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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대엔 학교 주변 도로가 꽉 막힌다.
 출근시간대엔 학교 주변 도로가 꽉 막힌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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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벼락 비'가 잦다. 순식간에 도로가 잠길 듯이 퍼붓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가을 하늘을 드러낸다. 날짜는 물론, 밤과 낮 구분도 없다. 새벽녘 빗소리에 잠이 깨어 아파트의 앞뒤 베란다 문을 닫는 게 평범한 일상이 됐다. 

그날 출근길도 어김없이 빗길이었다. 전날도, 그 전전날도 그랬다. 비 오는 출근길을 동료 교사들은 지옥이라 부른다. 아닌 게 아니라, 평소 같으면 10분이면 족했을 출근길이 비만 오면 30분이 기본이다. 진입로의 병목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막다른 길의 끝에 자리하고 있다. 더구나 시내버스 종점이어서 종일 붐빈다. 이곳을 종점으로 삼는 버스 노선만 해도 간선과 지선을 포함해 10개가 넘는다. 교통이 편리한 대신 등하굣길 정체는 감수해야 한다. 

간선도로의 진입로 입구에서 학교까지는 거리가 대략 500m쯤 된다. 도로 주변엔 학교가 두 곳 더 있다. 그중 한 곳은 내가 근무하는 학교처럼 중고등학교가 함께 있는 병설학교라서 모두 다섯 학교가 모여 있는 셈이다. 

교직원 숫자만도 수백 명이고 학생 수까지 포함하면 웬만한 농어촌의 읍 단위 인구보다 많다. 그나마 한 곳이 특수학교여서 등하교 시간이 겹치지 않는다는 게 천만다행이다. 시내버스에다 교직원 차량과 아이들을 태운 학부모 차량까지 뒤엉켜 매일 아침 '장관'을 이룬다. 

이따금 교통경찰이나 봉사자들이 나와 수신호로 통제를 하지만 별 효과는 없다. 6차선인 간선도로에서 왕복 2차선인 도로로 진입하려니 무리수가 따르는 건 당연지사다. 더욱이 진입로 입구에서 채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 네거리라 통행량 자체가 많다.

도로 확장만이 답일까

꽉 막힌 도로 상황에 애먼 차량에 화풀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무런 효과도 없는 경적만 요란하다. 운전자들의 짜증은 쉽게 전염된다. 몇몇 성격이 급한 이들은 아예 창문을 내려 다른 운전자들을 향해 삿대질하기도 한다. 그런다고 체증이 풀릴 리 없다는 건 그들도 잘 알 것이다.

이 와중에 접촉 사고라도 날라치면 진짜 지옥으로 돌변한다. 경찰과 보험사 직원이 올 때까지 사고가 난 도로 위에 그대로 뻗대놓기 일쑤다. 하늘을 날아서 올 게 아니라면 꽉 막힌 상태에선 그들도 뾰족한 수가 없다. 이럴 땐 화풀이용 경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천신만고 끝에 교무실에 도착했다. 동료 교사들도 출근길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들 마음 같아선 차를 진입로 입구에 그냥 세워두고 걸어오고 싶었다고 했다. 하마터면 1교시 수업에 늦을 뻔했다며 교재를 주섬주섬 챙겨 교실로 뛰어가는 분도 있었다.

"도로를 넓히는 것 말고는 답이 없어요."

시내버스 기사와 인근 학교 교직원과 통학 차량의 학부모들이 이구동성 말하는 대책이다. 몇 해 전부터 지방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민원 사항이기도 하다. 신호등과 CCTV를 설치하고, 매일 등교 시간 경찰이 나와 통제한다고 해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물론, 진입로가 넓다면 교통 체증이 훨씬 덜할 것이다. 지방정부가 몰라서 못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도로변에 주유소와 세차장 등 개인 사업장이 늘어서 있고, 중간쯤엔 일제강점기 때 세운 조그만 정자도 남아있다. 도로의 이름도 이 문화재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하지만 난 달리 생각한다. 설령 사유지를 손쉽게 도로로 점유할 수 있다고 해도, 도로를 넓히는 게 능사인가 싶다. 지금도 다섯 학교의 아이들 대부분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등하교한다. 그중 상당수는 등하교 때마다 교통지옥으로 변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도로가 넓어지면 잠시 편할 뿐 얼마 못 가 다시 자동차로 가득 찰 것이다. 학생 수가 줄어들거나 학교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지 않는다면, 편리해진 교통 여건은 등하교 차량의 대수만 늘릴 뿐이다. 다시 병목 현상이 생기면, 그때도 도로를 넓히자고 요구할 텐가.

지옥 같은 출근길을 벗어나는 근본적인 해법은 차량의 대수를 줄이는 것이다. 집집마다 자가용은 필수품이 되었다지만, 차량의 유지비를 높이고 운전자를 더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대신 시민들이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을 확충하면 된다. 

이는 교통 체증의 해소를 넘어 지구 환경을 지키는 일이다. 최근 영국과 독일의 대학 연구진들이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제시한 열 가지 사례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자동차 없는 생활'이었다.

발표에 의하면, 흔히 우리가 가장 중요한 실천이라고 여기는 재생 에너지 사용이나 전기차 구매, 비행기 타지 않기 등은 개인당 탄소 배출량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자가용을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면서 도로가 막힌다고 짜증을 내는 건 어처구니없는 행태다. 

비 오는 출근길 평소보다 한두 시간쯤 더 걸린다면,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자구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막히는 시간을 피해 일찍 집을 나설 게 아니라면, 차를 세워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더 막힐수록 더 빨리 변할 것이라 본다.

우리는 좀 더 불편해져야 한다 

"자가용 출퇴근과 등하교를 포기한다고? 절대 그럴 일 없다는 것에 내 손목을 걸게."

한 동료 교사는 폭설과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꾸역꾸역 차를 몰고 오는 걸 보지 못했느냐며 틀린 예측이라고 무질러버렸다. 운전대를 놓기는커녕 지방정부를 찾아가 당장 도로를 넓혀달라고 집단 시위를 벌이게 될 것이라 했다. 사람들에게 자가용은 이미 몸에 일부라는 거다.

그의 말마따나 몸에 밴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말하는 나부터도 연중 대부분을 자가용으로 출퇴근한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봄과 가을엔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이따금 시내버스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너무 불편해 이내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제안하는 거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것을 자전거와 시내버스를 타는 것보다 더 불편하게 만들면 된다. 길이 막힌다고 짜증을 내고 다짜고짜 경적에 화풀이하지만, 아직은 견딜만하니 굳이 차를 끌고 나온 것 아니겠는가. 장담하건대, 도로를 넓히는 건 하수 중의 하수다. 

며칠 전 뉴스 하나가 눈에 띄었다. 프랑스의 파리 시내에서 자동차 속도를 시속 30km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책임자인 파리 부시장은 사람들이 차량을 운전하는 대신 더 많이 걷고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이심전심이다. 그는 제한속도를 낮추면 차량 대수가 줄고, 통행량이 줄면 대기오염과 소음공해가 줄어 시민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 증진에 보탬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아울러 속도 제한이 사망 사고를 40% 줄인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까지 인용했다. 

출퇴근길 교통 체증을 악화시켜 되레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등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차량 대수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하는 주장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견디기 힘들 만큼 불편하면 '대체재'를 찾게 돼 있다. 

그나저나, 왕복 2차선 도로를 넓힐 게 아니라 인도와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마련해주면 좋겠다. 현재는 1차선 도로 폭의 절반도 안 되는 인도에 아이들과 자전거가 함께 뒤섞인다. 일부 짓궂은 아이들은 차도로 겁 없이 달리는데 워낙 위험해 학교에서는 자전거 등하교를 금하고 있다. 이럴진대, 도로를 넓히라는 건, 거칠게 말해서, 반교육적인 요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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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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