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최근 인권위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조사·발표한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혐오와 차별이 증가했다'고 답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지 1년 8개월여, 오마이뉴스는 '일상의 혐오'를 통해 불과 몇 년 사이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든 '혐오'의 맨얼굴을 시민기자들의 경험담을 통해 마주하고자 합니다. 다른 시민기자들의 글도 적극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나는 나라를 다 팔아먹어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에요."

지역 혐오, 특히 대구를 포함한 경상도 지역에 대한 혐오(아래 '대구 혐오')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발언 자체가 워낙 휘발성이 강해서 뉴스 좀 보는 이는 누구나 '아~' 하고 아는 체 할 수 있는 그 장면이다. <뉴스타파>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울산을 찾아가 만난 시장 상인이 한 말이다.

대구 혐오를 말할 때 이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해당 보도 이후 대구를 비롯한 경상도 지역을 혐오하는 표현으로 자주 이 말이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기자 생활을 하면서 내가 쓴 기사에 같은 표현의 댓글이 달리는 걸 종종 보곤 했다. 주로 정치 기사에 달렸다.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겼다거나, 정치인의 일탈을 보도하는 기사에 'TK는 안 된다'거나 'TK 사람들 정신 차려야 한다'는 표현과 함께 단골처럼 등장했다.

경상도는 '보리 문디', 강원도는 '감자바우', 전라도는 '깽깽이'. 특정 지역민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과거부터 있어왔다는 걸 고려하면, 타지역을 비하하는 일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비하는 이제 혐오의 경지에 이르렀다. 차원을 달리하게 된 거다. 지리적 여건과 통신 수단의 미비로 교류, 소통이 어려웠던 과거엔 타지역은 사실상 '이국적'인 성격의 이질성을 가졌다. '비하'적 표현은 그 이질성의 언어적 발화이거나, 이질성에서 촉발된 두려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혐오의 바다가 되어버린 인터넷

최근의 혐오는 그 양상이 과거의 비하와 다르다. '혐오 표현'의 학술적 의미가 분명하게 정립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대체적으로 지금의 혐오는 사회적으로 소수자 위치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이 갖는 특정한(국적, 성적 지향, 성별, 지역) 속성을 근거로 차별, 혐오, 폭력적 선동을 일삼는 것으로 정의한다. '사회적 소수자의 위치'라는 건 소수자성을 단순히 수적 열세로 정의할 수 없다는 걸 뜻한다. 그것은 사회적·정치적 권력 관계에서 주도권을 획득하지 못한 데서 발현하는 소수자성이다.

예를 들면 이제는 '혐오의 바다'가 되어버린 인터넷에서 지역 혐오 역시 일상적이다. 그중 범죄 뉴스 영역에서 지역 혐오를 분석한 양혜승 경상대 부교수가 2018년 한국언론학보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범죄 뉴스의 주된 지역혐오 대상은 전라도다. 2017년 한 해 동안 발해된 범죄 뉴스 중 표집한 기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역 혐오 댓글 중 64.4%가 광주를 포함한 전라도를 대상으로 했다.

인구수로 보면 강원도나 제주도가 더 소수자 위치에 있지만 혐오 표현은 거의 없었다는 걸 고려하면, 전라도가 혐오의 대상이 되는 걸 단순히 수적 소수자성으로 단정할 수 없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주지하듯 전라도의 소수자성은 권력 관계에서 만들어졌다.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오랜시간 권력에서 배제되어 왔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정파적으로 핍박당해 온 역사가 전라도를 소수자로 자리잡게 했다. 정치·사회적 권력 주도권을 잃은 것에서 혐오가 발현됐다는 면에서 전라도 혐오는 대구 혐오의 미래형이랄 수 있다.

오랜시간 대구는 소수보다는 다수의 위치를 점했다. 대한민국 3대 도시(였)고, 권력자도 여럿 배출했다. 혐오가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 폭력적 선동이라면 다수자인 대구를 혐오한다는 건 모순적이다. 하지만 그 모순은 실재한다. 나는 그것이 대구가 시나브로 정치·사회적으로 주도권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정파적 대결의 현장에서 급격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나라를 팔아먹어도 새누리'라는 밈도 정파적 대결 구도가 최대치까지 오르는 선거기간에 만들어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2020년 3월 15일 오전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2020년 3월 15일 오전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결정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곧장 치러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결과는 대구의 소수자성을 수적으로도 가시화했다. 대통령 선거에선 '유삼(대구+경북+경남)하게' 탄핵 대통령의 정당 후보를 가장 많이 지지하는 지역이 됐고, 지방선거에서도 '유이(대구+경북)하게' 탄핵 대통령 정당의 후보를 단체장으로 선택한 지역으로 남았다.

우려스러운 점은 탄핵 이후 코로나19 정국을 거치면서 대구의 소수자성이 점점 고착되어 간다는 인상을 받는 점이다. 해프닝이라곤 하지만 지난해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됐을 때 '대구 봉쇄'라는 정치적 언사가 논란을 일으켰고, 대구 사람을 차별하는 것쯤은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해도 되는 일'로 여겨졌다. '대구가 대구했다'는 혐오적 표현도 등장했다.

양혜승 부교수 논문을 보면 대구도 혐오에 대해 댓글이 달리지 않은 건 아니었다. 비중이 10.1%에 그쳤을 뿐이다. 전남, 전북, 광주를 묶어 전라도로 분석한 것처럼 대구, 경북에 부산, 울산, 경남을 포함한 경상도로 대상을 넓히면 23.5%다. 범죄 뉴스에 달린 지역 혐오 댓글 넷 중 하나는 경상도가 점유한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론 이것이 정치·정파의 영역을 넘어서 사회·문화 영역으로 대구의 소수자성이 확장·고착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닌가 싶다. 논문이 2017년 뉴스를 대상으로 분석했다는 걸 상기할 때 더 그렇다. 2017년 탄핵 이후 몇 차례의 선거와 코로나19를 거친 지금, 같은 분석을 한다면 그 결과가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진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뉴스민> 편집국장입니다.


댓글4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