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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작은 그림 책방이 하나 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한 '카모메 그림책방'이다. 아이를 데리고 그림책을 사러 여러 번 들르기도 했지만, 사장님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그림책방에서 진행된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각자가 써온 글은 어김없이 삶의 내밀한 부분에 닿았고, 매 수업은 눈물바다가 되기 일쑤였다. 그 수업을 통해 글쓰기로 깊숙이 들어선 나처럼 몇몇 참여자들이 출판을 준비하며 글쓰기를 지속했다.

카모메 그림책방 사장님도 그중 한 분이었는데 지난 8월 초 출간 소식을 접했다.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 그림책방을 대표하는 파란색에 선명한 노란색이 더해진 예쁜 책이 나왔다.
 
정해심 작가의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
 정해심 작가의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
ⓒ 호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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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에는 10년 가까이 아이를 키우며 전업 주부로 생활하다 책방지기로 변신해 삶의 균형을 맞춰가는 정해심 사장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림책을 늘 곁에 두었고, 책을 읽으며 배움을 지속하고, 글 쓰는 일을 놓지 않으면서, 책방이라는 삶의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하지만 책방을 운영하는 현실은 꿈의 실현과 별개로 어려움이 있다. 생활과 직결되는 수입에 대해 책임져야 하고 운영에 필요한 자질구레한 일에 압도되어 좋아하는 마음을 해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매 순간 그런 조율 속에서 책방을 열고 지키는 날이 지속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오래도록 걷기 위해 저자는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구분했다고 한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나는 하고 싶은 일을 분명히 했다. 처음에는 글쓰기, 다음은 책방지기로 점차 영역을 넓혔다. 우선 책방을 시작하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일상에서 서서히 덜어냈다. 가사노동, 양육, 목적 없는 공부와 만남을 간소하게 정리했다. (…)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우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야 한다. 또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균형 잡힌 일상을 가꿀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으나 나의 하루가 내 의지대로 흘러갈 때 비로소 '힘'이 생겼다." 
-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 62~65쪽

하기 싫은 일에 자신이 소모되는 것을 줄이고, 덜어내어 마련한 빈자리에 원하는 일을 채우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루를 자신의 의지대로 꾸려가면서 '힘'을 만들었다. 그 힘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삶으로 이어졌다. 책과 그림책을 읽으며 내면을 마주하고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애썼던 저자는 그 과정을 통과하면서 '그림책방'이라는 꿈을 발견했고, 자신의 몸에 맞는 크기로 실현해냈다.

작은 책방에서 좋아하는 그림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며 자기만의 숲을 풍성하게 가꾸어 가는 날도 책 속에 담겨있다. 각자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나누는 낭독 모임, 그림책 작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저자 강연과 글쓰기 모임을 통해 작은 책방이 숲으로 자라나는 과정은 따스하다.

저자는 그림책을 사러 오는 사람들과 출판사 관계자들을 만나며 그림책이 만들어낸 넉넉한 숲을 거닐고 나라는 세계를 넓혀갔다. 그리고 햇수를 넘겨 책방을 운영하며 맞닥뜨리게 되는 갈등과 충돌의 상황에 적절히 거절하고 요구하는 내공까지 쌓였다.

삶의 뿌리 단단하게 지탱하는 일들로 하루를 채우다

저자는 오랜 시간 자신의 생활 속에 녹여낸 요가와 명상, 그림책과 글쓰기로 삶의 뿌리를 단단하게 내렸다. 그걸 바탕으로 덜어내고 잘라내면서 좋아하는 일이라는 수형 좋은 나무를 키워냈다.

매일이라는 일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 했던 노력이 책방으로 연결되었고,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자 했던 힘이 삶의 균형을 잡아주었다. 그런 저자의 삶과 글에서는 긴 시간 꾸준히 실천한 사람이 쌓아낸 견고함이 느껴진다.

누구나 가슴속에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을 품고 산다. 그냥 생각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마음에 어떻게 물을 주고 싹을 틔워 나무로 자라게 할지, 키만 키우는 게 아니라 덜어내고 가지 쳐 원하는 수형으로 만드는 방법을 저자의 글을 통해 배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면의 진실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일상을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속에서 얻은 자기 믿음이 삶의 변화로 이어지는 힘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언젠가 작은 책방을 운영해보고 싶은 꿈을 지닌 이들에게 이 책은 꿈의 세계로 안내하는 지도가 될 것이다. 아직 찾지 못한 인생의 꿈을 발견하고 삶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일들에겐 작지만 귀한 비법을 알려줄 테고.

마흔 중반을 넘어선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인생을 돌아보면 알게 모르게 찍힌 점들이 있을 거라고. 그 점들을 이어 보면 무언가 뚜렷해지는 모양이 보일 것이다. 꿈을 발견하고 싶다면 그 점들을 연결하여 만들어진 선을 따라가는 일에 집중해보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발견한 길로 들어선다면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고, 중요한 것에 더 집중하는 단호함을 가지라고 충고한다.

내 삶을 지탱하는 뿌리를 단단하게 해주는 일을 찾아 매일의 일상에서 반복하자. 좋아하는 삶은 좋아하는 일을 추려내고 그걸 실천하는 매일이 쌓여 만들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 - 어른을 위한 그림책방, 카모메 이야기

정해심 (지은이), 호호아(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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