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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포항은 애초 내게 경유지였다. 울릉도에 가기 위한 여객터미널이 있어 연안 선박이 악천후 시기를 제외하곤 연일 드나드는 곳이었다. 원주에서 동대구 터미널을 거쳐 포항 가는 도로 위에서 생각했다. 만약 포항을 돈다면 어느 곳이 꼽을 만 할지.

영일만, 구룡포(일본인 거리_사람들에겐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로 유명하다지만, 내겐 <여명의 눈동자> 촬영지가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호미곶... 많은 명소들이 떠올랐다. 그러다 돌연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 하나.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과 POSCO. 전자는 내 로망이었던 학교였다.

드라마로 방영됐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달리 알려진 정보가 내가 아는 선에선 태부족이었던 곳. 막연히 우리나라 최고의 수재들이 가는 곳이라고 여겼다. 인문과학부가 있다는 사실도 얼마 전 알았고, 그곳에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정년을 마치신 송호근 교수가 석좌로 계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송 교수는 조용필의 부활 신호탄을 알렸던 'Hello' 음반 가운데 <어느 날 귀로에서>라는 곡의 가사를 썼다. 그 인연 때문인지 의정부에서 열린 콘서트 객석에서 뵀던 터럭만큼의 연이 있었다. 뵙고 싶었으나 닿질 못했다.

포항에 도착해 연안여객터미널 근방에 숙소를 잡고 포스텍을 둘러봤다. 가을이 당도하던 무렵, 비가 추적추적 오던 8월의 어느 날이었다. 오전 시간을 지나 늦은 오후까지 포스텍 곳곳을 둘러봤다.
 
포스텍에서 새로 지어올린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시설입니다
▲ 포스텍의 새로운 세월을 준비하는 "체인지업 그라운드 건물 전경" 포스텍에서 새로 지어올린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시설입니다
ⓒ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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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시도한다는 '체인지업 그라운드'라는 건물이 매끈했다. 나와 생년이 같으니 이제 곧 포스텍도 불혹을 맞는다. 또 다른 세월을 준비하는 한국 과학과 기술의 새로운 산실이었다. 캠퍼스 투어의 백미 청암학술정보관까지 알차게 보곤 미래의 과학자를 기다리며 그날 일과를 마무리 했다.
  
포스코 견학을 강력하게 추천해주신 분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었다. 꿈틀로라는 곳에서 지역 문화와 경기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활동을 가열차게 전개하신다는 사장님은, 기존의 포항 여행이나 관광 문화에 적지않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오히려 포스코나 포스텍 같은 곳에 스토리를 입혀 새로운 코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데 나와 궤를 같이 했다.

이른바 라이투어리즘(라이트+투어리즘). 뒤에 더 상술할 기회가 있을 텐데, 다크 투어리즘과 공존하고 병진하며 대한민국 역사를 일궈온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체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이 통하고 뜻이 맞으니 꿈틀로, 포항의 미래부터 한국 사회의 향후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포스코 역시 젊은 직원들이 주요 포스트나 기운 좋게 일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지역사회와의 상생, 공헌 그리고 외지 관광객들을 향한 홍보에 열을 올리려 준비하는 중이었다.

코로나19 시국으로 크게 전해지진 않았으나 지난 4월에 기존 포스코 홍보센터였던 곳에 철의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포스코의 전사를 문화와 예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기획으로 일종의 테마파크를 차렸다는 소식이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돌았다. 'Park 1895'라는 이름이었다.
 
Park 1538 내부 역사관
▲ Park 1538 내부 역사관 Park 1538 내부 역사관
ⓒ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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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차원의 테마파크 설립은 L사나 S사 정도 고유의 영역인줄 알았다. 그런 곳처럼 극적인 롤러코스터 같은 시설은 없으나 갤러리와 역사관을 마련했다. 현재 제한된 인원에 한정해 관람객을 받는 중이다.
  
홍보관, 역사관, 갤러리, 미디어 버스에 올라 포스코 일관제철소를 견학하는 일정은 2시간 30여 분가량이 소요됐다. 15시부터 역사관 해설이 시작된다는 장소에 정오를 조금 넘겨 도착했다. 내부에 마련된 수변공원 곁에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있었고 나는 써야 할 원고가 있었다.

14시 40분까지 세심한 정성을 기울여 원고를 써 보냈고, 사전에 포스코에서 보내온 알림톡을 제외한 연락은 없었기에 전화를 슬몃 기다리는 중이었다. 시간이 바투 되어서야 웰컴 센터로 캐리어를 밀며 뛰어갔는데 출발점은 인근 역사관이란다.

15시를 2~3여 분 남긴 시각에서야 전화가 걸려왔다. 안일했고 소극적이었던 내 기다림이 행여 다른 분의 견학에 지장을 줄까 캐리어를 밀며 달려갔다. 부연해 변명하자면 원고를 쓰느라 진력이 빠지기도 했고, 아침과 점심을 거른 공복이기도 했다.
  
"갑니다, 금세 가요!"

말끔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직원 분들이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역사관 견학에 앞서 영사실에서 철의 역사를 시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래로 전해오던 대장간 제련 작업부터 한반도 남쪽 첫 번째 고로인 삼화제철소(해방 전 고레가와제철_是川製鐵)의 두 손 공수 얌전한 모습, 그리고 67년 대한국제제철차관단(KISA)라는 곳의 지원을 받았으나 우여곡절을 겪고 결국 대일청구자금의 일부로 탄생하게 된 역사에 이르기까지. 포스코의 과거, 현재, 미래까지 개관하는 시간이었다. 시종 시선을 압도하는 화면이 견학단(?)을 사로잡았다.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누구의 작품인지 모르겠으나, 마냥 멋있기만 했던 포스코의 슬로건을 끝으로 영상은 마무리됐다. 지난 2000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문구는 산업의 쌀이라는 철, 그 철을 생산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인 포스코의 정체성을 은근하게 자부하는 멋을 품고 있었다.
  
흔하게 쓰이는 고로(용광로_高爐)라는 말은 압도적인 규모와 높은 곳에 설치됐다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말이었다. 실제 크기 1/3수준이라는 가상의 고로 앞에서조차 눌리는 기분이었다. 이쯤에서 'Park 1895'라는 명칭을 짚고 가자. 이어지는 이야기다.
 
파크 1538 수변공원
▲ 파크 1538 수변공원 파크 1538 수변공원
ⓒ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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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공원이야 짐작하는 바가 맞다. 수변공원부터 역사관, 홍보관까지 한 공간에 담겨있어 그렇게 네이밍했다는 생각이다. 숫자 1538은 설명을 듣기까지 여러 추측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과 연관된 숫자인가, 아니면 신라 시대 성덕대왕신종과도 관련된 연도인가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전부 아니었다.

1538도는 철이 용융점(鎔融點)이다. 풀어 말하면 녹는 점이다. 그 온도에 이르는 철은 주조와 첨단 기술 과정을 거쳐 무엇으로든 변하고 적용될 수 있다고 해설하는 직원은 설명했다. 특수 제작해 2200도까지 견디는 내화벽돌로 만든 고로 안에서 1200도의 열을 5시간 정도 가하면 쇳물 내부 온도는 2000도까지 오른다고 하는데, 이후 열을 조절해 녹는 점을 붙잡아 유지한 채 향후 공정에 쓰일 쇳물을 옮긴다.
  
이를 위해 포스코 일관(종합)제철소 안에는 약 44.3Km에 달하는 철길이 다니는데, 이는 울산에서 포항 간 직선거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임해공업지대를 연결하는 길이만큼의 철로가 공교로웠던 건지, 아니면 정교한 계산과 설계의 영역이었던 건지를 물어보지는 못했다.

뿐만 아니라 재료가 되는 철광석과 유연탄, 석회석 등을 실어 나르는 5톤 이상 단위의 트럭들이 공장 안을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 뒤에 이야기하겠지만 원활한 공정을 위해 30만 톤 급 선박이 드나드는 시설이 내부에 존재하는데, 선적된 원료만 야적장으로 옮기는 데만도 4박 5일이 걸린다니 어느 규모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뭔가 어마어마한 시설과 공정, 규모 등을 적어 옮긴 것 같은데 알속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https://blog.naver.com/leehhwanhee/222492113698)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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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지망생으로 살았다. 가수지망생, PD지망생을 거쳐 취업지망생까지. 지망은 늘 지망으로 그쳤고 이루거나 되지 못했다. 현재는 이야기를 짓는 일을 지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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