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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이하 국가비행시험장)은 개발 항공기의 성능시험과 항공기의 인증시험을 목적으로 건설 중인 국책사업이다. 전남 고흥만 간척 농지 123ha에 1,2km 중형급 활주로를 건설하고 득량만 일대 반경 10km 시험 공역에서 비행시험을 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2012년부터 고흥항공센터(소규모 비행시험 지원)를 확장해 비행시험장을 건설하는 연구용역 실시, 2015년 정부사업 확정, 2016년 인허가 절차 진행, 2018년 12월 실시계획을 승인했다. 2016년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처음 이 사업 내용을 알게 된 주민들은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 저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해 반대 활동을 전개했다.

대책위는 실시계획 승인 이후 2019년부터 비행시험장 취소 행정소송을 진행해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이 소송에 2000여 명의 시민(고흥 보성 장흥 등 득량만권 주민, 녹색당 정의당 민중당 환경연합 등 정당 및 시민단체)이 연대서명으로 탄원서를 제출했다. 2021년 대책위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비행시험장 취소소송을 2021.8.12.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했다.
▲ 대법원 판결문 대법원은 비행시험장 취소소송을 2021.8.12.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했다.
ⓒ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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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 대법원은 국가비행시험장 취소 소송을 심리불속행 결정으로 기각했다. 2016년부터 시작한 주민들의 반대 투쟁이 대법원에서 패소함으로써 국가는 비행기 시험을 본격화할 것이다. 아울러 반대 대책위가 주장했던 농사 침해, 철새도래지 파괴, 소음 피해뿐만 아니라 사고 위험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대법원에서의 쟁점은 사고 위험이었다. 원고는, 국가가 사고 위험이 높은 비행시험장을 개설하면서 사고 대책도 없이 추진해, 생명과 신체 안전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받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항공 관련법은 비행시험장의 정의가 없으며 추진할 근거법이 되지 못한다는 '법률유보(法律留保)의 원칙' 위반을 주장했다.

그러나 피고(국토부 산하 부산지방항공청 등)는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주관적인 추측일 뿐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현행 항공안전법에서 정의한 '항공기'는 운항 목적이나 용도를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 개발 중인 항공기도 배제되지 않으며, '비행시험 목적의 특별감항증명' 조항이 존재해 법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의 주장에 대해 원고는 항공센터와 전국 공항의 사고 건수를 비교 분석해 사고위험이 20배 이상 높은 사실을 제시했다. 또한 개발 중인 항공기는 안전성이 미확보된 불안전한 상태이며, 비행시험장은 불안전한 항공기를 시험하는 '안전공역'을 필수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비행장과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은 자신들의 용역보고서와도 다르게 사고위험과 침익적 행정행위를 부인하고 있다.
▲ 21.07.27. 피고 제출 답변서  피고 측은 자신들의 용역보고서와도 다르게 사고위험과 침익적 행정행위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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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고흥항공센터에서 소규모 비행시험만으로도 23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전국 공항 비행장과 단순비교해도 23배나 높다. 운항 횟수를  감안해 계산하면 사고위험이  수백배 높게 나올 것이다.
▲ 21.08.09. 원고 제출 준비서면  기존 고흥항공센터에서 소규모 비행시험만으로도 23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전국 공항 비행장과 단순비교해도 23배나 높다. 운항 횟수를 감안해 계산하면 사고위험이 수백배 높게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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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법원은 원고의 반론 서면이 제출된 지 3일 만에 심리불속행 결정을 함으로써 첨예하게 대립되는 주장을 정식 심리도 없이 종결지었다. 행정소송을 추진했던 우리들은 상당 기간 멘붕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동안 함께 했던 주민들에게 아직 제대로 설명도 하지 못했다.

'개발 중인 항공기의 비행시험은 사고위험이 높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정부는 "차 사고보다 적다"는 주장을 하며 주민들의 우려를 묵살해 왔다.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인터넷에 공개된 국토부의 '비행시험장 용역보고서'를 우연히 발견했다.

그 용역보고서 요약문에는 "비행시험장은 사고 위험이 높아 일반 공항이나 비행장과 공용할 수 없다"고 표현되어 있다. 또한 비행시험장은 비행시험을 하는 '안전공역'이 반드시 필요하고, 비행시험장 관련법 제·개정도 필요하다고 언급되어 있다.
 
국토부 용역보고서 요약문 4쪽. 이 보고서는 입지적합성 조사, 대상지 확정 등 비행시험장 사업의 근거가 되었다.
▲ 국가비행종합시험 인프라 개발구축 기획 최종보고서  국토부 용역보고서 요약문 4쪽. 이 보고서는 입지적합성 조사, 대상지 확정 등 비행시험장 사업의 근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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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용역보고서 분문 10쪽.  비행시험장 입지 선정시 요건
▲ 국가비행좋합시험 인프라 개발구축 기획 최종보고서 국토부용역보고서 분문 10쪽. 비행시험장 입지 선정시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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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정부의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하며 소송 쟁점을 '사고 위험과 법률 부재' 문제로 전환했다. 그런데도 피고 측은 이 사업의 근거인 정부 보고서를 부정하며 "사고 위험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우리는 기존 사고 건수를 비교해 수십 배 높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런데 이제는 대법원이 심리도 없이 기각한 것이다.

중대 사고위험을 고려해 대상지를 선정하고도 사고 대책도 없이 실시계획을 수립한 정부. 그 위법성을 외면하고 소송을 기각한 대법원.  논리와 근거의 정당성을 판단하지 않는, 마치 경기 없이 심판의 지명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게임 같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규정에 걸린 우리는 너무 운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긴 시위와 집회,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탄원 활동에 이어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그동안 심신이 지치고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다. 농촌 지역의 소박한 시민단체 활동가인 우리들은 항공 관련 전문지식이 부족했다. 이미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해 250여 억 원의 연구 용역비를 투자했으나 주민들에게 설명하거나 공개하지 않아, 법원이 요구하는 근거를 마련하기 어려웠다.

국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시작할 때 "바위에 계란 치기"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주민을 기망하고 환경을 악화시키는 사업을 외면할 수 없었다. 만만치 않은 패소 비용의 부담과 함께 절망감이 깊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우선 반대 활동을 지지해 준 주민과 시민들에게 그간의 과정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비행시험장에서 생겨날 환경피해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국가발전을 내세워 국민을 희생 삼는 입장이 아니라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 사업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평가하기 바란다.
▲ 21.08.09. 원고제출 준비서면 "결론" 국가발전을 내세워 국민을 희생 삼는 입장이 아니라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 사업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평가하기 바란다.
ⓒ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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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청정고흥연대회의( https://cafe.daum.net/cleangoheung )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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