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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나이스 버디! 축하해~! " 

MZ세대의 골프 열풍과 함께 여기저기서 생애 첫 버디(골프에서 기준 타수보다 하나 적은 타수로 공을 홀에 넣는 것)를 축하하는 소식이 들린다. 

문득 버디라는 골프 용어와 함께 새 그림이 찍힌 스코어 카드를 보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승리에서 멀어지는 높은 점수는 더블, 트리플처럼 숫자를 의미하는 용어를 쓰는데, 승리에 가까워지는 낮은 점수에는 어째서 '새 이름'을 붙이는 것일까?'

'새 이름'이 붙은 이유는 골프 역사와 관련 있다
 
버디 찬스란?  골프에서 기준 타수보다 하나 적은 타수로 공을 홀에 넣을 기회를 말한다.
▲ 버디 찬스란?  골프에서 기준 타수보다 하나 적은 타수로 공을 홀에 넣을 기회를 말한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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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골퍼에게 기쁨과 마음의 평온을 선사하는 버디의 유래는 1903년 미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애틀랜틱시티 골프클럽 PAR 4 홀에서 애브너 스미스 선수가 친 세컨드샷이 홀컵 15cm 옆에 붙었다.

이때 그는 "샷이 새처럼 날았다(That was a bird of a shot)"라고 표현했고, 마침내 PAR(규정 타수)보다 한 스트로크 적은 타수로 홀을 마쳤다. 당시 bird는 '훌륭하다', '완벽하다'란 뜻도 담고 있었는데, 그다음부터 이와 같은 스코어가 나오면 버디(Birdie: 작은 새)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기준 타수보다 2타 적게 홀 아웃한 점수인 '이글(Eagle: 독수리) 역시 애브너 스미스 선수가 사용하면서, 새에 대한 이름이 골프 점수에 붙기 시작했다. 그 후 뉴욕타임스의 스포츠란에 '이글'이라는 표현이 처음 활자화되면서 널리 쓰였다.

18홀의 구성은 골프장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9홀마다 PAR 3는 2개, PAR 4는 5개, PAR 5는 2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얼마 전 박찬호 선수가 참가했다가 아쉽게 컷 탈락한, KPGA 대회 코스인 군산 CC는 예외로 하자. 왜냐하면 국내 최장길이 PAR 7(1004M)에서 3번 만에 공을 쳐서 넣으면,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생경한 용어가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4는 콘도르(Condor, 골프 역사상 4명만 기록), -5는 오스트리치(Ostrich: 타조), -6은 피닉스(Phoenix: 불사조)라고 부른다. 콘도르는 현존하는 맹금류 중 가장 거대하고 압도적인 사이즈로 천적이 없다. 오스트리치는 현재 지구상에서 사는 조류 중 가장 큰 새다. 피닉스는 전설에 나오는 신령스러운 새로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며 불사의 삶을 산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오스트리치와 피닉스를 기록한 골퍼는 현재까지 없다. 이렇듯 각각의 골프 용어는 모든 인간의 역사처럼 자기만의 특별한 사연을 품고 있다.

그중 골프 스코어에서는 -3타를 의미하며, 내 영혼을 사로잡는 새 이름이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이 골프 용어는 1922년 영국과 미국의 골프 대항전에서 탄생했다.

경기 시작 전 영국팀의 주장 시릴 트레이가 미국팀의 바비 존스에게 이 대회에서 3언더파가 나오면 자신이 이름을 정하고 싶다며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바비 존스는 대수롭지 않게 그러라고 했는데, 시릴 트레이는 -3을 기록했고 미리 준비했다는 듯 '앨버트로스(Albatross)'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렇다면 그는 왜 앨버트로스라는 새 이름을 붙인 걸까?

긴 기다림과 준비 끝에 비상하는 앨버트로스
 
앨버트로스(Albatross) 거친 비바람과 폭풍우가 몰아칠 때야말로 앨버트로스가 창공을 가르며 멋지게 비상할 기회다.
▲ 앨버트로스(Albatross) 거친 비바람과 폭풍우가 몰아칠 때야말로 앨버트로스가 창공을 가르며 멋지게 비상할 기회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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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에 있을 때 보이는 앨버트로스의 모습은 매우 우스꽝스럽다. 제 몸통에 비해 너무 크고 긴 날개를 가지고 있어서, 아무리 펄럭거려도 혼자서는 날지 못한다. 게다가 큰 날개와 어울리지 않는 작은 물갈퀴 때문에, 걷거나 뛸 때도 재빠르지 못하고 뒤뚱거린다. 육지에서는 아이들이 던진 돌멩이조차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놀이 삼아 괴롭히며 생포하는 사람들 때문에 현재 멸종 위기(국제 보호새)에 놓였다.

몰리 모크(molly mark: 바보 갈매기), 아호 도리(あほうどり: 바보 새). 이것이 세상 사람들이 앨버트로스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그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를 피해 무리를 지어 절벽 위에서 산다. 그 안에서 평생 짝을 찾기 위해 수없이 춤을 추고 구애를 하다가, 한번 짝을 만나면 서로 죽을 때까지(평균 수명은 약 50세) 사랑하며 함께 살아간다.

바보 새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상 모든 피조물이 거친 비바람과 폭풍우를 피해 숨는 그때, 그들은 절벽 위에 자신을 세운다. 그리고 절벽에서 몸을 던져 아래로 뛰어내린다. 비행에 능숙하지 못한 어린 개체의 경우에는 벼랑 아래로 직행하여 뱀상어 같은 동물의 먹이가 된다.

'앨버트로스'의 어원을 찾아보면 '창공을 가르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의미가 있다. 육지에서는 남들과 다른 신체 조건으로 인해서 바보 새라고 놀림당하지만, 모두가 두려워하는 태풍이 몰아치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다.

앨버트로스의 비행 동력의 98%는 바람이기에, 자신의 에너지는 2% 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거대한 두 날개는 6일 동안 육지 한 번 밟지 않고, 단 한 번의 날갯짓 없이 5000km까지 날아간다. 자면서도 날 수 있기에 두 달 안에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활공의 명수다.

세상에서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높이 오랫동안 나는 새 앨버트로스. 그가 한 번도 쉬지 않고 먼 거리를 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새처럼 자기 힘으로 날개를 휘젓는 것이 아니라, 바람의 높낮이와 기류를 활용해서 비행하는 것이다.

앨버트로스는 자연의 원리와 자신의 가능성과 자기만의 독특한 활공 실력을 믿기에, 주변에서 어떻게 평가하고 놀리든 상관없이 인내하고 준비하며 자신만의 때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바람이 거세지고 태풍이 몰아치면 그동안의 설움과 모욕은 모두 털어내고, 하늘의 뜻에 맡긴 채 비상한다. 이처럼 자기 안에 웅장한 뜻을 품고 있는 존재는 갖은 놀림과 수모 속에서도 초연하게 그리고 묵묵히 자기 길을 나아간다.

앨버트로스의 삶을 들여다보며 꿈꾸는 사람의 인생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독특한 재능을 가진 존재는 자신의 두 날개로 비상하지 못하면, 세간의 조롱감이 되기에 십상이다.

그렇기에 때로는 남들과 다른 자신의 삶이 버겁게 느껴져서, 하늘을 향해 거두어 가달라고 기도했을 것이다. 이윽고 인생에 비바람과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벼랑 끝에 서서 앞으로 나아가라는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되자, 하늘을 원망하며 남몰래 오랜 시간 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이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앨버트로스의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성체가 되어 양 날개를 다 펼치면 최대 3~4m가 넘는다는 그의 이름은 바로 '신천옹(信天翁)'이다. 한 번 펼치기 시작한 날개는 바람을 타고, 그 기세가 수천 킬로를 간다고 하여 '하늘을 믿는 노인'이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이처럼 오랜 세월 자기 안에 소망을 품고 준비하며 인내한 사람만이, 벼랑 끝에서 용기 있게 나아갈 때 비로소 깨닫게 되지 않을까. 하늘을 향한 믿음과 순종이 폭풍 속에서 거대한 두 날개의 잠재력을 일깨워, 오늘의 여기까지 데려왔음을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은영 기자 브런치에도 함께 올라갈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yoconis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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