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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사회학자 이시효가 쓴 책 <감염 도시의 교육 불평등>이 학이시습에서 나왔다. 글쓴이는 신도시 아파트와 구도심 초등학생들의 삶의 격차를 다뤘다.
▲ <감염 도시의 교육 불평등> 표지 공간 사회학자 이시효가 쓴 책 <감염 도시의 교육 불평등>이 학이시습에서 나왔다. 글쓴이는 신도시 아파트와 구도심 초등학생들의 삶의 격차를 다뤘다.
ⓒ 학이시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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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불평등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 단칸방과 도심 꼭대기 저택을 대비시켜 공간과 불평등의 관계를 이미지로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기택(송강호 연기) 가족이 세찬 비를 맞으며 끝도 없는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거주지, 즉 '도시의 어디에 살고 있는가?'는 한 사람의 신분을 증명하고 공공 서비스 이용 기회와 사회적 혜택의 근거가 된다." (책 ⅸ-ⅹ쪽)
 
'사는 곳이 신분을 나타낸다.' 섬뜩하지만 맞는 말이다. 서울 강남, 서울 도봉, 경기 성남, 충북 청주, 강원 강릉, 강원 정선, 경북 봉화, 전북 장수. 이곳 가운데 어디에 사는지만 이야기해도 자산 상태를 대강 '짐작당할 수 있다'. 대치동, 목동, 상계동, 노량진동 등 어떤 지역은 이름만으로도 대강 그곳에 사는 목적까지 추측할 근거를 제공한다.

도시 공간의 교육 불평등을 다룬 책이 나왔다. 공간 사회학자 이시효가 쓴 <감염 도시의 불평등>(학이시습)이다.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신도시 아파트와 구도심 초등학생들의 삶의 격차를 다뤘다. 이 지역은 글쓴이가 29년 동안 거주한 곳이다.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고, 학부모, 교사, 교육청 주무관도 인터뷰했다.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산어촌 간 분화와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내부 식민화'라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다. 지역 내 분화도 심각하다. 내가 사는 강원도 역시 마찬가지다. 2019년 기준 강원도 전체 인구는 156만 명이다. 이 중 54.7%가 강릉, 원주, 춘천 세 지역에 산다(강원도청 홈페이지).

공간은 사회를 보여준다. 만든 이들의 철학을 담고 있다. 사람을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게도 한다. 어두침침하며 좁고 긴 학교 복도는 학생들을 교실 안에서 조용히 공부만 하는 존재로 여기던 세상의 시선을 보여준다.

한여름 에어컨 한 대도 없이 작업대 앞에 노동자를 묶어두는 거대한 택배 물류창고는 1분 1초마저 이윤을 챙기는 데 사용하려는 자본가의 탐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르페브르(Lefebvre)는 공간을 "생산물이자 생산자이고, 경제적·사회적 관계의 토대"라고 했다(책 vi쪽에서 다시 옮김).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격차가 커졌다는 연구 발표와 언론 보도가 많았다. "코로나는 분명히 계층별 교육 격차를 더 벌려 놓았다. 하지만 '계급 격차', '교육 격차'의 근본 원인이 코로나인 것은 아니다."(책 ⅶ쪽). 글쓴이는 교육 격차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를 공간 불평등, 거주지 격차에서 찾는다.

교육 불평등 탄생의 인큐베이터, 거주지 격차
 
"나도 줌 수업이 싫어요. 화면으로 우리 집 모습을 보여 줘야하고, 가족사진 같은 것들이 화면에 보이는 것이 싫어요." (책 110쪽)
 
구도심 18평 빌라에서 다섯 식구가 함께 사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의 말이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반지하 방에서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교육 당국이 추진한 스마트 기기 대여로 해결할 수 없는 환경이 곳곳에 버티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엘리트들은 고급 아파트 단지라는 참호를 만들고 그 안에 학군이라는 진지를 구축했다. 이제 이 공간에서 다음 세대 엘리트들이 탄생한다." (책 91~92쪽)
 
강원도에도 춘천, 원주, 강릉을 중심으로 거주지 분화 현상과 그들만의 학군 만들기가 이미 시작됐다. 수도권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속도와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지방 중소도시에도 인구 증감과 상관없이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가 계속 들어서고 있다. 지역 거점도시로 인구와 각종 시설이 집중되는 동시에 이들 도시 안에서도 신규 아파트 단지와 구도심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와 강원도교육청은 '적정 규모' 이하 학교의 통폐합, 즉 폐교를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에는 전국에서 네 번째로 많은 폐교가 있다(강원도민일보 7월 21일 기사). 그런데 강릉, 원주, 춘천 신규 아파트 단지에는 학교 신설이 이어진다. '기업도시'가 있고 인구가 증가하는 원주가 가장 두드러진다.
  
지난 8월 12일 강원도교육청은 원주 '기업도시' 안에 있는 신설 예정 고등학교의 입학 전형 방법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대상은 기업도시 내 학부모, 교직원, 학교운영위원, 주민대표였다고 한다. 도 교육청은 92.7%가 '학교장 전형'에 동의했다고 밝히며, 학부모와 지역주민의 높은 관심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원주는 평준화 지역이다. 기업도시 고등학교가 '학교장 전형'을 시행하게 되면 평준화 예외 지역이 된다. 원주의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신설 고급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새로운 학군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집 근처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은 보호자의 마음을 탓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교육정책을 만드는 교육청은 달라야 한다. 특정 정책이 어떤 계층에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기업도시 안에 고등학교를 새로 만들고 별도의 학군을 추진하는 도 교육청의 명분은 선택권 보장이다. 선택의 자유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누군가에는 자유로운 선택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다를 수 없는 불가능한 꿈일 수 있다. 기업도시 안 비싼 아파트를 살 수 없는 사람들은 시설 좋고 안락한 신설 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 없다. 누구는 선택권이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특권이 부여되지 않은 아이들의 곤궁함에 대해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적게 공감한다." (책 xiii쪽에서 다시 옮김).
 
글쓴이가 옮긴 퍼트넘(Putnam)의 말이다. 들리지 않거나 작게 들리는, 선택할 수 없는 학생들과 그들 보호자의 목소리와 몸짓에 귀와 몸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강원도교육청이 주민 여론과 선택권을 내세워 외면한 공교육 기관의 책임이다.

교육 격차 줄이려면 치밀하고 과감한 정책 필요

교육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날카롭고 정교한 정책적 안목과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대하려는 생각과 태도다.
 
"엘리트 교육 성벽을 부수기 위해서는 더 치밀하고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책 105쪽)
 
'모두가 시험 보자!', '여자도 군대 가라!'처럼 최근 유행하는 '기계적 평등', '형식적 공정'으로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격차를 키울 뿐이다. '선택'을 앞세운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는 말할 것도 없다. 지역 격차와 계층 격차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교육 격차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과감하면서도 치밀한 정책 기획과 추진이 필요하다.

<감염 도시의 불평등>은 계층 양극화의 뿌리에 닿아 있는 부동산을 포함한 불평등한 공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소한 '사는 곳이 신분이 되는' 야만적 사회를 다음 세대에게 넘겨 주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교육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평등하게 길러낼 수 있는 도시 공간이 필요하다." (책 173쪽)

감염 도시의 교육 불평등

이시효 (지은이), 학이시습(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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