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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부터 코로나19 경증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문을 연 생활치료센터 전경.
 지난 2일부터 코로나19 경증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문을 연 생활치료센터 전경.
ⓒ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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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한국 유입 초기, 모든 확진자는 병원에 입원하여 지역사회와 격리되었다. 그러다 2020년 3월, 대구에서 대규모 감염 확산이 일어나며 병상이 모자라 입원을 못하는 사태에 직면했고, 결국 집에서 입원을 대기하던 환자가 죽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자택에서 중증환자가 죽어가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생활치료센터 제도를 도입하였다. 별다른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무증상과 경증 환자를 수용함으로 의료체계에 숨통을 틔워주었다. 생활치료센터는 드라이브 스루 센터 등과 함께 K-방역의 효자로 자리매김하며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된 지금, 의료체계의 숨통을 틔워주던 생활치료센터는 오히려 의료체계의 숨통을 막고 있다. 생활치료센터의 아름다운 퇴장이 필요한 건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체계, 효율성이 핵심

외국에 나가서 살아본 사람들은 한국의 의료체계를 입술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친절한 의료진, 정확한 진단과 처방, 저렴한 비용 등 한국의 의료체계가 세계적 수준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수한 의료체계는 OECD 평균에 비해 기대수명이 높고, 회피가능사망률*이 낮다는 점에서도 객관적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우수한 의료체계에도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인구 규모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다. 2019년 기준 인구 1천 명 당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6명이지만, 우리나라는 1.9명이다. 간호인력 수 또한 OECD 평균 9.4명, 한국은 7.9명이다. 적은 의료진 수로 높은 의료수준을 유지하는 '일당백 의료체계'인 셈이다.
   
한국은 의료진 수는 적지만 효율적인 운영 덕분에 의료체계의 질이 매우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보건통계로 보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한국은 의료진 수는 적지만 효율적인 운영 덕분에 의료체계의 질이 매우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보건통계로 보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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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체계의 효율성 떨어뜨리다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가 수용되는 생활치료센터에서의 진료는 모두 비대면으로 이루어진다. 확진자가 직접 측정해서 알려주는 체온으로 의료진은 확진자의 상태를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증상 완화를 위해 해열제 등을 가져다주며 시간에 맞추어 식사를 제공하는 정도의 역할만 수행한다.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활동은 다른 장소에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생활치료센터는 사실상 치료 목적이라기보다는 격리 목적이 더 강한 시설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는 의료진의 수는 많은 편이 아니고, 한정된 의료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여기서 생활치료센터의 문제점이 발생한다. 병원 등 치료 목적에 투입되어야 할 의료진들이 비대면 관찰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가 모여있는 생활치료센터에 발이 묶여버리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드라이브스루가 외국에서 찬사를 받으며 각국에서 벤치 마킹된 것과 달리, 생활치료센터를 벤치 마킹한 국가는 없다. 모두가 자가치료를 선택하고 있다. 왜 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가치료를 선택한 것일까?

대부분의 감염성 질병에 대하여 자가치료는 매우 일반적이고, 생활치료센터에 비해 효율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 또한 인플루엔자와 같은 다른 전염병을 생각해보면 자가치료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 병원과 연락을 취하여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 과정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모든 확진자가 증상의 경도 여부에 관계없이 어떤 시설에 수용되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이 매우 특이한 경우인 것이다.

위드코로나 위해 생활치료센터 종료되어야
 

9월 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보건복지부와의 막판 협상을 통해 총파업을 철회하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의료현장에서 인력 부족 상황이 심각함에도, 비상시국인 점을 고려해 구멍 난 인력 부족 상황에서 겨우겨우 1년 반을 버텼다"라며 파업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정부 또한 인력 부족 상황에 대한 공감대는 가지고 있었다.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정부는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확진자 통제가 절실하다"라고 말한다. 이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확진자 통제뿐만 아니라 의료체계의 확충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절반의 사실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도 파업을 고민할 정도로 현장에서 의료인이 느끼는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고, 우리의 의료체계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는 한정된 의료 자원의 최적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치료센터의 운영을 종료하여 여기에 투입되어 있는 의료진들을 병원으로 재배치시켜야 한다. 확진자가 아니라 환자에 집중함으로써 장기간 과중한 업무로 지친 의료진들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활치료센터는 위드코로나의 심리적 장애물


확진환자에서 중증환자로 포커스를 전환하는 위드코로나를 위해서는 백신 접종률과 의료체계의 준비도라는 정량적 지표도 중요하지만, 우리 마음을 대비시키는 정성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무증상자와 경증자까지 격리하는 생활치료센터는 "모든 확진자는 나와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 격리되어야만 한다"라는 인상을 심어주며 "코로나와 함께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위드코로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세울 수 있다.

가령, 내 이웃이 코로나에 확진되었음에도 어딘가로 이송되지 않고 집에서 격리되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위드코로나를 시작할 수 있다. 즉, 고령층 등에 대한 충분한 백신 접종 등을 통해 위험성이 낮아진 이후에는 코로나19의 이미지를 '내 주변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에서 '내 이웃이 걸릴 수도 있고, 다음에는 내가 걸릴 수도 있는 것'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에 걸린 환자는 심리적 피해 또한 매우 크다고 한다. 아무리 무증상 또는 경증이라고 해도 생활치료센터라는 낯선 공간에서 가족과 떨어져 모르는 사람과 함께 방을 사용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쉽지 않다.

기존 감염병 대응 체계에서 볼 수 없던 생활치료센터라는 개념은 코로나19 확진환자에 대한 타인의 부정적 시선을 강화하고, 완치되어 돌아온 이후에도 적응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의료체계의 확충이라는 현실적 이유에 덧붙여, 확진자의 정서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서도 생활치료센터의 명예로운 퇴장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 회피가능사망률: 적절한 진단(예: 암의 조기 발견) 또는 적시의 치료(예: 교통사고 환자가 빠르게 수술을 받는 경우)가 제공됨으로써 회피할 수 있는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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