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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40대'는 40대가 된 X세대 시민기자 글쓰기 그룹입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애쓰며 사는 지금 40대의 고민을 씁니다. 이번 주제는 '마흔, 두 번째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주말 오후, 인스타그램으로 딸과 함께 릴스를 보던 중 흥미로운 영상을 발견했다. 부부인 듯 보이는 중년의 두 남녀가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다. 여자는 연신 부끄러운 듯 멋쩍은 미소를 지었고, 그에 반해 남자는 보기와 달리 유연한 춤 솜씨를 뽐냈다. 신혼부부에게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서로를 향한 사랑스러운 표정과 익살스러운 몸짓에 호기심이 생겼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 보니 이미 꽤 많은 영상이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로맨틱라이프 대표 이은희 작가 부부였다. '다시 연애하는 부부의 삶으로 초대합니다'라는 표어로 부부관계 회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릴스도 그 일환이었다.

우리와 똑같은 결혼 14년 차에 아이가 둘이 있는 것도 같았다. 다른 영상도 보았는데, 하나같이 어찌나 밝고 유쾌한지 '부럽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하면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이제 막 열매를 맺은 사과처럼 풋풋할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에서 중년의 사랑꾼 부부를 만나다

돌이켜보면 나도 그 시절이 분명 있었다. 대학원 후배였던 아내에게 첫눈에 반해서, 홀로 전전긍긍하다가 고백 끝에 사귀게 되었다. 연애 시절 30도가 훌쩍 넘는 한여름에도 손을 놓지 않고 한 몸처럼 붙어 다녔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꿀이 떨어졌다. 새벽에 전화 통화를 하다가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뛰쳐나갔다. 택시 뒷자리에 앉아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결혼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소꿉장난 같은 짧은 신혼을 뒤로하고 반년 만에 첫째가 생겼다. 내 아이가 생겼다는 감동도 잠시, 육아는 현실이었다. 밤새 울어대는 아이를 달래느라 잠도 몇 시간 자지 못하고 출근을 해야 했다. 아이를 맡길 수 없는 현실에 아내는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았던 육아 전쟁에 조금씩 빛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첫째는 세 살이 되었고, 어린이집에 보내도 될 정도로 컸다. 아내도 다시 일을 시작하려던 찰나, 덜컥 둘째를 임신했다. 우리는 첫째 때보다 더욱 힘든 육아의 터널 속에 갇혀버렸다. 이제 30대 중반, 회사 일은 바빠졌고 육아는 오롯이 아내 몫이 되었다. 퇴근해서 집에 가면 아내는 땅으로 꺼질 것 같이 잔뜩 피곤한 눈으로 아이를 넘겼고, 헐레벌떡 받아 본격적인 2라운드에 진입했다.

우리에게도 권태기가 찾아왔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어디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동물 같았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는 날의 연속이었다. 일을 계속하고 싶었던 아내는 둘째가 세 살이 될 무렵 시간제 일자리를 구했다.

평일에는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 보내고도 끝나는 시간에 데리고 올 수 있을 정도로 근무 시간이 유연했다. 대신 토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을 해야 해서 내가 육아를 담당했다. 그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하루는 일찍 퇴근해서 아이를 돌봐야 했다. 소위 말하는 맞벌이 부부의 삶이 시작되었다.

그 흔한 영화 한 편 보기 힘들었고, 기념일 둘만의 식사는 사치였다. 우리는 늘 바빴고, 서로를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조금씩 균열이 생겼고, 그 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감정을 날카롭게 만드는 도구는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일과 육아의 분담부터 양말 뒤집어 놓는 버릇, 치약을 쓰고 뚜껑을 닫지 않는 사소한 습관들 모두 미움의 원천이었다.

수시로 큰소리가 오갔고, 앙금은 풀리지 않은 채 오래도록 남았다. 급기야 어느 날 밥을 먹다가 아내가 고백했다. 얼굴만 보아도 화가 치미는 것을 보니 권태기인 것 같다고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차오르는 분노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절대 없을 것 같았던 '권태기'가 찾아왔다. 앞자리 숫자가 '3'의 끝자락을 향할 무렵이었다. 대화는 최소한의 일상을 유지할 정도로 줄었고, 무관심이 답이라 생각하고 신경을 껐다.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결할 뾰족한 방법도 찾지 못한 채 바쁜 삶 속에 묻어버렸다. 남들도 다 이렇게 살겠거니 하며 마음속으로 안위만 했다.

시간이 약이란 말처럼 아이들이 커갈수록 점점 여유가 찾아왔다. 어느덧 아이들은 초등학교, 중학교에 입학했고, 우리는 마흔을 넘어 중반에 진입했다. 이제는 서로에게 향했던 날 선 칼날도 무뎌졌다. 맞벌이 부부의 삶은 여전하지만, 전처럼 정신없진 않다. 나에겐 글쓰기란 취미가 생겼고, 아내에게는 든든한 동네 말동무 언니들이 있다.

전능한 시간에 감사 인사라도 해야 하나. 하지만 그때 해결하지 않고 삶에 묻어둔 것은 켜켜이 쌓여 보이지 않은 벽을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표현할 순 없지만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 기념일 때나 가끔 휴일에 식사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둘만의 시간을 보내길 제안했지만, 아이들과 함께하자며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에 더는 묻지 않았다.

중년에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
 

하필 많은 영상 중에 이은희 작가의 부부 릴스에 마음이 움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상하게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주책인 것은 알지만, 아내와 나도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의 눈빛을 주고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떠나질 않았다. 토요일 오후에 퇴근하고 돌아온 아내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한번 해보지 않냐고 물었다가 대차게 거절당했다. 손사래 치며 뭐 잘못 먹은 것 아닌가 하는 놀란 표정에 아쉽기도 했지만 묘하게도 도전 의식이 샘솟았다.

얼마 전, 아내가 급체했었다. 힘없는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 있길래 다가가 손도 주물러 주고, 사열 침으로 따주었다. 검붉은 피가 나오는 것을 보니 심하게 체한 것 같았다. 옆에서 계속 배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배가 아프면 늘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며 노래를 불러 주었었다. 그때가 떠올라 따라 해 보았다.

아내도 싫지는 않은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찬찬히 바라보니 왜 이리 주름은 늘었고, 손은 거칠어졌는지. 나 바쁘다는 이유로 세월 먹는 것도 신경 쓰지 못했다. 아내를 바라보는 나에게서 전에 몰랐던 감정이 흘렀다. 20대 때의 불덩이는 아닐지라도 아직 꺼지지 않는 불씨가 분명했다. 그래 나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걸 자각하고 나니 그동안 아내가 원했지만 실천하지 않은 것들이 보였다. 먼저 나를 바꿔야 했다. 양말은 뒤집지 않고 빨래통에 놓기 시작했고, 그토록 원했던 화장실에 앉아서 소변 보는 것을 시작했다. 늦은 퇴근으로 평일에는 힘들지만, 주말에는 빨래, 설거지, 청소 등 가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아내가 이야기할 때 건성으로 듣고, 내 이야기만 했던 나쁜 습관을 고치려 노력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 사이에 얼어붙은 다리가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점은 아내의 말문이 열린 것이다. 그저 소소한 아이들이나 회사 이야기이지만 퇴근하면 거실에 앉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한다. 그 짧은 10여 분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줄 모른다.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이런 순간이 모여 분명 따뜻한 봄날을 맞이할 것이다.

언젠가 아이들은 우리 품을 떠난다. 그러면 남은 생애는 아내와 둘이 함께해야 한다.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지만, 한편 나는 다르게 살고픈 욕망이 비집고 나왔다. '가족끼리 그러는 것 아냐', '전우애로 산다'라는 익숙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중년에도 알콩달콩 살고 싶다. 이은희 작가 부부처럼 함께 춤을 추진 못하더라도 은퇴 후에는 아내와 함께 배낭여행을 하며 세계 곳곳을 누비는 꿈이 생겼다. 아내에게도 물었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나이 마흔다섯, 사랑의 세포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직은 남사스럽고 부끄럽지만, 지금부터라도 용기를 내보려 한다.

그래. 이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 보는 거야.
 
중년의 사랑 중년에 부부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
▲ 중년의 사랑 중년에 부부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
ⓒ 신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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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된 X세대입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애쓰며 사는 지금 40대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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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이 제 손을 빌어 찬란하게 변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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