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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는 ‘잉밴’의 구성원 이유미, 연상준, 김현희, 김경구, 강민재, 정필숙. 빨주노초파남 그리고 보(풍선=팬).
 왼쪽부터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는 ‘잉밴’의 구성원 이유미, 연상준, 김현희, 김경구, 강민재, 정필숙. 빨주노초파남 그리고 보(풍선=팬).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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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밴'은 매니저 한 명과 다섯 명으로 구성된 전북 순창군에서 활동하는 밴드다. 구성원은 각자 농부, 방앗간 운영자, 청소년지도사 등으로 순창군에서 일하며 안면을 익혔다. 전북 순창에 귀농, 귀촌해서 터를 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타악기(칼림바)와 매니저를 담당하는 '소소한방아실' 주인장 이유미, 메인보컬과 기타를 맡고 노래하는 잉여인력 연상준, 베이스와 보컬을 맡은 고구마 기르는 김현희, 일렉트릭기타를 치고 강아지 복길이를 기르는 김경구, 드럼과 타악기(퍼커션)을 맡고 쌀 농사를 짓는 강민재, 건반을 담당하고 누룽지 만드는 매덩 정필숙 등 6명이 '빨주노초파남'을 담당한다. 일곱 빛깔 무지개의 마지막 '보'는 '팬 몫'이다.

'잉밴'은 '잉여밴드'의 줄임말이다. 각자의 삶터에서 열심히 일하는 틈틈이 잉여시간을 만들어 취미 삼아 활동하는 밴드다. 밴드는 올해 초 어느 날, 메인보컬 연상준(47)씨의 제안으로 결성했다.

잉밴, 일하는 틈틈이 활동
 
 아빠는 윤서(6) 목마 태우고, 엄마는 연우(2) 안고
 아빠는 윤서(6) 목마 태우고, 엄마는 연우(2) 안고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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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8일 저녁 8시, 순창읍 중앙쉼터 야외무대에 '잉밴'이 올랐다.

연상준씨는 "밴드 결성 이후 여기저기에서 소소하게 공연을 하긴 했지만, 이번 무대는 정식 출연료를 지원받고 하는 '잉밴'의 첫 유료공연"이라면서 "앞으로 잉밴의 길거리 공연이 두 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길거리 공연은 순창군청에서 지난 6월부터 오는 9월 말까지 운영하며, 공연팀에게 출연료를 지원하고 있다.

'빨주노초파남'으로 티셔츠 색을 맞춰 입은 잉밴은 흥겨움을 토해냈다. 가을장마를 잠시 벗어나 비가 멈춘 토요일 밤의 열기는 뜨거웠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 공연장에서 쉽게 목격하기 어려운 아버지와 딸, 호기심 가득한 푸른 눈의 외국인, 휴대전화 카메라로 진지하게 공연을 촬영하는 어린이, 머리 희끗희끗한 노부부 등 여러 관객들이 공연을 함께 즐겼다. 보라색 풍선을 든 관객들은 '잉밴'의 설명대로 일곱 빛깔의 마지막을 완성시켰다.

순창여자중학교 2학년 김민정·장예림 학생은 "순창에서 이런 공연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인데, 멋진 공연을 보니까 너무 좋다"며 수줍게 웃었다.

길거리 공연 정보를 모른 채 전남 담양군에서 바람 쐬러 순창읍에 나왔다가 딸을 만났다는 아빠는 "우연히 공연 시간에 맞춰 나온 셈인데, 공연도 신나고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앞으로 종종 순창에 놀러 와야겠다"고 말했다. 딸은 "뜻밖에 아빠하고 함께 공연을 보니까 기분이 이상하지만 아무튼 좋다"고 밝게 웃었다.

젊은 부부가 자녀 둘과 함께 흥겨워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연우(2)을 안고 있는 엄마는 순창읍이 고향이고, 윤서(6)를 목마 태우고 있는 아빠는 전북 정읍이 고향이란다. 순창과 정읍은 옆 동네나 다름없다.

부부는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접하기 힘든 공연이라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며 "밴드가 공연을 정말 잘하고, 토요일 밤에 모처럼 주민들과 함께 하니까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더 늦기 전에 '중요한 일'을 해 보자"

잉밴 연상준씨는 "일 하면서 노래하는 잉밴을 관객들이 좋아해 주시니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멤버끼리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여서 연습을 하는데, 열심히 연습해서 올 연말에는 콘서트를 한 번 해볼까 계획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씨는 순창에 귀촌하기 전 '귀농귀촌전국본부'에서 일을 했다. 업무 차 여러 농촌 지역을 오가다가 순창에 정이 들어 정착지로 삼았다. 그는 농촌 생활에 대해 "거창하게 말하면 느림의 미학이랄까, 주민들을 보면 급한 게 하나도 없다"며 "도시에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여유로움이 이곳 순창에 있다"며 말을 이었다.

"경기도에서 살다가 왔어요. 도시에서는 정작 '중요한 일'보다 항상 '급한 일'에 쫓기며 살게 되잖아요? 더 늦기 전에 정말 '중요한 일'을 해 보자고 귀촌했죠. 음악 활동은 혼자 기타 치고 노래하는 게 전부였어요. 어릴 때 막연하게 밴드를 해 보면 어떨까 생각은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아무런 연고가 없는 순창에서 밴드를 하고 있네요. 사람 사는 건 정말 알 수 없어요."

연씨는 "사실 '잉여밴드', '잉밴'으로 이름 짓자고 처음 제안했을 때 멤버들이 '우리가 무슨 잉여 인간이냐'며 반대했었다"면서 "농촌에서는 일하는 틈틈이 잉여시간을 만드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귀농귀촌한 멤버들이 이제는 '잉밴' 이름에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업과는 또 다른 삶, 밴드 활동

길거리공연 무대에 서기 전, 잉밴은 순창읍 창림마을 골목길에서 먼저 공연을 했다. 마을 주민 몇몇이 모인 자리에서였다. 잉밴 구성원들은 사람이 많고 적음에 연연하지 않았다. 잉밴은 "그저 음악이 좋아서 함께 공연하는 게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애초 잉밴을 취재하러 찾아간 게 아니었다. 순창읍 창림마을에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촌시장'을 찾았다가, 우연히 잉밴 공연을 접하고 취재를 하게 됐다.

연상준씨는 "도시를 벗어나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계시는데, 저는 '별로 재미난 일도 없고 심심한 농촌의 삶에 큰 기대를 하면 안 된다'고 말씀 드린다"며 "그래도 귀농귀촌을 하신다면 생업 이외에 그동안 꿈 꿨던 동아리나 취미 활동을 해 보시면 좋겠다. 삶이 진짜,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잉여'는 사전에 "쓰고 난 나머지"라고 돼 있다. 하지만 '잉밴'은 쓰고 난 나머지 시간을 활용하는 게 아니다. 생업은 생업대로 중요하지만, 잉여밴드 활동은 생업과는 또 다른 삶의 중요한 일이다.

연상준씨는 "바쁘다는 이유로 뒤로 밀리기 마련이었던 삶의 중요한 일을 이제야 찾았다"며 "잉밴 활동은 먹고 사는 것과 상관없이 멤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없이 즐거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잉밴의 다음 공연은 오는 11일과 25일 두 차례 남았다.

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9월 2일에 보도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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