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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넷플릭스의 좀비 영화 <킹덤> 덕분에 외국인들이 '대한민국' 하면 '모자의 나라'가 떠오른단다. 우리에겐 생활의 일부라서 익숙하지만 그들에게는 신기한 문화인 셈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8세기에 조선을 다녀간 여러 서양인들이 우리나라의 모자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모자는 신분과 계급을 나타낼 뿐더러 실내에서도 벗지 않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로왔던 모양이다. 

코로나 시국에서도 삶은 돌아간다. 작년 봄부터 가을까지 공평도시유적전시관(서울역사박물관 분관)에서는 '운종가 입전(笠廛), 조선의 갓을 팔다' 전시가 있었다. 우리가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독특한 갓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선조들이 쓰던 갓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양반이 외출할 때 쓰는 검은색 모자를 흑립(黑笠)이라 한다. 관례(성인식)를 치른 소년의 모자는 초립(草笠)이다. 신분이 낮은 이들이 착용했던 건 패랭이. 관직에 오르면 얹을 수 있는 탕건(宕巾)은 '감투를 쓰다'라는 표현을 낳았다.

5000원 권의 주인공 율곡 이이는 정자관(程子冠)을 썼다. 벼슬아치들이 공무를 볼 때 쓰던 사모(紗帽)관대, 혼례 때 머리에 얹었던 화관(花冠)과 족두리, 상중에 쓰던 백립(白笠)도 있다. 군인들이 쓰던 전립(戰笠)에 무당은 화려한 치장을 해서 착용했다. 승려나 농악대가 쓰던 건 고깔이다.

황진이와 어우동의 전모(氈帽), '백 년도 못 사는 인간이 천년을 근심하누나'라고 했던 방랑시인 김삿갓, 겨울에 추위를 막았던 풍차(風遮), 즉위식을 거행할 때 왕이 쓰던 면류관(冕旒冠) 등등... 참으로 많기도 하다.

역사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임금이 자색의 곤룡포를 입고 머리에는 봉긋하게 솟아오른 관을 썼다. 이것이 익선관(翼蟬冠)인데 왕이나 세자가 정무를 볼 때 쓰던 모자다. 익선관 뒷면에는 매미 날개를 본 뜬 한 쌍의 장식물이 위를 향해 있으며, 신하들이 쓰는 관은 이 날개가 양 옆으로 뻗는다.
 
한국조폐공사가 운영하는 대전 소재의 화폐박물관 홈페이지.
▲ 화페박물관 VR 영상. 한국조폐공사가 운영하는 대전 소재의 화폐박물관 홈페이지.
ⓒ 조폐공사 화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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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 권 지폐의 세종대왕을 보면 익선관이 잘 묘사되어 있고, 예전의 500원 지폐에는 충무공 이순신의 갓 날개가 옆으로 나 있다. 익선관은 매미의 5가지 덕(文. 淸. 濂. 儉.信)을 생각하며 공무에 임하라는 뜻이다. 진나라 시인 육운(陸雲)은 한선부(寒蟬簿)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머리 모양이 선비의 갓끈을 닮았으니 글을 안다는 뜻이요. 맑은 이슬을 먹고 살므로 청렴함을 갖추었고, 농작물을 해치지 않으니 염치가 있다.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으니 검소할 뿐더러,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알므로 신의가 있다.

매미의 오덕은 예나 지금이나 선출직 공무원들이 명심해야 할 사안이다. 참고로, 한국조폐공사에서 운영하는 대전 소재의 화폐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의 화폐를 관람할 수 있다. VR 영상도 제공하니 한 번 둘러볼 일이다.

겹치지 않도록 소수를 헤아리는 매미

말매미는 도시의 열섬 현상으로 말미암아 근래에 들어 더욱 흔하게 목격되는 녀석이다. 몸 길이는 대략 40mm 내외로서 우리나라 매미 중에서 가장 크다. 날개까지 합치면 65mm 정도다.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버드나무, 벚나무, 양버즘나무 등에 내려앉아 주둥이를 꼽고 수액을 먹는다.

때로는 과수 농가에 출현하여 농작물에 알을 낳기도 하므로 대량 발생하면 과실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발생 주기가 있으므로 말매미가 창궐하는 해에는 아파트 층간소음이 저리가라 할 정도로 시끄럽다.
 
우리나라 매미중에서 가장 크며 울음소리도 우렁차다.
▲ 성충으로 날개돋이 한 말매미와 탈피각. 우리나라 매미중에서 가장 크며 울음소리도 우렁차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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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울음소리는 짝을 찾으려는 수컷의 구애 행동이다. 애벌레 시절에는 3년에서 7년간 땅 속에서 나무진을 먹으면서 자라나 여름에 성충으로 우화한다. 어른벌레의 수명이라고 해봐야 최대 한 달 정도라서 애벌레 시절에 비하면 무척이나 짧다. 

미국의 경우에는 17년 주기로 대량발생하는 매미가 있다. 그래서 이름도 '17년매미(Magicicada septendecim)'다. 금년 뉴욕 타임즈 기사에는 수억 마리의 17년매미가 날개돋이하여 미국을 시끄럽게 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매미의 발생주기는 7, 13, 17 처럼 소수(decimal)를 따르는데 이는 발생주가 겹치지 않게 함으로써 종 보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함이다. 사람 사는 것은 매한가지라 지금 미국에서는 이 많은 매미를 맛있는 음식으로 탈바꿈시키는 요리가 인기라고 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로마의 귀족들은 밀가루로 매미를 키워 별미로 즐겼다. 파브르도 이 맛을 보기 위해 소금을 살짝 두르고 프라이팬에 익혀 먹었는데, 닭고기를 씹는 것과 비슷하다고 곤충기에 적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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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를 펴냈다. 다음 세대를 위한 화보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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