상담가로 활동하면서 계획한 봉사활동이다.

본지의 기사에도 이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두세 번 썼다. 연속되는 코로나 위기에 비대면으로 내 이웃에게 웃음과 기쁨을 줄 수 있는 비상한 아이디어라고 셀프칭찬을 했다(관련 기사 : 반찬은 시 한 편, 이렇게 특별한 도시락이라니).
 
모음집에 참여한 13명의 중 10명이 책을 받았습니다. 기쁜 추억으로 간직해주세요!
▲ 필사시화모음집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 당신 곁에 더 오래 머물러주길> 모음집에 참여한 13명의 중 10명이 책을 받았습니다. 기쁜 추억으로 간직해주세요!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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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모음집의 프롤로그에는 이렇게 썼다.

"코로나로 어두웠던 어느 날, 중년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50대 여자 몇 명이 시작했던 시 필사가 이렇게 거대한 민들레 홀씨의 군단이 되어 하늘을 날을 줄 몰랐습니다. 참으로 세상일은 알 수 없지요. 저 역시도 연초에 이 활동을 기획하면서도 제 뜻대로 잘 될까를 수없이 물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같은 답이 들려왔습니다.

"네 곁에는 사람이 있잖아. 네 뜻과 함께 할 사람, 그 사람이 보여줄 사랑."

그래요.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던 거예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것인지를요.

필사시화봉사단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어요. '남을 위한 봉사이기 이전에, 나에게 주는 선물같다'라고요. 저는 그 선물을 가장 많이 받은 행운아입니다. 어쩌다가 내가 이런 복을 받나 할 정도로 봉사단들이 보내주시는 선물은 놀라웠고, 저는 매번 울컥했습니다.

시 한편을 읽다가 함께 읽을 누군가가 생각났던 것처럼, 봉사단들의 이 아름다운 작품을 모아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시와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 마음 설레는 추억이 담긴 당신의 필사시화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이 나눔 운동은 코로나 이후, 일상의 불균형으로 인해 마음을 다친 분들, 특히 무료급식센터를 찾는 소외계층 분들에게 아름다운 시와 따뜻한 위로의 글을 드려, 지역의 공동체가 하나임을 느끼게 하고 싶은 맘에서 출발했다.

첫 번째 기간은 2021년 5월부터 10월까지이며, 수혜자들은 군산나운종합복지관과 군산경로식당(무료급식소)을 찾아 점심 도시락을 받아가는 분들이다. 엽서는 월 1~2회, 매 회 550장의 나눔으로 지금까지 총 4000여 장의 엽서가 민들레 홀씨되어 날아갔다.

참여한 봉사자는 독서동아리 책방향기의 자원봉사팀인 '민들레씨앗' 회원들을 중심으로 성인 봉사자 50여 명, 학생봉사자 150여 명, 총 210여 명이 활동했다. 특별히 군산여자고등학교에서는 여름방학 동안 학생들 140여 명이 참여, 1000여 장의 필사엽서를 만들어와서 감동 그 자체였다.

팔월 한 여름 어느 날, 올해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되돌아보았다. 한 손엔 펜, 다른 한 손엔 시집 하나를 들고 큰 원을 그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누구나 평등하고 누구나 같은 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세상, 그 세상에서 사랑이라는 민들레 홀씨를 날리고 있는 사람들.

봉사자와 수혜자들 모두 합해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사람은 바로 나다. 필사엽서를 받을 때마다, 후루룩 눈으로 한번만 읽어 보아도, 내 온몸은 아름다운 시와 어구, 그리고 봉사자들이 그린 그림으로 떨렸다. 메마른 땅 위에 쏟아지는 강한 소낙비를 맞는 느낌이었다. 그때마다 기억력과 감수성에 타고난 재주가 있었더라면, 하는 질투심이 매번 일었다. 저절로 나의 양식과 지혜가 되어 내 삶의 단단한 토대가 되었다.

"여러분들이 내시는 엽서가 너무 아까운 작품이어서, 몇 장을 모아 시화모음집을 만들어드릴게요. 찬성하시는 분은 새 엽서를 만들어주세요. 최소 5장, 최대 8장이고요, 책으로 나오니 평소보다 조금 더 정성껏 만들어주세요. 우리들의 올해 활동의 좋은 추억이 될 거예요."

희망자는 총 13명. 한번 일을 결정하면 추진력 갑인 나의 일정에 맞추어 더욱더 멋진 시화엽서가 돌아왔다. 난 책의 기본구성인 프롤로그, 에필로그, 비고사항 들을 썼다. 군산여고선생님(허미영 교감)과 한길문고 배지영 상주작가로부터 추천사도 받았다. 표지에 들어갈 민들레 그림은 봉사자 이안나님에게서 받았고, 시화집 제목을 위해, 책 속에 실린 시들을 모두 읽었다. 그 속에서 가장 눈에 띈 문구 두 개를 건져서 조합했다.

문구 하나는 이해인 시인의 <풀꽃의 노래> 중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또 하나는 안소연 시인의 <겨울 다음은 봄날> 중 '내 곁에 조금 더 오래 머물러 주련'이다. 이 두 문구를 섞고 다듬어서 시화집의 제목을 만들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 당신 곁에 더 오래 머물러주길>.
 
민들레씨앗회원인 이숙자님, 이안나님, 백영란님, 이정진님이 준비한 선물과 간식
▲ 필사시화집 발간을 자축하며 민들레씨앗회원인 이숙자님, 이안나님, 백영란님, 이정진님이 준비한 선물과 간식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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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집을 만들면서 받는 사람은 누구든지 다시 한번 필사해보면 좋겠다 싶었다. 바로 옆 페이지에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을 넣었다. 수록된 필사시는 총 55명의 시인들의 작품, 75편의 시이다.

아쉽게도 정식 출판물로 등록되지 못했다. 저작권법으로 인해, 시인들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며 설사 승인해준다 해도, 시인들에게 지불할 저작권료도 없는 평범하고 순수한 자원봉사자임을 강조했다. 책 뒷면에 이 시화모음집은 비매품이며 활동기념품집임을 분명히 했다.

부지런히 손품, 발품을 팔아 십여 일 만에 시화집이 나왔다.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여러 사람의 맛과 눈이 다르니 더욱더 어려움이 있었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니 서운해할 것도 없지만 때론 시간이 부족해 맘이 급했다. 그러나 내 손에 쥐어진 이 시화집의 노랑 표지가 그동안의 맘고생을 싹 씻어주었다.

오늘 한길문고에서 시화집을 배부했다. 회원들마다 감탄의 목소리로 수고했다는 격려, 칭찬과 함께 꽃다발, 묵주(가톨릭 팔찌)도 받았다. 나의 행복이 있어야 타인에게도 행복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봉사에 대한 나의 소신이다. 봉사단을 이끌면서 200명이 넘는 초대형 활동을 순조롭게 한 것도 바로 '내가 좋아서' '내가 읽는 시, 다른 사람도 같이 읽었으면'이라는 나에 대한 사랑이 기본이었다.

가을의 수문장 9월이다. 독서의 계절이 따로 있는 듯 9월이면 책이 더욱 그립다. 이번 가을에는 우리 자원봉사단 '민들레씨앗'이 만든 시화집과 함께, 시 한편 써보고 떨어지는 낙엽 아래 벤치에 누워 눈을 감고 낭송 한번 해보련다. 여러분에게도 선물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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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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