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발목을 잡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이라크가 절반 그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승점 쌓기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월드컵 최종 예선 첫 게임에서 딕 아드보카트 이라크 감독이 "한국이 어려운 게임을 하도록 하겠다"고 한 말이 딱 맞아떨어진 셈이다. 벤투호는 이라크의 겹수비 앞에서 정교하지 못했다. 주장 완장을 찬 에이스 손흥민은 게임 내내 전담 마크맨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말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이라크와의 첫 게임을 득점 없이 비겼다. 

진짜 고비는 '어웨이 게임'

무관중 게임이었지만 이곳은 우리의 안방이었다. 이 게임보다 먼저 끝난 B조 첫 게임에서 일본이 오만에게 극장 골을 내주며 0-1로 패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결과적으로 얻은 승점 1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말할 수 있다. 다섯 차례의 홈 게임 전승이 목표였지만 우리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축구하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진짜 고비는 입장을 바꿔서 뛰는 어웨이 게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생각조차 하기 싫지만 이른바 침대 축구 시나리오도 예상해서 더 정교하게 골 결정력을 가다듬어야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시절이니 시간이 좀 지났지만 그래도 한국 축구를 비교적 잘 알고 있는 딕 아드보카트 현 이라크 감독은 작정하고 수비 축구를 펼쳤다.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에게 전담 수비수를 붙여 게임 내내 찰거머리처럼 따라다녔고, 측면 크로스는 어쩔 수 없이 허용하더라도 그 공이 넘어오는 골문 앞쪽 가운데 수비는 더 탄탄하게 세웠다.

이라크의 압박 수비에 돌아설 틈조차 넉넉하지 않았지만 우리 선수들은 그래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세 차례 얻어냈다. 그 중에서 26분에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로 만든 선취골 기회를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황의조의 1차 헤더 슛은 수비수에게 막혔고 세컨드 볼이 이재성 앞에 떨어졌지만 그의 오른발 2차 슛이 어이없게도 크로스바를 넘어 날아가고 말았다. 이재성이 잘 쓰는 왼발 앞에 굴러온 것이 아니어서 그랬다는 아쉬움은 변명에 불과한 순간이었다.

72분에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홍철이 올린 크로스를 받아 후반전 교체 선수 황희찬이 노마크 헤더 슛을 날렸다. 하지만 내려찍은 황희찬의 헤더는 이라크 골키퍼 파하드 탈리브의 정면으로 향하는 바람에 쉽게 잡혔다. 같은 날 유럽 예선으로 열린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공화국 게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헤더로 2골을 터뜨린 극적인 순간들을 모범적인 사례로 삼아 배울 일만 남은 셈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거의 다 끝나가는 종료 직전에도 오른쪽 크로스를 받은 홍철이 골문 바로 앞에서 마크맨 없이 공을 컨트롤하는 기회를 잡았지만 어이없이 핸드 볼 반칙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 세 번의 득점 기회 중에서 하나라도 적중시켰어야 하는 게임이었다. 아시아 축구의 라이벌 일본처럼 패하지 않은 것에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아있는 아홉 게임 일정을 준비하면서 더 정교하게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공격력을 가다듬어야 한다. 

결과는 물론 실제 게임 대응 과정에서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이라크 대표팀은 같은 조에 속한 다른 팀들(이란, 레바논, 시리아, 아랍에미리트)에게 A조 1위 후보로 꼽히는 한국 축구 대응법을 잘 가르쳐준 셈이다.

이제 한국 선수들은 오는 7일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에서 레바논과 두 번째 게임을 치른다. 레바논 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3일 오전 1시 45분 두바이에 있는 자벨 스타디움에서 아랍에미리트와 만나서 어웨이 게임을 뛴 다음에 들어온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결과(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국 0-0 이라크

한국 선수들
FW : 황의조
AMF : 손흥민, 황인범, 이재성(69분↔권창훈), 송민규(58분↔황희찬)
DMF : 손준호(46분↔남태희)
DF : 홍철, 김영권, 김민재, 김문환(58분↔이용)
GK : 김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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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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