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는 최근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연예인-셀럽들의 싱글라이프를 주제로 한 관찰예능의 선구자로 오랫동안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지만, 요즘은 출연자들을 둘러싼 구설수-방송의 진정성과 공감대에 대한 의구심으로, 웃음보다는 불편하다는 지적을 더 많이 듣고 있다.

프로그램의 주축인 박나래가 타방송에서 저지른 성희롱 논란으로 시청자들의 하차 요구를 받은 것에서부터, 가수 쌈디의 에피소드에 벌어진 '가짜 아이유' 사칭과 낚시 논란, 기안84의 마감축하파티 에피소드에서 제기된 왕따와 불화설 의혹, 프로그램내에서 한때 실제 연인이었던 전현무의 복귀에 따른 한혜진의 하차 논란, 그리고 출연자들의 '고가 부동산'을 둘러싼 비판 여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거듭되는 시청자들의 비판에 진땀을 흘리며 여러 차례 해명하거나 사과해야 했다.

사실 일부는 해프닝에 가까운 사건들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도 있었고, <나 혼자 산다> 방송이나 출연자들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에는 애매한 사건들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나 혼자 산다>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초창기의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독신남들의 모습을 통하여 '연예인이나 셀럽도 일상에서는 우리와 같은 고민-같은 희로애락을 공유하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당시 '무지개 모임' 주요 원년멤버들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배우 이성재와 뮤지션 김태원은 가족을 해외로 보내고 쓸쓸한 외로움을 이겨내고 있는 기러기아빠였고, 힙합전사 데프콘은 일상에서는 만화와 먹방을 사랑하는 집돌이의 반전매력을 보여줬다.

라이징스타였던 서인국은 도시적인 외모와는 달리 정작 집에서는 청소와는 거리가 먼 게으른 면모와 무뚝뚝하고 직설적인 경상도 사나이의 실체를 공개하며 충격을 줬다. 특히 김광규는 우리 시대 평범한 50대 비자발적인 독신남의 전형을 보여주며 가장 많은 공감대를 자아내기도 했다.

출연자들은 방송을 통하여 아픈 개인사, 결혼에 대한 고민,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전셋집 구하기-이사-취미생활 같은 소소하고도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이들의 일상은 근사하거나 부러움을 유발하는 싱글라이프라기보다는, 오히려 지지리도 궁상맞고 짠한 느낌을 자아내는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바로 이처럼 친근한 리얼리티야말로 시청자들에게는 '우리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는 감정이입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현재 <나 혼자 산다>의 주축멤버들도 처음 이 방송에 출연할 당시에는 대부분 현재만큼 위상과 인지도가 높지는 않았다. 출연자들은 방송에서 저마다 친근하고 유쾌하고 빈틈도 많은 수더분한 이미지로 자신을 어필했다. 하지만 박나래와 전현무는 이제는 연예계에서도 대상을 받을 정도의 특급 스타가 됐다. 웹툰작가인 기안84나 무명의 조연배우였던 이시언(하차) 등도 <나 혼자 산다> 고정출연을 통하여 유명세를 톡톡히 누렸다.

누가봐도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시가에 수십억에 이르는 고가주택을 구입하거나 건물주가 되었다고 해서 그리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고 재테크에 성공했다는 것이 비난받을만한 사안도 아니다. 다만 '소시민적 싱글라이프'라는 공감대에 기반을 뒀던 <나 혼자 산다> 본래의 기획 의도를 유지하기에는, 어느새 출연자들과 시청자들 간의 정서적 괴리감이 너무 커졌다는 게 진짜 문제인 것이다.

또한 <나 혼자 산다>는 프로그램 장기화에 따른 매너리즘과 고정 출연자들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가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현재 무지개 모임 멤버들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매력이나 동질감을 주기에는 너무 오래봐서 '익숙해졌고', 이미 너무 큰 '스타'가 되어버린 데다, 너무 많은 '논란'에까지 휩싸이고 말았다.

물론 세월이 흐르고 출연자들도 사회적인 위상이나 개인의 경제적 상황이 달라지는 것을 무작정 비판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낡아버린 포맷과 식상한 출연자들에게 집착하는 것은 <나 혼자 산다>의 방향성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의 <나 혼자 산다>는 출연자들의 유명세에 의존하거나, 잘나가는 스타들의 화려한 일상을 보여주는 자기자랑 프로그램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3일 방송에서는 오랜만에 <나 혼자 산다>에 복귀한 배우 이장우와 농구스타 허훈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방송은 다이어트에 성공한 이장우의 바디 프로필 촬영기, 허훈의 나홀로 여행기를 담아냈다. 이들 모두 <나 혼자 산다>에 이미 여러 번 출연했던 멤버들인 데다 기존에 보여준 에피소드보다 딱히 색다른 모습을 담아낸 것도 아니었다.

<나 혼자 산다>는 관찰예능으로서 더 이상 리얼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으며, 비슷한 다른 방송과 차별화된 요소도 더이상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낡은 프로그램이 됐다. 차라리 대대적인 개편을 통하여 출연자를 다시 전면 교체하던지 포맷 자체의 완전한 전환을 검토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나혼자산다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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